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두둑한 할미팬·이모팬 .. 요즘 걸그룹, 女心이 키운다

박세희 기자 2022. 8. 1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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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
아이브
뉴진스

■‘언니 팬덤’ 공략하는 4세대 여자아이돌

걸크러시 콘셉트 ‘에스파’ 세계관 공유로 유대감…164만장 판매 신기록

공주님 불리는 ‘아이브’ 40대 팬 > 10대 팬 … 딸 키우는 느낌으로 응원

뉴트로 돌풍 ‘뉴진스’ 1990년대 1세대 걸그룹 연상 … 30대 팬덤 강력

“예쁜 우리 갓기(God+아기)들… 할미팬은 설렐 뿐” “낳은 적 없는 딸 보는 기분∼이모가 많이 아껴.”예전부터 걸그룹이 돈이 안 된다는 속설이 있었던 것은,‘화력’이 강한 여성 팬덤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세대 걸그룹인 SES, 핑클부터 소녀시대 등에 이르기까지 주로 남성 팬과 여성 팬의 비율은 7대 3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경향은 변하고 있다. 각기 다른 매력으로 걸그룹들이 여성 팬덤을 끌어모으는 것. 이젠 여성 팬덤이 걸그룹을 ‘키우는’ 시대가 됐다.

◇걸크러시 콘셉트로 여성팬 끌어모은 ‘에스파’

에스파가 지난 7월 8일 발매한 두 번째 미니앨범 ‘걸스’는 164만5255장이 판매돼 K-팝 걸그룹 음반 판매량 신기록을 달성했다. 앞서 에스파는 선주문만으로 161만 장을 기록했고 초동 판매량 142만 장으로 K-팝 걸그룹 최초 초동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초동’이란 앨범 발매 첫 일주일을 말하며, 초동 판매량은 이 기간의 앨범 판매량을 말한다. 팬덤의 화력을 알아볼 수 있는 지표다.

에스파가 그만큼 팬덤의 화력이 크다는 것인데, 그 주요 요인으로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의 인기와 함께 강력한 여성 팬덤이 꼽힌다. 에스파는 당찬 가사와 여전사 콘셉트로 여성 팬을 확보했다. 데뷔곡 ‘블랙 맘바’를 비롯해 ‘넥스트 레벨’, 야만적이라는 뜻의 ‘새비지’(Savage)까지, 에스파는 걸크러시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다.

또 에스파는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세계관’이 가장 강력하게 적용된 그룹이다. ‘메타버스 걸그룹’인 에스파는 현실 세계 멤버와 메타버스의 가상 세계 멤버가 함께 있는데 현실 세계 멤버들과 가상 세계 멤버들이 함께 ‘광야’로 나아가 악당인 ‘블랙 맘바’를 물리치고 조력자 나이비스와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간다는 게 지금까지 공개된 에스파의 이야기다. 이런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은 팬들로 하여금 아티스트와 연결돼 있다는 유대감과 일체감을 갖게 한다. 여성 팬들은 특히 더욱 이 스토리에 공감하고 몰입하며 세계관 안에서의 유희를 즐기고 있다.

◇‘MZ세대 워너비’이자 ‘아기들’로 예쁨받는 ‘아이브’

아이브의 경우는 에스파와 조금 다르다. 아이브는 아이즈원 출신인 장원영과 안유진이 소속된 팀으로 데뷔 전부터 화제를 모았으나 이후 데뷔곡 ‘일레븐’과 ‘러브 다이브’가 해낸 성과는 그보다 더 훌륭하다. 특히 ‘러브 다이브’는 지난 5월 1일 공식 활동을 종료한 후에도 유튜브 국내 인기곡 차트에 19주 연속 상위권에 올라있고, 멜론차트에도 4위(8월 8∼14일 집계)에 올라있다. 아이브의 인기는 특히 여성 팬덤에서 강력하다. 오는 22일 발매되는 세 번째 싱글앨범 ‘애프터 라이크’ 예약판매 비율을 알라딘 음반 홈페이지에서 성별로 분석한 결과, 여성이 68.7%, 남성이 31.3%다. 40대 여성이 25.4%로 가장 높고 그다음이 10대 여성(22.4%)인데 이는 아이브가 갖는 팬덤의 분포와 비슷하다.

10∼20대 여성에게 아이브는 ‘워너비’ 그룹이다. 팬들에게 ‘공주님’으로 통하는 장원영과 최근 예능에서 통통 튀는 모습을 보여주는 안유진이 특히 그렇다. 소속사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도 아이브를 ‘MZ세대의 워너비 아이콘’이라고 홍보한다.

30∼40대 여성 팬들에게 이들은 또 다른 의미의 ‘공주님’들인데 가장 나이가 어린 멤버 ‘이서’는 2007년생이며 장원영과 안유진은 각각 2004년생, 2003년생이다. 아이브의 20∼30대 여성 팬들은 어린 나이의 아이브 멤버들을 ‘아기’에 빗대 ‘아기브’(아기+아이브), ‘갓기’(God+아기) 등으로 부르며 마치 한참 어린 동생이나 딸을 키우는 느낌으로 이들을 응원한다.

