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가출청소년 돌본 미용실 원장"..걸그룹 母 감동 사연

양소영 2022. 6. 1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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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A 찬미 "몇 번을 태어나도 엄마 딸로"
방황하는 아이들을 품어준 임천숙 원장의 미용실.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조그마한 미용실을 운영하며 갈 곳 없는 청소년들에게 약 15년 동안 밥을 챙겨주고 쉼터를 제공한 인물이 있다. 바로 그룹 AOA 찬미의 어머니인 임천숙 원장이다. 찬미는 “엄마가 롤모델”이라며 엄마를 따라 김에서 '임'으로 성까지 바꿨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는 ‘똑바로 살기’ 특집으로 임천숙 원장과 딸인 찬미가 함께 출연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임천숙 원장은 미용실에서 아이들의 밥을 챙겨주게 된 계기를 묻자 “밥과 반찬은 해놓고 라면은 먹고 싶으면 끓여 먹게 했다. 밥때가 됐는데 애가 오면 기다리라고 못 한다. 안 먹었으면 같이 먹자고 했다”며 “오는 애들 대부분이 엄마 아빠 사이가 안 좋아서 불화가 생기거나 맞거나 그러면 갈 데가 없으니까 찾아오는 것 같더라. 잠시만 재워달라고 사정을 이야기하더라. 그래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 원장은 때로는 아이들 일로 직접 학교를 가기도 했다며 “중학교 진학을 포기한 애가 있어서 교복을 직접 사 입혀서 데려다주고 사고 쳐서 학교에서 연락이 오면 가서 수습할 수 있으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쉽지 않은 일 같다는 말에 “아무도 안 한다는데 누가 하냐. 눈앞에 보이니까 해야 하지 않나. 좋은 일은 내가 안 가도 남들이 다 갈 거다”고 설명했다.

가출한 아이들을 직접 보살피며 짧게는 며칠, 길게는 2년 가까이 함께 살기도 했다고도 했다.

15년 동안 가출 청소년들을 품어온 임천숙 원장.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임천숙 원장은 “가출하면 애들이 돈이 없다. 밥을 먹여주고 따뜻하면 심리적으로 따뜻하니까 나쁜 짓을 안 한다. 애들을 토닥이면 부모님 연락처를 가르쳐준다. 그럼 일단 아이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여서 집으로 보내겠다고 문자를 보낸다. 그래서 아이를 설득하면 또 집에 가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번 밥을 할 때 40인분까지 해봤다. 손님이 들어오다가 가게에 애들이 많으니까 다시 나가는 경우도 많았다. 제가 모자 가정이라 쌀이나 라면을 지원도 받고 제가 번 돈을 썼는데, 그래도 부족하면 전기선 끼우는 부업도 했다. 그러면 반찬도 사고 아이들 치킨이라도 시켜줄 수 있으니까”고 말했다.

26살 때부터 시작해 약 15년 동안 청소년들을 보살펴 온 임천숙 원장은 “아이들에게 참 고맙다. 내 생일이 되면 케이크를 사 오는 애들도 있고 스승의 날이면 카네이션을 사 오는 애들도 있다”고 말했다.

찬미는 때로는 다른 친구들을 챙기는 엄마에게 서운하기도 했다며 “언니 오빠들을 엄마가 케어하니까 제 친구들은 엄마가 제 엄마인 줄 몰랐다. 미용실 원장님으로 알았다. 그게 서운했던 것 같다. 엄마를 엄마라고 말하지 못하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고 고백했다.

임천숙 원장은 아이들을 돌본 이유에 대해 “애들 보고 있으면 내 어릴 때 기억이 난다. 저도 여유가 안 좋았고, 아버지가 폭군이라 많이 맞고 이사도 자주 다니고 친구도 못 사귀었다. 기차역이나 터미널 전전하면서 대합실에 멍하니 앉아있는데 지나다니는 사람이 너무 행복해 보이더라. 그때 누가 나한테 따라가겠냐고 하면 정말 따라갔을 것 같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저희 엄마도 안 해본 일이 없으시다. 아버지가 돈도 안 벌고 하니까 밭일도 하고 파출부 일도 하셨다. 엄마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우리를 다 데리고 도망을 가셨다. 그때가 17살이었다”고 털어놨다.

또 임천숙 원장은 “함창이라는 시골에서 자리를 잡았다. 엄마랑 언니가 일하는 조건으로 문간방에 살았다. 동네 아주머니가 따라가면 돈 벌 수 있다고 해서 갔는데 그게 미용 일이었다. 너 참 잘한다는 말에 내가 잘하는 게 있구나 싶었다. 내가 끝까지 배워서 직업을 하면 재능 기부하겠다고 생각했고 가게를 하게 됐다”고 미용실을 차리기까지를 들려줬다.

임천숙 원장의 딸인 AOA 출신 찬미.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찬미는 롤모델이 엄마라고 밝히며 “엄마처럼 살면 후회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또 엄마의 성을 따라서 임찬미로 성을 바꿨다며 “성이 본이지 않나. 내가 태어나고 나를 길러주고 내 모든 것의 뿌리가 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엄마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았고 앞으로도 엄마랑 같이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엄마의 성을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찬미는 “재작년에 너무 혼란스러워서 엄마한테 그만둘까 이야기했는데 엄마가 그냥 그만두라고 하시더라. 행복하지 않으면 그만두라고 하더라. 내가 그만두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엄마 가게 와서 엄마 도와주면 된다고 하더라. 그게 되게 많이 힘이 됐다. 내가 그만두고 싶으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으니까 조금만 더 해봐야겠다는 생각했다. 그런 게 엄마에게 고맙다. 다들 버티라고만 한다. 버티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려줘서 고마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엄마가 미안해하는 건 되게 속상하다. 왜냐면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만큼 저희에게 열심히 해줬다. 청소년 봉사에 열심히 했지만. 저희도 열심히 키워졌다. 어릴 때 못 챙겨준 게 저희에게 미안함으로 남은 것 같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몇번을 태어나도 엄마 딸로 태어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재벌이든 지금 같든 지금보다 형편 안 좋아도 그런 건 상관이 없을 것 같다”고 말해 감동을 안겼다.

방송이 나간 뒤 누리꾼들은 찬미 엄마 임 원장의 선행에 크게 감동했다. 누리꾼들은 "이런 분이 계셔서 세상이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훌륭한 찬미 어머님, 우리 사회의 영웅이세요", "15년을 한결같이 아이들을 품으시다니 존경합니다" 등 임 원장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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