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주현영, 디테일 연기의 장인

아이즈 ize 박현민(칼럼니스트) 2022. 7. 2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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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박현민(칼럼니스트)

사진제공=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바야흐로 '우영우'의 시간이다. ENA채널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연출 유인식, 극본 문지희)는 한동안 OTT 오리지널 시리즈로 인해 가치가 퇴색하던 방송국 드라마의 존재를 안방극장에 다시금 각인시켰다.

본방사수 욕구를 강하게 펌프질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사랑받는 이유야 셀 수 없을 만큼 차고 넘치지만, 그 중 하나를 꼽자면 주인공을 둘러싼 다채로운 매력의 인물들이다. '서브 아빠'와 '서브 엄마'로 추앙을 받는 정명석(강기영)이나 최수연(하윤경)이 그런 캐릭터들. 그리고 이러한 인물을 논할 때 결코 빠뜨려서는 안 되는 이가 바로 주현영이 연기하는 '동그라미'다. 극중 우영우(박은빈)의 유일한 친구이자, 우영우가 동등한 존재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존재.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그림을 보고 있자면, 우영우의 자폐스펙트럼을 아예 잊어버릴 정도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관계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동그라미'는 주현영이기에 가능했다. 법정물의 특성상 변호사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 흐름에서 동그라미는 자칫 작품과 겉도는 이질적인 캐릭터가 되거나, 그냥 '주인공 옆 친구' 정도의 부수적인 존재로 전락할 수 있는 요소가 다분했다. 하지만 주현영을 만난 동그라미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될 또 하나의 강력한 애정 포인트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주현영이 한껏 갈아 넣은 땀과 영혼으로써 가능했을 터. 단적인 예가 드라마 안팎으로 화제가 된 우영우와 동그라미의 귀여운 인사법 "우 to the 영 to the 우!", "동 to the 그 to the 라미!"다. 이는 주현영이 직접 고민을 거듭한 끝에 탄생시킨 인사법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감독과 작가가 부여한 캐릭터 재현에 그치지 않고, 실제 그 인물으로 들어가는 주현영만의 소화력이 있기에 가능했던 결과물이다.

주현영을 향한 관심과 애정이 폭발적으로 급증하는 현 상황이, 왠지 '데자뷰' 같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아마도 쿠팡플레이 예능 'SNL코리아'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9월부터 선보였던 해당 프로그램에서 고정 크루로 참여한 주현영은 '주기자'라는 독특한 캐릭터로 MZ세대를 위시한 시청자의 폭풍 공감을 이끌어 냈다. tvN에서 신생 OTT 플랫폼으로 옮겨가며 한계적인 접근성으로 대중의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주현영의 '주기자' 클립은 수백만 조회수를 삽시간에 달성하며 가라앉을 뻔한 'SNL코리아'의 멱살을 잡고 수면 위로 건져올리는 역할을 해냈다. 이러한 '주기자'는 대선 후보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을 직접 마주하고 1대1로 인터뷰하는 존재가 됐다.

사진제공=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주기자'로 혜성처럼 떠올라 그 캐릭터를 넘어서는 것을 미션으로 삼았던 것이 얼마 전인데, 그 존재가 채 잊히기도 전에 '동그라미'라는 개성과 매력을 모두 갖춘 캐릭터로 다시 한번 뜨거운 화제가 됐다. 이것을 그저 단순한 '운'으로 치부할 사항이 아니다. 오히려 될 법한 작품과 캐릭터를 기가 막히게 골라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든, 그게 아니면 어떤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도 기똥차게 살려내는 능력이 있든, 둘 중 하나다. 물론 어느 한 쪽이라도 그가 앞으로 이 업계에서 대성할 것이라는 확신을 짙게 하는 요소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동그라미와 'SNL코리아' 주기자에 빠졌다면 챙겨봐야 할 작품이 하나 더 있다. 바로 2019년부터 공개되어 웹상에서 10대와 20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웹드라마 '일진에게 찍혔을 때' 시리즈다. 해당 작품에서 주현영은 '안유나'라는 캐릭터를 맡아, 시즌1과 시즌2, 그리고 '일진에게 반했을 때'로 이어지는 동안 인기도 분량도 점진적으로 상승했다. 이 작품에서는 동그라미와 주기자와 또 다른 주현영을 만날 수 있다. 의식하지 않은 채 각각의 작품을 만났다면, 모두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놓칠 수도 있을 만큼 캐릭터가 변화폭이 크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공통분모는 어떤 작품과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완전하게 녹아들었다는 것.

정극과 예능을 자유로이 오가는 모습은, tvN 시절 'SNL코리아' 초창기 크루인 김슬기를 떠올리게 한다. 김슬기는 현재 여러 굵직한 작품들에서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유한 주조연 배우로 자신의 몫을 확실하게 해내는 믿음직한 배우로 성장했다. 두 사람을 프로그램만으로 완전한 동일선상에 올릴 수야 없는 노릇이지만, '라디오 스타' 출연 당시 김구라가 주현영에게 "김슬기를 (롤)모델로 가려 하느냐?"라는 물음에 "그게 이상적인 꿈이었다"라고 답한 것에서 어느 정도의 윤곽은 그려볼 수 있다.

주현영은 최근 1년 동안 '주기자'와 '동그라미'를 연달아 만나 큰 히트를 치며 단기간에 주목받았다. 이러한 경험은 현재 예정된 차기작들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을 때, 자칫 '독'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그러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편적인 인기나 화제성에 편승하거나 휩쓸리지 않고, 시간이 부여하는 오르내림에 조금은 무덤덤해지고, 본디 걷고자 했던 자신만의 길을 지금처럼 꾸준하게 걸어나가면 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되새기는 데 있다. 몸속 가득하게 장착된 끼와 재능을 적절하게 발산하며, 노력을 쏟아부은 디테일한 캐릭터 해석을 지금처럼 해나간다면, 아주 오랜 시간 유일무이한 '주현영'으로 각인되고 또 사랑받을 것이 분명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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