아이브의 팬인 최하윤(35) 씨는 “남성 아이돌을 향한 팬심에 ‘유사 연애’의 감정이 있다면 여성 아이돌을 향한 팬심에는 ‘유사 육아’의 감정도 있다”면서 “좋아하는 가수가 무대도 잘해내고 활동을 잘해낼 때 기특하고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라고 말했다.

◇SES 언니들 생각나게 하는 뉴트로…‘뉴진스’

지난 1일 공개된 후 연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뉴진스’의 경우는 또 다르다. 뉴진스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샤이니, 소녀시대 등의 콘셉트를 기획했던 유명 아트디렉터 민희진이 하이브로 옮긴 뒤 캐스팅부터 트레이닝, 데뷔까지 전 과정을 진두지휘해 야심 차게 선보인 걸그룹으로 다른 걸그룹들과는 차별화되는 ‘룩’과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데뷔곡이자 현재 멜론 차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어텐션’의 공식 뮤직비디오에는 “어릴 적 ‘라떼’시절 1세대 걸그룹 언니들 컴백 무대를 볼 때 딱 그 느낌이다. 정말 너무 예쁘다” “민지언니 대박이다. 귀여우면서도 살짝 시크한, 완전 최애(가장 사랑함)” 등의 댓글이 달렸다. 1990년대 가요와 같은 분위기를 가지면서도 트렌디한 느낌이 절묘하게 합쳐진 곡들로 예전 SES나 밀크, 에프엑스 등을 좋아했던 3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팬덤이 강력해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아이돌들은 잘 하지 않는 긴 생머리와 진하지 않은 화장, 도전과 당당함을 담은 걸그룹 노래 가사와 달리 10대 소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것도 주효해 보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4세대 걸그룹과 1∼3세대 걸그룹들의 차이는, 이런저런 변화를 시도했던 이전과 달리 이 걸그룹이 가진 색을 유지해 팬덤을 지속시킨다는 것이다. 특정 팬덤의 ‘취향을 저격’하는 것”이라며 “걸그룹들이 남성 팬들에게 어필하려 했던 것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고, 이젠 여성 팬덤의 취향을 저격하는 콘셉트나 퍼포먼스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소속사들의 대중공략법은- SM ‘앞서는 기획력’ … 스타쉽 ‘뚜렷한 콘셉트’ … 어도어 ‘차별화·솔직함’

에스파와 아이브, 뉴진스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어도어(하이브 산하 레이블)에 4세대 걸그룹의 대중 공략법을 물었다.

◇SM “흐름을 앞서가는 기획력”

SM은 “흐름을 앞서가는 기획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SM은 ‘세계관’을 처음으로 선보인 기획사로, 보이그룹 ‘엑소’의 멤버들은 각각 태양계 외행성 ‘엑소플래닛’에서 왔으며 각각 순간이동과 비행, 치유 등의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을 갖고 데뷔한 바 있다.

SM은 이후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 동방신기, 최초의 다인조 그룹 슈퍼주니어, 걸그룹의 새 지평을 연 소녀시대 등 새로운 아이돌 모델들을 선보여왔다.

에스파 역시 현실 멤버와 가상의 멤버가 함께하는 최초의 ‘메타버스 걸그룹’이다.

SM은 “가장 기본적인 것은 콘텐츠의 완성도지만 그에 더해 시대를 앞서가고 트렌드를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스타쉽 “뚜렷한 콘셉트”

아이브는 ‘I have’의 줄임말로 ‘우리가 가진 것들을 모두 당당히 보여드리겠다’는 의미다. 스타쉽은 “단순히 귀여운 분위기의 하이틴 콘셉트가 아닌, 당당한 매력을 담은 소녀다움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자기애를 뜻하는 ‘나르시시즘’을 키워드로 잡았고, 당당한 태도와 주체적인 메시지를 담은 가사가 MZ세대에게 공감을 일으켰다고 스타쉽은 분석했다.

스타쉽은 또 ‘일레븐 챌린지’ ‘러브 다이브 챌린지’ 등 ‘챌린지’가 화제가 되며 큰 인기의 요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틱톡·인스타그램 등에는 아이브의 안무를 따라 하는 영상이 수천 개 올라와 있다.

◇어도어 “차별화”

어도어는 “뉴진스를 기획할 때 다른 음악, 건강한 아이돌, 보편적 매력, 솔직함 등이 주요 키워드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금까지 선보인 뉴진스의 음악들은 최근 걸그룹들이 보여준 음악들과 다른 매력의 곡들로, 1990년대 감성이 배어 있다.

또 어도어는 섹시하고 강한 콘셉트의 다른 걸그룹들과 뉴진스를 차별화하기 위해 멤버들의 화장은 연하게 하며 긴 생머리와 스포티한 의상으로 ‘자연스럽고 건강한 매력’을 강조한다.

어도어는 “뉴진스는 처음 기획할 때부터 음악과 콘텐츠 자체에 집중하는 팀이었다”며 “좋은 콘텐츠는 시대를 불문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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