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친환경 앨범의 중요성 대두, 해외 차트는?

홍혜민 입력 2022. 7. 1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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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 제이홉의 솔로 앨범 '잭 인 더 박스'는 실물 앨범이 없다는 이유로 '빌보드200' 차트 집계에서 제외된다. 빅히트뮤직 제공

최근 국내 대중음악차트 써클차트(구 가온차트)가 대대적인 개편을 알렸다. 글로벌 시장에서 달라진 K팝의 위상을 반영한 글로벌 차트로 거듭나겠다는 취지였다. 다양한 차트의 변화 속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친환경 차트(가제 '클린차트')의 신설이었다.

써클차트가 신설한 친환경 차트는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K팝 앨범 등 상품 제작을 장려하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운영된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앨범을 재정의하는 등 친환경 앨범 제작 기준을 직접 마련, 음악 차트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외 음악 시장에서 환경오염에 대한 이슈는 최근 가장 뜨겁게 대두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다. 음원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 속 CD 등 실물 앨범의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무수히 많은 앨범들이 피지컬 앨범 형태로 발매, 소비되며 불필요한 환경 오염을 가속화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특히 이는 피지컬 앨범의 구성품인 포토카드, 화보집 등 소장용 굿즈를 수집하기 위해 앨범을 대량 구매하는 경향이 짙은 K팝 시장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문제점으로 꼽혀왔다

이 가운데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빅톤은 실물 CD 대신 피지컬 구매시 제공되는 포토카드와 멤버들이 직접 쓴 메시지 카드만 실물로 제공하고, 앨범을 포함한 부가 콘텐츠 일체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감상할 수 있는 방식을 활용하는 '플랫폼 앨범'을 발매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는 대안도 나왔다. NCT드림은 지난 3월 처음으로 앨범 제작에 친환경 소재를 도입한데 이어 지난달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 인증을 받은 용지, 쉽게 자연분해 되는 콩기름 잉크, 휘발성 유기 화합물 배출이 없는 환경친화적인 자외선(UV) 코팅을 사용하며 보다 적극적인 변화에 나섰다. 송민호와 블랙핑크 역시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앨범 인쇄물과 굿즈 등을 제작하며 환경 문제의 대안 모색에 동참했다.

친환경 앨범, 환경오염 문제의 타파에 대한 이슈는 해외에서도 뜨겁다. 일례로 영국에서는 재활용이 가능한 LP 등을 생산하는 등의 방식으로 음악 시장의 고민의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음악 시장의 고민이 보다 큰 움직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친환경, 지속 가능한 앨범에 대한 필요성은 주장하면서도 이같은 변화를 뒷받침 할 환경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제이홉은 오는 29일 첫 솔로 앨범 '잭 인 더 박스'를 위버스 앨범 형태로 발매한다. 그가 피지컬 앨범 대신 발매를 택한 위버스 앨범은 CD가 없는 일종의 플랫폼 앨범으로, 하이브 산하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에서 만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QR 코드를 인식한 앨범 전곡과 사진 콘텐츠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다.

그야말로 '실물이 없는' 앨범 발매 소식에 소장을 원하는 팬들은 아쉬움 섞인 반응을 내놓기도 했지만, 친환경 앨범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에서 주목할 만한 도전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와 함께 이목이 쏠린 것은 '빌보드 차트의 반영 여부'였다. 아쉽게도 소속사 빅히트뮤직에 따르면 실물 앨범이 없는 '잭 인 더 박스'는 피지컬 앨범으로는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200' 집계에 판매량이 반영되지 않는다. 다만 디지털 앨범이나 음원 다운로드 횟수 등의 집계에서는 해당 앨범의 판매량 역시 반영될 전망이다.

국내외 음악 시장에서 빌보드 메인 차트인 '빌보드200'과 '핫100' 진입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글로벌 음악 시장을 무대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뒀는지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로 꼽히는 차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물 CD가 없는 플랫폼 앨범을 발매할 경우 집계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해당 차트 상위권에 차트인을 기대하기란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물론 다양한 도전이 의미가 있는 시대라고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포기하면서 '친환경 앨범'의 시대를 이끌 수 있는 가수는 과연 얼마나 될까. 그간 빌보드를 비롯한 각종 글로벌 유수의 차트들은 변화하는 업계의 상황에 발맞춰 차트 기준을 유연하게 바꿔왔다. 유의미한 변화를 기대하기 위해선 이번에도 또 한 번의 개편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싶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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