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K팝 활동 시스템 변화 필요 [K팝 아이돌 시스템 진단]②
K팝 호황기 속 강행군 아이돌 증가
"패턴·속도 변화 필요" 목소리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해외 가수들이 충분한 공백기를 가지며 음악 활동을 이어가는 반면 K팝 아이돌 가수들은 상대적으로 앨범 발매가 빈도가 잦고 음악방송, 예능, 유튜브 등 부가 활동까지 병행해야 하다 보니 피로도가 훨씬 높다”며 “활동량과 속도를 줄이는 고민을 해봐야 할 때”라고 짚었다.
최근 방탄소년단은 아이돌 가수들의 피로도 가중 문제를 화두에 올렸다. 이들은 지난 14일 공개한 ‘방탄 회식’ 영상을 통해 ‘번아웃’을 겪고 있음을 고백하며 팀 음악 활동을 잠시 멈추고 개인적 성장과 숙성을 위한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다. 계속 뭔가를 찍어내다보면 성장할 시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를 두고 방탄소년단이 활동 주기 및 속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찾아온 역대급 K팝 호황기 속 최정상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강행군을 이어가다가 숨 고르기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후 9년간 정식 개별 활동 없이 팀 활동에 전력을 쏟았고, 최근 2년 동안에는 미국 빌보드 차트 공략에 맞춘 이지 리스닝 팝 음악을 연달아 내며 음악 정체성도 희미해졌다.
음악 프로듀서 겸 제작자인 라이언전은 “톱 아이돌 반열에 오른 뒤 숨 쉴 틈 없이 활동하며 육체적인 고통과 마음의 병을 동시에 호소하는 이들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밸런스가 깨지지 않으려면 부와 명성을 쌓는 데 성공한 이들에게 개인적 여유와 성장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톱 아이돌 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K팝의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대다수 팀들의 활동 주기와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추세다. 역대급 음반 호황기 속 앨범 활동을 마친 이후 한두달여 만에 또 다른 앨범을 내고 활동을 재개하는 ‘초고속 컴백’ 전략을 택하는 팀이 즐비하다.
일각에서 음악이 아닌 매출 증대에 초점을 맞춘 양산형 앨범을 찍어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물 만난 김에 노 저으려 하는 기획사들이 대부분이다. 이 가운데 엔데믹 시대를 맞아 해외 투어까지 재개돼 아이돌 가수들의 피로도가 한계치로 치닫을 것이란 우려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한 가요기획사 대표는 “아이돌 제작은 기본적으로 돈이 많이 들어가는 비지니스다. 계약 기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다보니 끊임 없이 활동을 시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특히 주주들을 신경써야 하는 입장인 상장사들의 경우 지속적인 활동에 대한 압박이 더 심하다”고 말했다.
변화를 위해선 ‘원 팀’ 중심의 초고속 활동 시스템에서 탈피하고, 각 멤버의 개성과 정체성을 살리기 위한 팀 활동 휴지기를 갖는 게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획사, 가수, 팬들이 뜻을 모아야 ‘아이돌’에 대한 기존의 틀과 고정 관념을 깰 수 있다고 말한다. 각 멤버의 개별 활동을 팀의 성장 속도를 저해하고 팬덤 분열을 유발하는 일로 여기는 제작자와 팬들이 여전히 존재해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의 ‘번아웃’ 고백은 K팝 시장이 또 한 차원 진화해야 할 시기와 마주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탈퇴나 해체와 같은 극단적인 이슈가 아닌 지속가능성에 대한 화두를 던진 것이란 점에서 보면 생산적인 논의와 결과로 연결할 여지가 있다”고 평했다.
김현식 (ssi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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