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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재미 선사하는 영화 '우스운게 딱 좋아', 4가지 색깔 웃음이 옴니버스로 묶였다

입력 2022. 06. 24. 02:10 수정 2022. 06. 24.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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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친구’의 배우 신소연(왼쪽)과 정혜연 감독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우스운게 딱! 좋아!’는 MZ세대들의 고군분투 코미디물이다. ‘눈치돌기’ ‘안녕 내 사랑’ ‘떨어져 있어야 가족이다’ ‘귀신친구’ 등 총 4편의 단편 영화를 옴니버스로 묶어 장편독립영화로 선보였다.

신파 멜로나 장르적 관습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들이 본다면 재기발랄함이 곳곳에 묻어있는 이 영화의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눈치돌기’와 ‘떨어져 있어야 가족이다’는 김현 감독(31)이, ‘안녕 내 사랑’ ‘귀신친구’는 정혜연 감독(28)이 각각 연출을 맡았다.

단편 연출을 통해 실력을 쌓아온 두 신세대 감독은 2019년 제 18회 미장센영화제 코미디(희극지왕) 경쟁 부문에 각자의 작품들이 출품되면서 만나게 돼, 지금은 영화에 관해 가장 많이 대화하는 사이가 됐다.

당시 평단의 호평을 받은 두 감독의 코믹 단편 배급작 4편을 배급사인 필름다빈이 옴니버스로 엮어 극장 개봉 프로젝트로 연결시켰다.

정혜연 감독은 “필름다빈이 독립영화를 옴니버스 장편으로 만든 게 벌써 4번째 프로젝트다. 덕분에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어 필름다빈측에 감사를 전하고싶다”면서 “영화관에서 개봉 기회를 잡기 어려운 단편영화가 관객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독립적으로 만들어진 4편인데도 공통점은 있다. 친구, 선후배, 연인, 가족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를 잘 포착해 하나의 테마로 묶었다.

‘눈치돌기’

‘눈치돌기’는 조별과제로 인해 한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선배 성구가 눈치 없이 식재료와 물건을 마구 사용해버리자 후배 현이 폭발 직전에 처한다.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선배의 모습은 공감되는 에피소드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반전이 기다린다. 방주인인 민철이 들어오자 민철이 현에게 추궁하는 관계로 바뀌어버린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역지사지를 생각하게 한다.

‘안녕 내 사랑’은 다시 한번 잘 해보려고 만난 전 남자친구가 자신에게 청첩장을 준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라고 묻는다. 헤어진 커플이 재결합할 수도 있고, 한때 뜨거웠던 사이였지만 지금은 쿨한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의 온도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여주인공은 남주인공에게 끝까지 지지 않으려고 기싸움을 벌이지만 헤어지고 난 후에는 결국 엉엉 운다. 영화속 남녀의 티키타카는 충분히 재밌다. 대화가 안 통하는 상황에서도 요즘 세태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정혜연 감독은 “학교 과제로 찍은 작품이다. 동료와 선배들이 메시지가 뭐냐고 물었는데, 나는 그런 생각없이 여주인공의 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여주인공이 엉엉 우는 장면을 보기위해 달려가는, 고통을 승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실화를 바탕으로 해 저의 친구들은 더 웃을 수 있는 작품이다. 역시 사랑은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끝나지 않는 소재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안녕 내 사랑’

‘떨어져 있어야 가족이다’는 1년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생일에 딸, 아들, 어머니 등 남은 가족 3명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주인공인 육민정(공민정)과 남동생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소한 문제로 티격태격 싸우다 결국 가족사진을 찍는다. 김현 감독은 이렇게 가족끼리 싸우는 상극인 상황을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떨어져 있어야 가족이다’는 제목에서 가족이 함께 있어야 좋을텐데, 왜 떨어져 있어야 가족이라고 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서 2020년 방송된 tvN 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라는 제목이 연상된다. 왜 가족끼리는 서로 자세하게 알아야 될까? 서로 잘 모른 채 타인 같은 가족으로 지낼 수는 없는 걸까?

정혜연 감독

‘귀신친구’는 죽은 친구 지혜의 집을 방문한 20살 소연(신소연 분)이 지혜의 방에서 발견한 자위 기구를 숨겨 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풍자와 해학적 스토리 뿐만 아니라 연출도 기발하고 참신하다. 슬랩스틱 코미디가 많은 소동극이지만, 소동이 본격 진행될수록 우정의 깊이를 알 수 있게 해 그냥 웃을 수만은 없는 ‘웃픈’ 이야기다.

그럼에도 감독의 연출 기조는 유쾌하다. 정혜연 감독은 “‘괜찮아 오늘 재밌었잖아’라는 대사를 위해 달려간다. 슬픔과 아픔을 참으려고 한다. 마지막에는 웃음과 재미를 방패로 해 솔직하게 웃는다”면서 “여성의 성적 억압을 해방시켜주는 영화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정 감독은 “‘안녕 내 사랑’과 ‘귀신친구’는 사랑했던 남친, 저 세상으로 간 친구 등 상실의 감정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관한 영화다. 해결책은 ‘웃자’다. 새로운 친구가 나올 거니까.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말자”라고 설명했다.

특히 ‘귀신친구’는 장르적인 완성도가 높고 극성도 강해 관객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 마지막 코너에 배치된 이유를 알만하다. 조희봉, 김재화 외에도 중국집 배달부로 나오는 ‘독전’의 이주영 등이 주역 을 받쳐주는 역할을 맡았다.

정혜연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한 후 대학원에서 영화 연출로 전공을 바꿨다. 그래서인지 세트 소품, 미장센, 조명 등에 대한 감각도 뛰어나다.

정혜연 감독은 차기작들에 대한 준비도 진행중이다. 평강공주 스토리가 들어가 있는 ‘체크메이트’(가제)와 질풍노도 시기인 10대를 기억해내 재구성하는 성장스토리 ‘마법학교’다. 정 감독은 “이들 작품 집필을 끝내고 색깔 맞는 제작사를 패기 있게 두드려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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