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영심 음악감독 "박은빈은 영우 그 자체..'우영우' 효과 지속되길"(인터뷰)

박세연 2022. 8. 1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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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노영심 음악감독이 드라마 참여 소회를 밝혔다. 제공|조세현 사진작가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 연출 유인식, 이하 '우영우')가 올 여름 방송가를 강타했다. 자폐스펙트럼을 지닌 천재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우영우'는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의 편견, 부조리에 맞서 나가는 변호사 우영우의 도전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펼쳐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청자들까지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우영우'를 통해 방송가 최고 스타로 등극한 타이틀롤 박은빈을 비롯해 강태오, 강기영, 하윤경, 주종혁, 주현영 등 배우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우영우'를 완성했고, 주가를 높이며 그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우영우' 극본을 쓴 문지원 작가와 유인식 감독 역시 탄탄한 기존 커리어를 뛰어넘는 수작(秀作)을 완성해내며 그 명성을 입증했다.

그리고 여기, 반가운 이름이 크레딧에 보인다. 세상에 맞서는 '우영우'의 험난하지만 아름다운 여정을 때로운 통통 튀는 경쾌함으로, 때로는 묵직하고 진실된 음악으로 전하는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 노영심 음악감독이다.

90년대를 풍미한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곡가인 노영심은 2000년대 들어 드라마 '연애시대', 영화 '싸움', '아홉살 인생', '꽃섬' 등 다수 작품의 OST를 도맡아왔다. 2006년 방송된 후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연애시대' OST를 통해 롱런하는 음악의 힘을 보여준 그는, 이번엔 '우영우'를 통해 다시 한 번 음악과 드라마가 들려줄 수 있는 최고의 컬래버레이션을 들려준다.


'우영우' 음악감독은 왜 '노영심'이어야 했나


노영심 음악감독은 `우영우` 작업에 참여하며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제공 | 조세현 사진작가

"영우(英禑)처럼 저도 '꽃부리 영'(英)에 '마음 심'(心)이에요."

누군가에겐 소소하게 느껴질 공통점일 수 있지만, 어쩌면 노영심 음악감독에게 '우영우'는 운명(!)의 상대가 아니었을까. 최근 서울 부암동 목석원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노영심 음악감독은 '우영우' 작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부터 드라마 음악 작업기 그리고 '우영우'가 전하는 묵직한 울림에 대한 생각을 들려줬다.

"사실 다들, 걱정이 많았어요. 배우도 감독도 저도. 장애인이 주인공인 작품이라, 여러가지로 마음 안에 끙끙거리면서 했던 작업이었죠. 드라마가 뚜껑이 열리기 직전까지도 저희로선 마음을 놓지 못했던 부분이었어요. 지금은 답이 나왔지만 답이 안 나온 상태에선 노심초사하면서 만들었는데, 잘 만드신 거죠.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 마음을 떠올리면, 누군가의 올해의 큰 운으로 인해 잘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언제나처럼 수수하면서도 맑은 얼굴의 노영심 음악감독은 '우영우'의 메가 히트에 대한 소회를 묻자 예의 담담하게 솔직한 속내를 꺼내놨다. 그는 "작품에 참여한 입장에선 드라마가 잘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지, 너무 좋다는 생각까지도 못 하고 있다"면서 "어떻게 잘 마무리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많다"고 했다.

노영심 음악감독이 '우영우'에 참여한 건 1년 전이다.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왔지만 소위 메인 스트림이 아닌, 가령 교도소 순회 공연이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공연, 소방관 가족을 위한 공연 등 그의 마음이 향하는 다양한 무대를 주요 활동 영역으로 삼아오다보니 대외적으로 초야에 묻혀 있는 이미지가 강했던 그에게, '우영우' 제작사는 혼신으로 접근했다.

"일단, 너무 오랜만에 작업하는 거였어요. 공장문을 닫았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그런데, 이 작품을 봤을 때 왠지 제가 해야될 것 같았어요. '우리(노영심 음악팀)가 적임자다' 이런 게 아니라, 제작사에서 저를 되게 힘들게 찾으셨어요. 제가 외부에 노출이 안 되다 보니, 평창(노영심이 음악감독으로 5년째 참여하고 있는 국제 스페셜 뮤직&아트 페스티벌) 쪽으로 메일을 보냈다더라고요. 이런 접근은 하기 어려운데, 그런 노력이 감사했죠. 그분들로선 저를 찾기 위한 딱 하나의 레이더였을 지 몰라도, 평창도 발달장애 쪽이라 연결고리가 이어지고 있던 것 같아요."

