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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다' 그녀들은 왜 자꾸 눈물을 흘릴까

양선영 입력 2021. 07. 22. 17:12 수정 2021. 07. 2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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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 , 아이들 보며 용기 낸 엄마들의 용감한 육아

[양선영 기자]

'육아'는 꾸준히 사랑 받는 예능 소재이다. 영·유아들의 순수한 모습은 언제 보아도 미소를 자아내며, 쉽지 않은 육아에 고군분투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감동과 재미를 불러온다. 때문에 육아 예능은 기본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어른이라는 정형에 살짝살짝 변형을 가미하며, 방송국의 오래된 단골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긴 시간 검증된 흥행의 안전성은 흥미를 돋우는 차별적인 콘셉트가 뒤따라야 보다더 확실하게 확보된다. 얼마 전, 시작된 JTBC의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아래 <내가 키운다>)는 그러한 차별성에 확실하게 주안점을 둔 육아 예능이었다. 그러나, 그 차별성이 지향하는 것은 다름을 문제 삼지 않는 담백한 시선이었다. 

<내가 키운다>의 세 출연자는 조윤희, 김나영, 김현숙이다. 세 사람은 드라마와 예능 등 각자의 주력 분야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과 재능을 인정 받은 사람들이다. 그녀들의 경력이 아무리 다채롭더라도 여성이 육아를 담당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그럼에도, 이 구성이 특이한 것은 그녀들을 설명하는 또다른 별칭 때문이다. 

세 사람은 모두 '이혼녀'이다. '매니저'라는 별칭으로 김구라와 함께 MC를 맡은 채림 역시 이혼을 하고 아이를 맡아 키우고 있다. 방송인이라는 특성 때문에 김구라를 포함한 다섯 사람의 이혼은 세간에 널리 알려진, 한때의 이야깃거리였다. 요즘은 흔한 것이 이혼이라지만,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이혼녀의 육아는 분명히 흥미를 끌 만한 요소였다. 

그저 엄마들의 육아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홍보 장면
ⓒ jtbc
 
이혼녀들의 육아는 어떤 것일까. 

그녀들의 육아는 크게 별다를 것이 없었다.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며 놀아주고 달래주는, 고되지만 기쁨이 따르는 흔한 여정이었다. 노래를 부르는 로아는 깜찍했고, 신우와 이준의 다른 성격은 흥미로웠다. 어른 입맛을 가진 하민의 먹성과 체력은 놀라웠다. 세 엄마의 육아 스타일이 다르고, 아이들이 각기 개성적인 매력을 뽐내며 눈길을 끄는 것은 여느 육아 예능과 다르지 않았다. 

언니와 살며 딸을 키우는 조윤희, 두 아들을 키우는 김나영, 밀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며 아들을 키우는 김현숙의 모습으로 밋밋하지 않게 차별화를 두었지만, 딱히 이혼녀의 육아라고 불릴 만한 특별한 점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해도, 육아에 있어 아빠의 부재는 굳이 이혼이 전제되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아빠들의 육아 예능은 아빠가 엄마없이 익숙하지 않은 육아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부부의 육아 예능은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다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웃음과 감동을 찾는다. <내가 키운다> 속 엄마들의 육아는 충분히 웃음과 감동을 주지만 프로그램만의 변별점을 딱히 찾기가 어려웠다. 거기에는 이혼녀가 아닌, 그저 엄마들의 육아가 있었다. 

이 육아 예능의 특이점은 육아가 아닌 스튜디오 속 그녀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내가 키운다>가 다른 육아 예능과 확실하게 구별되는 점은 출연자들이 스튜디오에서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다. 근황을 이야기하고, 아이들과의 일상이 담긴 화면을 보며 담소를 나누는 중간중간, 자신들의 인터뷰에 부가 설명을 덧붙이면서 그녀들의 눈에는 눈물이 맺힌다. 다른 육아 예능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세 사람이 <내가 키운다>에 출연한 이유는 제각각 달랐다. 조윤희는 딸 로아와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 김나영은 이혼과 관련된 일련의 일들에서 용기를 내기 위해서, 김현숙은 현실적인(일을 해야 하는) 문제였다고 대답한다. 출연 이유를 서로 다르게 대답한 그녀들이지만, 이구동성으로 맞장구친 것은 '용기'였다. 

채림을 포함한 세 출연자들은 <내가 키운다>에 출연하는 데에는 용기를 필요했고,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용기를 이야기하면서 네 사람은 눈물을 흘리고 서로의 눈물에 공감한다. 그 눈물에 공감이 가는 것이 비단 네 사람뿐이었을까.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 한 장면
ⓒ jtbc
 
아무리 방송인의 숙명이라지만 적나라하게 공개된 이혼 과정은 그 자체로 이혼에 견줄 만큼의 상처였을 것이다. 이혼을 한 후, 다들 괜찮다고 말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주눅이 들고 위축되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상처와 위축을 비단 개인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것은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이제는 흔한 일이고 흠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이혼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기엔 불편하다. 

2회에서 김현숙은 엄마가 자신처럼 이혼한 후 재혼했음을 밝힌다. 이 이야기를 하며 씩씩했던 김현숙은 연신 눈물을 보인다. 떨어지려는 눈물을 찍어내며 프로답게 말을 마치는 그녀의 모습은 가슴 아프다. 이혼한 엄마처럼 이혼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녀의 눈물은 말해준다. 사람들의 시선과 비난이 두려운 것은 '막돼먹은 영애씨'라도 어쩔 수가 없다. 

이혼은 여전히 약점이다. 엄마나 아빠가 없다는 것은 문제가 된다. 누구도 대놓고 뭐라 하지 않아도 사회의 인식은 아직도 공고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변화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제작된다는 자체가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진 그녀들의 용기는 한부모 가족이 어떠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도록 돕는다. 이혼은 전통적인 가족상에 대한 반격도 페미니즘의 음모도 아니다. 그저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힘든 사람들이 택한 삶의 한 과정일 뿐이다. 

그녀들이 내는 용기의 바탕에는 아이들이 있으며, <내가 키운다>가 자아내는 감동은 여기에 있다. 채 상처가 가시지 않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두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낸 엄마의 눈물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한다. 다른 육아 예능 속 아이들과 다를 바 하나 없는 아이들의 모습은 안도감을 주며 자연스럽게 편견을 희석시킨다. 

이 별다르지 않음은 원래부터 당연한 것이었을 터이다. 결핍이 문제라면,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한 사람의 사랑이 두 사람의 사랑보다 작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눈물을 머금은 그녀들의 용기가 더 큰 사랑을 만들어내는 것을 <내가 키운다>는 진하게 보여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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