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법칙' 제작진 거짓 해명이 자초한 불신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입력 2019. 7. 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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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멸종위기종 채취 논란 앞에 사라진 '진정성'
두 번의 해명 기회 있었지만 제대로 된 해명 없어
제작진이 초래한 불찰 탓 애꿎은 출연자에 초점 맞춰져
'정글의 법칙'이 강조한 '진정성' 사라진 모습에 시청자도 등 돌려
제작진의 제대로 된 설명과 사과 필요해
6월 29일 방송된 SBS '정글의 법칙 in 로스트 아일랜드' 편 (사진=방송화면 캡처)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SBS '정글의 법칙' 제작진은 제대로 된 해명을 할 기회를 두 차례나 놓쳤다. 그러는 동안 제작진이 출연진 뒤로 숨어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난의 목소리와 프로그램 폐지 요구까지 나오게 됐다. '정글의 법칙' 제작진이 보여준 건 그들이 강조하던 '진정성'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9일 방송된 '정글의 법칙 in 로스트 아일랜드'에서는 태국 남부 꺼묵 섬에서의 생존이 그려졌다. 이 과정에서 출연진들은 사냥을 위해 바다로 나섰고, 이열음이 대왕조개 채취에 성공, 이를 취식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이후 태국 언론에서 '정글의 법칙 in 로스트 아일랜드' 출연진이 태국 촬영 중 멸종위기종으로 보호 대상인 대왕조개를 채취해 먹는 장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태국 핫차오마이 국립공원 측에서 대왕조개를 채취한 배우 이열음 씨를 국립공원법과 야생동물보호법 위반 두 가지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일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에서 대왕조개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으며, 이를 불법으로 채취할 시 2만 바트(한화 약 76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두 처벌 모두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멸종위기종에 대한 불법 채취로 논란이 불거진 사이 제작진에게는 이번 사태를 설명할 기회가 두 번이나 주어졌다. 그러나 제작진은 두 차례나 주어진 해명 기회에도 사실과 다른 해명을 했다.

문제가 제기되자 '정글의 법칙' 제작진은 4일 처음으로 입장을 냈다. "'정글의 법칙' 팀은 현지 공기관(필름보드, 국립공원)의 허가 하에 그들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촬영했다"라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다는 제작진의 설명에 시청자나 누리꾼 사이에서는 그래도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하는 마음으로 이후의 상황을 기다려보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태국 국립공원으로부터 경찰 고발까지 당하는 상황에 이르자 제작진은 5일 두 번째 입장을 내놓는다. "태국 대왕조개 채취와 관련, 현지 규정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촬영한 점에 깊이 사과드린다. 향후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제작하겠다"라는 간략한 내용의 입장 말이다.

출연진인 배우 이열음이 멸종위기종인 대왕조개를 채취한 장면이 방송되고, 이를 태국 언론이 보도하며 사태가 일파만파 커진 상황이다. 실제로 이열음이 경찰에 고발당했다는 태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고, 국내에서도 해당 소식을 전했다.

SBS '정글의 법칙' 제작진이 지난 3월 17일 태국 관광스포츠부에 보낸 촬영 협조 공문. (사진=타이 피비에스(PBS))
제작진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움직였을 이열음에게 엉뚱하게도 문제의 초점이 맞춰지는 모양새가 됐다.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제작진은 아직도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제작진이 출연자 뒤로 숨어 책임을 회피한다는 시청자와 누리꾼의 비난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1년 시작한 이래 '정글의 법칙'은 수많은 오지와 정글을 다니며 '생존'의 의미, 얼마 남지 않은 태초의 자연과 공존하는 것의 의미를 보여주고자 했다. 그러나 어느샌가 '정글이 법칙'은 생존의 중심점을 '먹는 것'에 두기 시작했고, 프로그램은 초반의 취지와 달리 '정글 먹방'으로 변하게 됐다.

TV 화면이 아닌 정글의 한가운데 있었던 제작진에게 멸종위기종이란 단지 '먹방'의 도구에 불과했던 것일까. 제작진 스스로 확인하고 서명한 태국 당국과 맺은 계약서의 의미를 잊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태국 언론과 경찰 당국이 대왕조개를 채취한 배우 이열음에게 초점을 맞추는 동안 제작진은 어디에 있었던 걸까. 오지에 던져져 제작진을 믿고 촬영한 출연진에게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프로그램을 보며 시청자와 연예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SBS는 8일 입장을 통해 내부 조사를 실시한 후 결과에 따라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출연자 이열음 씨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글의 법칙'에 원한 것은 진정성이었다. 거짓 해명이 아닌 사실관계에 대한 구체적이고 제대로 된 해명 말이다. 그리고 잘못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정글의 법칙' 제작진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과 사과를 내놓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통해 강조했던 '진정성' 있는 설명과 사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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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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