여느 음악인보다 따뜻한 행보를 이어온 노 음악감독의 음악 활동 중 '우영우'와의 만남을 이끈 건 수년째 참여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국제 문화축제인 '국제 스페셜 뮤직&아트 페스티벌'이다. 어떤 특별한 '계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이름처럼 '꽃부리'같은 마음의 이끌림으로 함께 해 온 지도 어느새 5년째.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세운 드라마인 만큼, '우영우'를 온전히 마음으로 이해하고 그의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어쩌면 가장 최적화된 음악감독은 바로, 아니 오직 그였다.


"거꾸로 해도 똑바로 해도 우영우, 메인 테마의 시작"


노영심은 선우정아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상상`을 썼다고 밝혔다. 제공|조세현 사진작가

'우영우' 유인식 감독은 노영심 특유의 감성을 '우영우'에 고스란히 데려왔다.

"감독님이 저에게서 뽑아내고 싶은 건 정확했어요. 제가 쓰는 피아노의 따뜻함, 음악의 본질뿐만 아니라, 이제껏 저의 영향력, 느낌들? 이미지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음악 혹은 스코어만 보진 않아요. 이게 누구의 음악이었다는 연관성에서 '우영우'를 추앙하게 되는 건데, 그런 것들에서 감독님은 노영심의 피아노, 노영심의 감성을 생각하신 것 같아요. 노영심 음악이어야 한다는 어떤 확고함과 끈기가 대단했죠. 감독님이 처음 저희 음악실에 와서 음악을 들으셨을 때, 제 피아노가 영우와 생각보다 더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으시고, 내가 잘했구나 하셨다고 들었어요."

'우영우'의 곳곳을 채운 음악들은 우영우의 눈빛, 손짓 하나하나에 힘을 더해줬고, 스토리와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몰입을 높였다. 그 결과, '우영우'는 우리 모두의 영우가 됐고, '우영우'에 등장한 테마곡 또한 모두의 음악이 됐다.

"모든 드라마에 음악이 존재했고, 많은 음악들이 있었죠. 많은 음악들이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우영우'를 좋아하는 마음과 여러가지 의미들, 어떻게 보면 드라마로 파생된 느낌 속에서 음악의 역할을 더 크게 생각해주시는것 같아요. 처음엔 주변의 발달장애, 자폐 스펙트럼 자녀를 둔 부모들이 불편해할까봐 이 드라마 한다고 얘기 안 했는데 보신 분들이 너무 좋다고 너무 잘보고 있다고 피드백을 주셨어요. 감독님은 그 말이 너무 행복하다고 하셨죠."

노 음악감독의 한마디 한마디는 단단한 겸손 그 자체였다. 그는 "기능적으로 장면을 묘사하는 음악을 하되, 대본을 봤을 때 '이건 음악이다' 싶은 부분에선 감독님도 똑같은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면서 감독과 철저히 합을 맞춰가며 작업했음을 강조했다. 다만 그는 "개인작업과는 많이 달랐고, 최대한 나 때문에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애썼다"고 결과적으로 '힐링'을 선사한 음악이 탄생하기까지의 고뇌의 과정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우영우'의 테마 중엔 두 개의 음에서 시작되는 게 많았다. 노 음악감독은 "거꾸로 해도 똑바로 해도 우영우잖나"라며 "여기서 모티브를 얻어 도미도, 미솔미 이런 식으로 똑바로 해도 거꾸로 해도 동일한 멜로디의 작법을 많이 활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작법이 실제 발달장애인에게 음악을 가르쳐줄 때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이게 우리 테마 음악에 있어 중요한 시작이 됐다"고 설명했다.

오프닝 타이틀에 얽힌 비하인드도 소개했다. "처음엔 훨씬 딥한 음악이었어요. 발달장애, 자폐 등의 진정성, 진지함에 몰두하다 보니 딥하게 가져갔어요. 우영우 테마로 잡은 엉뚱발랄함에 접근을 안 했던 거죠. 그러다 첫 리딩에서 은빈씨가 캐릭터를 잡아가면서 지브리 애니메이션 주인공 같은 느낌으로 가게 됐죠."

노 음악감독은 "우리 마음 속엔 진정성이 가득하지만, 이걸 전달할 때 드라마에서 어떤 어법으로 해야할까 굉장히 고민했고, 조금 더 밝게 가자는 결론을 내렸다. 우영우라는 인물의 캐릭터는, 따뜻함보다 더 위에 올려줘야 하는 제1의 테마였다"며 "기존 작업은 어두운 건 아니고, 진지했는데 지금은 그간 만들어둔 게 미련이 없을 정도"라며 빙긋 웃었다.

오프닝 외 또 하나의 우영우 시그니처는 '고래'였다. 시시때때로 우영우의 머릿 속을 헤엄치다 솟구쳐오르는 고래를 표현하는 효과음은, 다름아닌 사람의 목소리로 완성됐다. 아카펠라 그룹 메이트리의 입을 통해서였다. 그는 "굉장히 중요한 시그니처인데, 문득 아카펠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의 목소리로 완성하게 됐다. 메이트리 분들이 굉장히 성실하게 작업에 임해줬다"고 말했다.


