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이정재와 23년만 재회, 더 잘해내고 싶었어요"[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2. 8. 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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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우성,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배우 정우성에게서 이정재는 뗄 수 없는 존재다. 영화 ‘태양은 없다’(1999)에 함께 출연한 이후 23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정을 유지하며 아티스트컴퍼니란 매니지먼트사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소속사가 있던 지명을 따 두 사람에겐 ‘청담부부’라는 별칭도 생겼다. 한 포털사이트에선 정우성 프로필의 배우자란에 ‘이정재’ 이름 석자를 올리는 웃지 못할 실수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이정재가 메가폰을 쥐고 정우성과 함께 타이틀롤로 나선 첫 영화 ‘헌트’를 대중 앞에 내놓을 참이다.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작품으로 재회한 셈이다.

“그동안 흐른 세월이야 당연히 느끼죠. 그래서 오랜만에 둘이 만나 작업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도 생겼어요. 더 잘해내야 하니까요. 영화의 본질적인 재미도 있어야 하고 캐릭터를 구현하는 두 배우로서 연기의 완성도도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시사회 직후 평가를 보면서 ‘그래도 우리가 나쁘지 않게 해냈구나’를 확인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아요. 시사회 끝난 뒤 동료들이 좋은 자극을 줘서 고맙다고도 하더라고요. 여러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 같아 뿌듯했어요.”

정우성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나 ‘헌트’로 이정재와 뭉친 소감부터 작품에 대한 애정, 그리고 ‘보호자’를 연출하며 감독으로도 도전장을 내는 심경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 “이정재가 출연 제안 4번, 모두 다 고사”…왜?

이정재는 감독으로서 첫 도전을 앞두고 정우성에게 4번이나 출연을 거절당했다. 이유를 묻자 남다른 배려심 엿보이는 대답이 돌아왔다.

“영화 원작 시나리오 판권을 사고 감독들을 만나봤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이 없었나봐요. 어느날 제게 ‘나보고 직접 연출해보라는데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묻더라고요. 웃었어요. 왜냐하면 저도 당시 ‘보호자’를 연출하고 있었는데 ‘이 양반도 고생길로 접어들겠다’ 싶었거든요. 그러면서도 제가 도울 일 있으면 도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출연을 제안하더라고요. 근데 생각해보세요. 연출에 도전하기도 힘든데, 저까지 합류하면 ‘너희 둘이 북치고 장구치고 얼마나 잘 하느냐 보자’는 시선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도 더 높아질 수도 있고요. 둘이 23년만에 뭉치면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것 대신엔 짐 하나 덜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도전을 이겨내라라는 차원에서 거절을 했죠. 그런데 계속 제안을 하더라고요. ‘아, 정말로 고난의 길을 가려고 하는구나. 오케이. 그렇게 마음 먹었다면 그 길 끝 계단이 다 깨져도 후회하지 말고 치열하게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수락했어요. 하하”

영화 ‘헌트’ 속 이정재(왼쪽)와 정우성.



다행히 시사회 이후 나쁘지 않은 평가들이 이어졌다.

“선배 감독들을 초대한 시사회에서 ‘어쩌다보니 운이 좋아 한국영화부흥기라는 1990년대에 데뷔해 청춘스타라는 수식어를 얻었어요. 외형적으로만 스타일 때도 있었지만, 긴 시간 두 친구가 배우로서 어떻게 성장했는지 이 작품으로 느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인사했는데, 그게 잘 전달된 것 같아 기쁩니다”



■“우정 이어가는 비결? 서로 바라는 게 없어서죠”

‘인생의 동반자’라고도 할 수 있다. 두 사람의 우정이 오랫동안 진하게 이어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서로에게 바라는 게 없어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죠. ‘왜 그런 선택을 했어요?’란 질문을 단 한 번도 듣거나 해본 적이 없어요. 어떤 선택을 해도 서로 바라보고 응원하는 파트너로서 고민을 공유할 뿐이죠. 둘 다 공통점이 있는데 ‘성공’ ‘찬사’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그렇게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 커다란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가 됐죠.”

이번 재회까지 무려 23년이 걸렸다. 더 나이들기 전에 또 다른 작품에서 둘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그럼요. 한살이라도 더 젊을 때 다시 만나야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바람과 상관없이 지팡이 액션을 찍어야 한다면 그것도 할 수 있고요. 하하. 요새 홍보활동을 함께 다니니 사람들이 재밌고 긍정적으로 봐주니 더 용기를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다양한 도전과 노력을 해볼 필요가 있겠단 얘기를 나누고 있어요.”



이제 그도 배우 아닌 감독으로서 도전을 앞두고 있다. ‘보호자’가 다음 달 9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제47회 토론토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서 상영할 예정이다. 부담감이 왜 없으랴.

“연출과 출연을 함께 해보니 제 출연분량이 없는 날이면 몸이 깃털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전체를 바라봐야하는 시점을 유지하다 연기하는 순간 캐릭터 감정으로 들어가야 하고, 또 다시 동료 배우들의 동선까지 체크해야하니 제정신이 아니었죠. 하하. 다행히 ‘헌트’가 개봉되는 시점에서 영화제 초청 소식을 플러스 알파로 선물한 것 같아 좋습니다. 하지만 미사어구 가득한 기사들이 많이 쏟아져서 부담이 되긴 하네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잃고 싶지 않은 소신 하나를 물었다.

“모든 게 당연하지 않다는 마음가짐이요. 칭찬도, 성공도, 실패마저도 당연하지 않잖아요. 내 것은 없다고 생각해야 새로운 도전도 할 수 있는 거고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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