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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은퇴해" 외신도 화낸 에미넴 신곡, 내용 어땠기에

김도헌 입력 2018.09.0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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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 < Kamikaze > 공개한 에미넴, 잘못된 단어 선택으로 비판 직면

[오마이뉴스 김도헌 기자]

 에미넴은 ‘Fall’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전작 < Revival >을 혹평했던 평론가들을 저격하여 비판하고 있다.
ⓒ Universal Music Korea
'슬림 셰이디'의 추락엔 날개가 없다. 지난해 10월 BET 시상식에서 프리스타일 랩으로 도널드 트럼프를 격파할 때만 해도 에미넴은 '살아있는 전설'이자 힙합 씬의 든든한 이름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발매한 < Revival >이 최악의 앨범으로 꼽히며 수상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더니, 지난주 기습 발매한 앨범 < Kamikaze >는 또 다른 커다란 논란을 불러왔다. 미진한 음악 완성도는 물론 도덕적 영역에서의 비판이기에 타격이 더욱 크다.

사건의 발단은 신보의 수록곡 'Fall'이다. 앨범 전체에 걸쳐 전작에의 혹평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현 세대 힙합 아티스트들과 평론가들을 디스하는 에미넴은 래퍼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이런 내용을 썼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는 지난해 < Revival >의 'Walk on water'를 '끔찍한 곡'이라 평하며 에미넴의 미움을 산 바 있다.

"타일러는 아무것도 못 만들지. 왜 스스로 Faggot이라 했는지 알겠네."
(Tyler create nothin', I see why you called yourself a faggot)

 에미넴의 ‘Walk on water’를 트위터로 디스한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 Tyler, The Creator 트위터
'Faggot'은 남성 동성애자를 비하하여 일컫는 단어다. 굳이 해석하자면 '호모 자식' 정도의 심한 모욕이다. 당장 에미넴은 2000년 < The Marshall Matters LP >의 마지막 트랙 'Criminal'에서도 이 단어를 사용해 논란을 부른 바 있다. 그러나 그때는 엘튼 존과 'Stan' 합동 무대를 꾸리며 별 탈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그는 현시대에서 'Faggot'이라는 단어가 불러올,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거대한 반발을 예상하진 못했던 것 같다.

혹자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또한 과거 숱하게 'Faggot'을 남발했던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타일러는 지난 앨범 < Flower Boy >를 통해 자신이 게이임을 커밍아웃하며 그간의 단어 선택이 역설적 장치이자 정체성 혼란을 겪는 자신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었음을 드러낸 바 있다. 흑인 래퍼가 자신을 'Nigga'라 일컫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타 인종이 흑인을 두고 'Nigga'라 하면 모욕이 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인기 록 그룹 이매진 드래곤스의 보컬 댄 레이놀즈는 트위터를 통해 에미넴의 동성애자 혐오 단어 사용을 강하게 비판했다.
ⓒ Dan Reynolds Twitter
이 때문에 지금의 에미넴은 각종 소셜 미디어와 언론을 통해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더 인디펜던트>지는 '동성애 혐오 표현으로만 이슈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에미넴은 당장 은퇴해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고, <빌보드>는 '에미넴은 본인의 단어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강한 논조의 비판을 특필했다.

그중에서도 인기 밴드 이매진 드래곤스의 보컬 댄 레이놀즈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이제는 Faggot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선 안 되는 시대다. 에미넴이 어떤 삶을 살았고, 그 단어가 에미넴에게 어떤 의미인지 상관할 필요가 없다. 혐오 단어를 거부하는 것이 민감한 일인가?'라고 일갈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았다.

'프라이드(Pride)'로 대표되는 LGBTQ 커뮤니티와의 지지와 연대는 대중음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숱한 음악 매체들이 프라이드 운동을 기념하며 무지갯빛 물결을 타이틀에 새기고, 많은 아티스트들이 소셜 미디어와 작품을 통해 억압받는 소수와의 동행을 용감히 노래하는 시대다. 에미넴의 안일한 단어 선택은 분명 경솔했다.
 에미넴 신보 < Kamikaze >의 앨범 후면 커버. 전설의 랩 그룹 비스티 보이즈의 데뷔 앨범 < Licensed To Ill > 커버를 오마주했다.
ⓒ Universal Music Korea
< Kamikaze >를 통해 에미넴은 '숙적' 도널드 트럼프는 물론 릴 야티, 머신 건 켈리 등 신예 아티스트들부터 최고의 스타 드레이크에게까지 날을 겨눴다. 과거 '슬림 셰이디'라는 가상의 인격으로 팝 스타들을 거침없이 공격하던 악동 시절을 다시 불러와 전작의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잘못된 단어 선택으로 인해 에미넴은 여전히 그의 의식 수준이 2000년대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 꼴이 되어버렸다.

< Revival >보다는 훨씬 들을만한 앨범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에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하는 등 성적은 좋지만 여론은 오히려 더욱 나빠졌다. 2018년 슬림 셰이디의 독설은 과거처럼 재치있는 '돌려 까기'보단 타이틀대로 '무의미한 자살 공격'에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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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도헌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https://brunch.co.kr/@zenerkrepresent/235)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