"너를 보며 나를 생각했어", '용기'의 주제의식이었다


노영심은 발달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만나며 `우영우`를 떠올렸다고 전했다. 제공|조세현 사진작가

메이트리를 비롯해 김종완(넬), 선우정아, 원슈타인, 오존, 수지까지. '우영우' OST에 참여한 뮤지션들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우영우'의 첫 번째 OST를 장식한 '용기'에 대해, 노 음악감독은 첫 소절인 '너를 보며 나를 생각했어'로 모든 설명을 대체했다.

"이런 이야기가 노래로 나오면 좋겠다는, 주제의식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여기서 노래를 만들면서 '이 얘기 한 줄 하면 될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그게 김종완이 부른 '용기' 속 '너를 보며 나를 생각했어'였죠. 세상의 모든 약자를 보면서, 한번쯤은 나를 반추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은데, 멜로디와 가사가 동시에 나오는데 되게 찌릿찌릿했던 것 같아요."

선우정아가 부른 '상상'에 대해 노 음악감독은 "파도를 멋지게 타고 올라오는 고래의 날개를 펼쳐줄 목소리로, 영우가 세상 사람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고래가 자주 나오는 제주도 대정마을에서 완성했다"고 전했다. "'상상'을 만들면서 정아의 목소리가 좋겠다고 생각했고, (선우)정아 역시 스케줄이 많았는데도 자기가 꼭 불러야겠다고 했는데 고마웠어요." 선우정아는 작곡 당시 노 음악감독이 상상했던 목소리와 분위기 그대로 완성했고, 현재 '상상'은 '우영우' OST 중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노래 자체로 우영우를 들려주는 곡 '안하기가 쉽지 않아요'에 수지가 참여하게 된 건 유 감독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수지가 유 감독의 전작 '배가본드' 주인공이었던 인연에, 강승원 음악감독의 프로젝트 음원에 참여하는 등 가수로서도 조용히 빛나는 행보를 걸어온 수지에 대한 믿음에서였다. 노 음악감독은 "수지에게 최대한 안정감을 주기 위해 수지가 강승원 감독의 음원을 녹음했던 스튜디오에서, 강승원 감독도 함께 있는 상황에서 작업했다"고 작업 당시를 떠올렸다.

덕분에 수지의 다정하고도 담백한 음성이 담긴 곡이 완성됐다. 이 곡은 특히 우영우와 이준호(강태오 분)의, 거부할 수 없는 로맨스 장면에 적절히 삽입돼 드라마 속 멜로 라인 '앓이'에 빠진 시청자들의 무한 지지를 얻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의 EQ적 특성이 명백했기에, 그의 로맨스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특히 자폐인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글(가사)로 쓰는 과정은, 그들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있지 않는 한 힘든 일이었단다.

"우영우와 이준호의 첫키스가 등장한 장면이 10화인데, 제가 인상적이었던 건 대본이었어요. 두 사람이 아파트 복도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과정에서 아파트 불빛이 센서에 의해 깜박깜박하는데, 대본을 볼 때 그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깜박깜박을 염두에 두고 시작했어요. 그래, 이 로맨스를, 쓸 수 있겠구나 싶었죠."

그렇게 노 음악감독의 손길은 그야말로 '매직'이었다. 긴 회차에 걸쳐 켜켜이 쌓아올려진 우영우와 이준호의 로맨스에 그의 음악은 세상 무해(!)한 조미료가 돼 시청자에 최고의 풍미를 안겼다. 그는 "사실 '우영우'는 원톱 드라마인데, 로맨스도 준호에게도 집중된다는 건 성공"이라며 빙긋 웃었다

이 외에도 원슈타인의 '기울이면', 오존의 '베러 댄 벌스데이' 역시 '우영우'의 적재적소에 등장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원슈타인은 내가 보낸 내용에 더해 본인도 가사를 써보며 너무 의욕적으로 열심히 임해줬고, 오존 역시 끝까지 함께 해주는 게 너무 고마웠다"고 전했다.


"'우영우' 박은빈, 고민의 깊이가 좋았다"


노영심 음악감독이 박은빈의 OST 녹음 작업 후기를 들려줬다. 제공|조세현 사진작가

노 음악감독은 제주도 촬영장에서 본 '우영우' 박은빈과, OST 녹음실에서 만난 배우 박은빈에 대한 감상도 전했다.

