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혼' 이재욱,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났니?

박생강 칼럼니스트 2022. 8. 2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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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무협 속 살아있는 현실 남친 같은 인간적인 매력
'환혼', 이재욱이 주인공으로 합격점인 이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tvN 토일드라마 <환혼>은 술술 넘어가는 무협드라마지만, 생각보다 주인공들이 연기하기 쉬운 작품은 아니다. 가상의 국가 대호국을 중심으로 '환혼인'의 비밀을 파헤치는 서사 속에 홍자매 특유의 깨알 로맨스와 코미디 재미까지 양념으로 끼얹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절한 특수효과와 배우들의 조화로운 연기는 한국에서 낯선 이 드라마의 성공을 이끌었다. 일단 <환혼>에서 중견 배우들은 무협물에 어울리는 묵직한 품위와 깨알 잔재미를 능숙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환혼> 특유의 로맨틱코미디 전개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꾸준한 인기를 끌지는 못했을 것이다.

더구나 <환혼>의 로맨스는 로코물 전성기 코드를 새롭게 버전업한 재미가 있다. <환혼>의 여주인공 무덕이(정소민)는 무자비한 살수인 낙수(고윤정)의 혼이 실려 있다. 그 때문에 무덕이는 냉철한 살수와 순박한 무덕의 양쪽 모습을 오간다.

이런 무덕이는 <꽃보다 남자>까지는 아니지만, 무한매력을 지닌 세 명의 대호국 꽃미남의 사랑을 받는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무덕이 세 명의 남자들과 오가는 로맨스는 미묘하게 결이 다르다. 주인공 장욱(이재욱)과는 홍자매 특유의 남녀주인공의 말싸움이 오가면서 앙숙에서 연인으로 발전해가는 구도다. 반면 서씨 집안의 귀공자 서율(황민현)은 여주인공의 편이 되어주는 부드러운 꽃미남이다. <겨울연가>의 준상이 같은 주인공인 셈. 또 대호국 세자 고원(신승호)은 전형적인 재벌급 능력의 나쁜 남자다. <꽃보다 남자> 구준표의 무협극 버전 혹은 임성한이 만들어낸 왕모 유형 남자주인공의 MZ세대 버전 같은 캐릭터다.

<환혼>에서 무덕이와 로맨스 라인을 쌓는 세 명의 남자주인공들은 아직 젊은 배우이지만, 드라마의 맛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

황민현은 아련하고 애틋하고 부드러운 서율 캐릭터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아이돌 출신 남자배우들이 범하기 쉬운 이글이글한 눈빛의 느끼한 연기 없이 담백한 표정과 대사처리만으로도 연모의 감정을 보여주었다.

한편 악역으로 커리어를 쌓아온 신승호는 <환혼>의 왕세자 고원으로 남자다우면서도 은연중에 심술궂지만 귀여운 매력을 살려냈다. 특히 고원은 배우가 연기를 잘못하면 자칫 구준표 류의 아류가 될 수 있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고원은 무뚝뚝한 남성미를 더하면서, 무협드라마의 악역과 로맨스의 츤데레 서브남주의 매력을 동시에 살려냈다.

이토록 다양한 로맨스의 결이 살아있지만 <환혼>에서 장욱이 주인공인 것만은 틀림없다. 장욱 역의 이재욱은 무덕이와 가장 많은 로맨스 서사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환혼술의 중심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이다. 사실 이재욱이 극초반 대작 <환혼>에 어울리는 남자주인공인지에 대해 의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재욱은 교과서적인 연기와 생활연기를 고루 소화해내는 배우였다. 하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존재감의 배우는 아니었다. 또 판타지로맨스의 멋진 남주보다는, 일상 로맨스의 현실 남친 같은 분위기의 배우이기도 했다.

하지만 <환혼>에서 이재욱은 장욱의 역할을 굉장히 훌륭하게 소화했다. 일단 홍자매 특유의 치고받는 말싸움의 맛을 굉장히 잘 살려냈다. 기본적으로 뚱한 표정이 어울리는 배우여서, 투덜대는 말투 안에 살짝 '설렘' 포인트를 담아내는 장욱의 캐릭터에 잘 어울렸다. 여기에 이재욱은 <환혼>의 중반 무덕이를 걱정하는 진지한 연기에서 극의 무게감을 살리기에 충분했다. 또한 무협드라마 특유의 액션 장면에서도 빼어난 연기를 보여주었다.

결국 주인공 장욱 이재욱 덕에 <환혼>의 복잡한 퓨전의 가닥들이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이 있다. 그리고 이재욱이 아니었다면, <환혼>의 남주 장욱은 판타지 무협 안에서 살아있는 현실 남친 같은 인간적인 매력이 살아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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