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뼈다귀' 우리에겐 김구라·박명수 속사정을 들어줄 여유 없다

김교석 칼럼니스트 입력 2020. 11. 2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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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뼈다귀' 50세 상극 듀오 박명수·김구라, 이번엔 성공하려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예능인 박명수를 좋아한다. '거성'이라 불렸던 시절 박명수는 예능에서도 드라마나 영화처럼 캐릭터가 스토리와 상황을 만들어가는 작법을 가능하게 만든 인물이다. 대본이나 특정 포맷 없이 캐릭터플레이와 그 관계망으로 만들어가는 예능 작법인 리얼 버라이어티는 욕망과 본성에 순수하고, 타인의 눈치에 인색하며, 카메라 안팎을 불문하고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준 박명수의 캐릭터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다. 물론 <무한도전>은 김태호 PD와 유재석의 예능이지만, 이들은 당시 방송문화로는 결격에 가깝던 박명수를 발견했고 예능의 장르를 새롭게 정립한 연금술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지상파에 입성한 이후 김구라 또한 마찬가지다. 독설 캐릭터로 주목받은 시절부터 정치예능을 거쳐 유튜브에서 더욱 활발한 광폭 횡보를 보이고 있는 지금까지 그는 늘 우리 예능계의 프론티어였다. 그 또한 박명수와 마찬가지로 형식적이던 예능 문법을 타파했다. 특히 예능의 소재 확대와 무조건적인 게스트 우대, 한정된 답변의 범위, 에피소드 나열식 토크 방식, 작위적인 감정선 등 양식적인 진행 타파에 앞장섰다.

이처럼 오랜 기간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면서 예능 영역 확장에 힘써온 이 둘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뭉친다. 채널A <개뼈다귀>는 만 50세 개띠 연예인인 김구라, 박명수, 지상렬, 배우 이성재가 뭉쳐 백세 시대의 '인생 중간 점검'을 하는 중년 지향 예능이다. 동갑내기인 넷은 서로에게 진심도 털어놓고, 비슷한 처지도 공감하고, 때로는 이견도 주고받으면서 인생 전반에 대한 큰 질문을 던지고 깨닫고 고민한다. 그런데 강한 개성으로 예능 장르의 개척자로 활약한 이 둘은 공교롭게도 함께해서 잘된 적이 없었다. 공공연하게 서로 상극이라고 말하고, MBC <뜨거운 형제들>(2010), tvN <공조7>(2017) 등 함께한 예능의 실제 결과가 좋지 못하다. 그리고 그 어려운 걸 만 50세, 인생의 전환점을 막 돈 시점에서 다시 도전한다.

그런데 3회가 진행된 지금까지 기대한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조합에 힘을 준 예능인데, 함께하는 시너지에 방점이 찍혀 있지 않다. tvN <유퀴즈>처럼 다양한 인터뷰와 만남으로 인생 고민을 나누며 감성적으로 접근한다. 차림표를 보며 갖은 기대와 사뭇 다른 메뉴가 서빙된 거다. 물론, 기대와 기획이 엇갈려서일 수도 있겠다. 확실한 캐릭터들이 함께하니 서로 부딪히고 또 그 과정에서 재미를 만드는 일종의 캐릭터쇼인 줄 알았다. 실제로 웃음의 대부분이 김구라와 박명수의 티격태격에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일에 대한 생각을 나눈 1,2회나 오늘 하루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 나눈 3회까지 캐릭터쇼는 양념일 뿐 진정성과 공감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예능 프로그램이 그만의 세계관을 만들고 출연진들을 그 안으로 몰입시키지 못하면 스토리가 굴러가지 않다. <개뼈다귀>의 초반이 그런 상황이다. 상극으로 유명한 두 예능인이 티격태격하며 분위기를 끌고 가지만 익히 봐온 만큼이다. 김구라는 늘 하던 김구라고, 박명수도 <무한도전> 이후 보여주는 박명수 그대로다. 김구라는 다른 멤버들과 한 자리 정도 떨어져 앉아 '나랑 안 맞아'라며 손사래를 치고, 박명수는 우격다짐으로 달려든다. 모두 어딘가 익숙하다. 이 프로그램에서만 볼 수 있는 신선한 관계나 재미, 새로운 캐릭터의 변화 등이 아직 없다. 게다가 모두 베테랑이지만 <개뼈다귀>가 지향하는 감성적인 접근을 잘 살리는 데 장점이 있거나 적극적인 멤버가 없다. 기대되는 재미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어색함이 앞서는 이유다.

인생 점검 프로젝트를 내세운 만큼 공감을 일으켜야 하는데, 플레이어들에게 감정이입이 쉽게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일과 은퇴에 관한' 첫 번째 주제가 그 간극을 더 벌렸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연예인의 인생 상담과 속사정을 들어줄 여유를 가진 시청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출발선이 늘 생계 너머에서 설정되기 때문이다. 일을 자아실현 차원에서 취사선택할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사회인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인생의 태도, 고민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답을 찾는 콘텐츠가 그리 잘 통하지 않는 건 높은 확률로 누구나 갖고 있는 보편의 정서보다 그들의 특수한 환경이 더욱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멤버들은 답을 찾고자 선배를 찾아가고, 스님을 찾아가고, 평소 배우고 싶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친한 후배가 운영하는 카센터를 찾아간다. 그러나 진지하고 진정성을 내세울수록 점점 내 이야기와는 멀어지고, 지극히 방송을 위한 상황만 남는다.

김구라는 <개뼈다귀>에서 예의 찌푸린 얼굴로 연신 "상투적인 걸 하면 안 돼"라고 말한다. 그러나 방송은 그의 지론을 무색케 하며 이 프로그램만의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헤매고 있다. 김구라와 박명수는 <라디오스타>부터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해오던 모습을 그대로 반복하고, 지상렬의 존재감은 <도시어부>의 반에 반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성재는 격의 없이 어울리지만 아무래도 한 발 빠져 있다. 함께 모여 빌드업 하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3회 들어 어느 정도 분위기에 변화를 줬지만, 워낙 익숙한 인물들이라서 그런지 넷의 조합으로 시청자와 친해지고 교감할 대면 기회를 별달리 마련하지 않았다.

<개뼈다귀>가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출연진을 상투적이지 않게 보여주는 관점의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 출연진들이 몰입하도록 프로그램의 세계관을 형성해야 한다. 주제에 대한 진정성은 두 번째 문제다. 주제의 무게감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고 스스로 리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말을 하면 할수록 캐릭터쇼의 매력과 멀어지는 작위적인 설정과 교훈을 남기려는 강박만 두드러질 뿐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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