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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만신창이가 됐지만 '설강화'가 완주를 통해 얻은 것들

최영균 칼럼니스트 입력 2022. 01. 2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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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정면돌파한 '설강화', 만약 완성도가 높았다면 어땠을까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JTBC 토일드라마 <설강화>가 다음 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방송 초반 역사 왜곡 논란이 일자 해명과 반박 내용이 담긴 3회를 한주에 몰아 방송한 탓에 막방도 홀수 회차로 남아 오는 29, 30일 최종 3회를 내보내면서 마무리한다. <설강화>는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대성공 이후 종편 드라마로 돌아온 정해인과, 드라마 데뷔하는 블랙핑크 지수의 만남이라 큰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방송 전부터 북한 간첩인 정해인과 호수여대 대학생인 지수가 사랑에 빠지는 설정에 대해 민주화 운동 폄훼를 의심하는 문제 제기가 더 뜨거웠다. 제작진은 비판 여론과는 다른 작품이라며 방송을 시작했지만 그래도 첫 회 일부 장면이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훼손했고 이후에도 우려된다며 광고 불매 운동이 벌어졌고 광고주들이 광고 철회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매스미디어로 대중에게 폭넓게 노출되는 드라마의 경우 제작이나 창작의 자율성 존중보다 보편적 가치의 훼손에 대한 감시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대중 인식의 결과였다. 앞서 SBS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광고 불매와 철회를 거쳐 폐지된 전례가 있어 <설강화>도 존폐 위기에 직면한 듯했다.

방송사 측은 결국 3회를 한주에 몰아서 방송하면서 위기 타개를 모색했다. 공개된 내용에는 민주화 운동 폄훼나 역사 왜곡으로 볼 근거는 미약했고 이번에는 간첩과 안기부를 모두 미화하는 내용이라는 추가 문제 제기는 있었지만 이 역시 미미해 방송은 계속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대중들의 여론이 제작 자율성에 개입하고 창작의 자유를 제한하는 새로운 검열이 되고 있지 않느냐는 우려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드라마에 대한 대중 여론의 문제 제기와 광고주 압박 등 실력 행사가 <조선구마사> 사례같은 이전에는 절대선처럼 받아들여지던 분위기였다가 반작용이 생겨난 것이다.

특히 <오징어게임>으로 대표되는 K-드라마의 독보적 성과들이 이어지면서 작품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검열로 작용되는 행위에 대해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좀 더 힘을 갖게 됐다. 드라마에 문제 있으면 안 보는 것으로 제재하면 될 일이지 방송을 좌초시키는 것은 과하다는 관점이다.

<설강화>가 시청률 3%(이하 닐슨코리아) 초반을 넘지 못하고 부진한 상황에 대해서도 초반 역사 왜곡 논란이 드라마 상승 동력에 타격을 입혀 그렇다는 의견도 있지만 작품의 완성도가 부족해서 그렇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후자는 <설강화>가 만약 역사 왜곡 문제가 있었어도 방송을 폐지시키려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결론인 경우도 있다. 드라마를 그냥 놔뒀어도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아 자연도태 됐을 것이라는 쪽이다.

<설강화>는 드라마 대부분이 간첩들이 호수여대 기숙사내에서 학생들에 대한 인질극으로 진행됐는데 그 긴 방송 시간 동안 인질들이 아무도 안 죽고 제멋대로 돌아다니면서 주요 사건 촉매제 역할을 하는 등 사실적이지 못한 전개가 완성도를 떨어트렸다.

물론 정치적으로 부정한 남북 고위층의 결탁 때문에 간첩들이 인질들을 쉽게 죽이기는 힘든 전제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인질극의 기본이 헐거운데 인질극으로 대부분 채워진 <설강화>의 전개는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었다. 이 밖에도 오빠가 정해인의 동료인 간첩들과 총격전 끝에 사망해서 증오하던 정해인과 지수가 사랑을 회복하는 과정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는 절대권력으로 국민의 목숨도 함부로 하던 안기부의 요원이 극초반 수색을 하려면 영장을 가져오라는 사감의 저항에 영장을 받아오고 간첩과 안기부 요원이 인질극 과정에서 한 편이 되는 등 납득하기 힘든 설정들은 이래저래 적지 않다. '위정자들의 권력욕이 만악의 근원이고 밑에서 자신의 일과 삶에 충실한 평직원과 국민들은 선이고 피해자'라는 구도, 그리고 인질극에서 서로 동화되는 스톡홀름 신드롬 등은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자주 접하는 설정이기는 하다.

하지만 간첩과 안기부장의 딸인 여대생의 사랑은 허구에서도 극단적인 상황이라 흔히 쓰이는 설정이라도 정교하고 섬세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작품을 엉성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설강화>는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 곳곳에 반전의 장치들은 성실히 준비돼 있어서 반짝이는 순간들이 분명 있는 작품이 기본 설정의 허술함으로 아쉽게 마무리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설강화>는 완주한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드라마다. 논란으로 만신창이가 됐지만 작품을 예정대로 완결 지으면서 대중 여론의 작품에 대한 판단과 행동이 좀 더 발전된 차원에서 다뤄지게 하는 장을 마련했다. 창작물이 보편적 가치를 훼손할 경우 대중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서 <조선구마사> 때만 해도 한쪽으로 쏠려 폭주하던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한 걸음 나아가 다른 의견이 공존하면서 균형을 잡고 대응도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했다.

<설강화>를 계기로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갈 길은 계속 남아있다. 보편적 가치에 대한 정의도 제각각일 수 있고 자율성의 존중은 <조선구마사>때보다 위축이 덜해졌을 뿐 여전히 제작자와 창작자가 자기 검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상황이다.

작품에 대한 보편적 가치 추구 역시 제작과 창작의 자율성 존중 못지않게 드라마 가치 제고의 양날개같은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대중 여론과 드라마의 관계에서 논란은 필연적이고 본질적인 사안이고 매번 조금 더 슬기로운 봉합의 과정을 밟아나가야 할 숙제같은 일이 아닐까 싶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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