"제주 촬영장에선 은빈씨가 워낙 밝게, 본인이 몰두한 콘셉트로 촬영에 임하니 늘 현장이 밝은 분위기였죠. 감독님께도 많은 영감과 에너지를 줬다고 들었어요. 제주 촬영장에 커피차는 없으니, 음악하는 친구들과 함께 직접 미숫가루를 타서 미숫가루차를 했는데 먼발치에서 본 박은빈은, 그냥 영우 자체더라고요. 미숫가루를 받을 때 움찔하며 고마워하는 모습조차도요."

'제주도 푸른 밤' 녹음 과정에서 목격한 박은빈의 성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노래할 땐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제가 노래를 많이 불러본 사람이 아니라서,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만들어주세요'라고요. 그러면서 상대방의 의사를 물어보면서 진행했는데, 그런 점들이 모두를 미소짓게 한 것 같아요. 저 역시 '이렇게 해도 될까' 고민하며 작업하는데, 그런 사람이 또 있어서 좋았어요."

작업 태도 면에서 노 음악감독이 박은빈과 교감한 지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우영우' 1화 반응이 좋게 나오면서 나온 박은빈 기사 중 '자폐 스펙트럼이란 장애를 내가 연기해도 될까 고민이었다'는 인터뷰 내용이 있었는데, 그 고민의 깊이를 높이 샀어요. 그 고민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저도 '어떤 마음으로 해야겠다'고 쉽게 표현하지 못한 고민이 있는데, 그게 너무 좋았어요."

노 음악감독이 발달장애를 가진 이들의 레슨을 진행하고, 캠프에 참여한 경험은 자연스럽게 이번 '우영우' 작업에도 큰 도움이 됐다. '우영우' 음악 작업을 마친 뒤 참여한 이번 캠프에선 "영우를 생각하게 되더라"고도 했다.

"사실 우리가 장애인을 보면 몸을 기울이게 되는데, 너무 기울여주려고 하는 태도가 오히려 좋은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해요. 아무렇지 않게 툭툭 응해주는 것. 내가 너무 해주려 하지 않고 나대로 하게 되는 것. 그게 좋았어요. 발달장애인은, 그냥 그 모습으로 살아가는 건데, 어쩌면 엄마의 무게만큼 아이가 어두워지거든요. 더 무겁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게,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시선을 내가 찾아간다는 게 너무 좋은 것 같고, 거기서 '용기'의 첫 마디를 떠올리게 됐죠. 저 역시 이번에 아이들을 보는 시선을 그렇게 하려 노력했어요."

'우영우'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노 음악감독은 "우영우가 전해준 이야기가 계속 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그는 "'우영우'가 콘텐츠로서 성공하면서 가게 되는 길이 있겠지만, 저는 '우영우'의 효과가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고 그 정서(자폐인에 대한 사회적 환기)가 지속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힘 줘 말했다.

그런 바람을 담아 노 음악감독은 OST 마지막에 '히든'을 숨겨뒀다. "OST 맨 마지막엔 이 세상에 자폐를 겪는 사람, 자폐 가족에게 주는 메시지가 들어있어요. 마지막 곡으로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아가려 하는, 소통이 어려운 모두에게 주는 위로죠. 기다리면 된다는, 그런 마음이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노영심은 드라마 `우영우`가 끝나도 메시지는 오래오래 남기를 바랐다. 제공|조세현 사진작가
점점 더 각박해져가는 사회 속, '우영우'가 준 타인에 대한 열린, 너그러운 시선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영우가 발견하는 시선이 새롭잖아요. 자기 사고 체계로 바라보지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게 있어요. 영우는 항상 남의 이야기를 골똘하게 듣잖아요. 그래서 재판에서도 자기만의 시선이 있고 타인을 향해 있는데, 우리 사회는 많이 닫고 있는 것 같아요. 그 부분이 우리가 영우를 봐야 할, 영우에게서 배울 긍정적인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30년 동안 한결같이 '좋은 음악'으로 대중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 노영심. 그가 세상에 내놓아 온 '좋은 음악'은, 그 역시 '좋은 사람'이라는 명제를 보여주는 듯 하지만 그는 "누군가에게 절대적으로 좋은 사람일 수 있을까. 다만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건 말하고 싶다"고 했다.

"최근 가치관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가치관이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작게나마, 진실되게 진심을 전하려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그 정도면 될 것 같아요." 미소와 함께 돌아온 그의 말이, 마치 그의 음악처럼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노영심은 이화여대 음대(피아노 전공) 재학 시절인 1989년 변진섭의 '희망사항' 작사, 작곡가로 대중음악계 화려하게 데뷔했다. 1992년 '희망사항'의 답가 '별 걸 다 기억하는 남자'를 내놓고, 그 해 자신의 이름을 건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로 대중 앞에 나서 활동하며 본격적으로 뮤지션의 길을 걸어왔고,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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