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이제 서른살..엄마役이 하고플때 찾아와 준 영화"

2022. 6. 1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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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지은'..그리고 영화 '브로커'
끊임없이 성장하는 배우
무거운 걸 담아내면서 생각할 거리 주는 영화
감정선 중시하는 고레에다 감독의 진성팬
대배우 송강호 선배와 연기기회도 소중한 기억
자기역할 명확하게 주어진 시스템의 '안정감'
평소 생각하지 못한 삶의 이면 건드리는 것
연기의 매력·배우 이지은으로 사는 즐거움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난 8일 개봉한 영화 ‘브로커’의 여주인공 이지은을 만났다. 처음 도전한 장편 상업영화다. 이지은이 중학교 3학년때 학교를 갔다 왔다며 교복을 입고 헤럴드경제 편집국에서 첫 인터뷰를 하며 인연을 맺었던 기자는 이지은의 나이가 서른살이라는 말에 감짝 놀랐다.

‘브로커’는 얼마전 열린 제 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송강호를 대한민국 첫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배출했다. 여기서 이지은은 자신이 낳은 아기(우성)를 베이비박스에 버렸다가 다시 돌아와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와 함께 아기를 키워줄 새 부모를 찾는 여정에 동행하는 ‘소영’ 역할을 맡았다. 이지은은 “우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비롯한 영화인들이 나를 믿어줘 감사하다”고 했다.

“나도 영화를 칸에서 처음 봤다. 너무 떨렸다. ‘이 장면 끝나고 내가 나오는데’ 하면서 보게되더라. 내가 예상했던 영화보다 훨씬 재밌는 영화였다. 엄마가 칸에 가기 전 재밌냐고 물어봤다. 고레에다 감독의 재미 기준은 다를 수가 있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시사회에서 보고나서 엄마에게 재밌다고 톡을 보냈다.”

이지은은 “고레에다 감독의 팬이기도 하다. 무거운 걸 담아내면서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준다”면서 “‘브로커‘는 고레에다 감독님에게도 도전이었다. 인물들의 감정선을 중시하는데, 배우들에게 ‘여기서부터 중요합니다’라고 말해주는 게 특이했다”고 말했다.

칸 현지에서도 이지은은 여우주연상 후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현지에서도 이지은 팬들이 모였다.

”현지에서 선배님과 관계자들이 지은 씨도 연기 등에 대해 좋은 얘기가 많다고 얘기해줬는데, 예의상 나에게 그렇게 한 줄 알았다. 한국에 와서 기사를 검색했더니, 진짜로 나를 언급해 놀랐다.“

이지은은 ”프랑스에서 나의 팬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공항에서부터 환대해줘 감사했다. 제 노래 CD를 들고 서있는 팬도 있었다”면서 “인상적이고, 가짜 같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공연해 본 적도 없다. 내가 퍼포먼스를 화려하게 하는 가수도 아니고, 언어로 기대를 해야하는 가수인데도 그런 환호를 보내줘 저에게는 서프라이즈였다”고 전했다.

‘브로커’에서 역시 송강호는 큰 존재다. 작품을 끌고가는 힘이 느껴지는 배우다. 이지은은 송강호와 연기하며 어떤 경험을 했을까?

“칸에서도 송강호 선배님은 하나의 ‘기준’이었다. 영화 관계자들도 송강호 선배님에게 ‘이게 맞아요?’ 하고 물어봤다. 나는 많이 긴장해 현지에서 즐기지는 못했다. 촬영전에는 내가 송강호와 면 대 면으로 기절하지 않고 연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를 한다고 해서 그런 기회가 쉽게 오는 것도 아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제의도 놀라운 일이지만. 송강호 선배님과의 연기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지은은 ‘브로커’를 촬영하면서 고레에다 감독과 많은 소통을 했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소영이 왜 그런 선택을 했고, 후회를 했으며 등등 소영의 전사(前史)를 감독님께 계속 묻고 괴롭혔는데 감독님은 친절하게 말해주셨다. 면담신청도 많이 하고 질문도 많이 했는데, 한번도 두루뭉술 넘어가거나 애매한 답변은 없었다. 좀 더 생각해 볼 문제는 ‘다음 번에 말해도 될까요?‘라고 하고 나중에 말해줘 궁금증이 해소됐다. 대화를 피하는 분이 아니라는 점을 느꼈다.”

이지은은 고레에다의 진성팬이었다. 초기작품부터 다 챙겨봤다. 이번 작품은 대사가 좀 더 직설적이었는데, 대사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보다 직설적인 대사가 들어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지은은 비를 계속 맞아야 하는 오프닝신을 비롯해 많은 신을 소화했다. 인물들에게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는 신도 각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관람차 신이라고 했다.

“관람차가 좁기도 하지만 한 번 돌고 나면 해가 지는 바람에 NG를 용납하지 않았다. 긴장하고 몰입해 찍었는데, 강동원 선배와의 호흡도 좋았다. 가장 애정하는 신이다. 내가 눈물이 떨어지려고 하는데, 나오지는 않자 강동원 선배가 나를 가려주는 순발력을 발휘해 한 번에 오케이가 났다.”

극중에는 이지은이 평소 사용해본 적 없는 욕을 거침 없이 하는 신도 나온다. 시나리오상에 있는 일본식 욕을 한국식 욕으로 바꿔 시원한 욕 장면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한다.

“일본식 욕이 순하다고 생각했다. 한국 욕만의 좀 더 직설적이고 거침이 없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감독님에게 욕을 바꿔도 되는지를 물어봤다. 엄마와 매니저 앞에서 몇번 리허설을 해봤다. 감독님도 재미있어 한 장면이다.”

이지은은 엄마 역을 하고 싶었던 타이밍에 소영 역할이 들어왔다. 출산을 경험해본 사람의 감정선을 이해해보고 싶었다. 다음에는 또 다른 엄마 연기도 해보고싶다고 했다.

“18개월된 아기, 우성을 안는 연습을 하고 들어갔는데, 소영은 아기를 안는 게 아니었다. 아기 부모와 더 친해졌다. 벌써 걸어다닐 만큼 자랐다. 아기가 시사회때 걸어들어오는데 나를 모르는 듯 했다. 나의 첫번째 아이인데, 나중에 나를 기억이나 할 수 있을까.”

이지은은 ‘호텔 델루나’ ‘나의 아저씨’ 등 드라마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작품을 선택하는 안목도 뛰어나다.

“나는 기준이 명확한 연기자는 아닌데, 그때그때 찾아오는 역할이 있다. ‘브로커’의 엄마도 내가 하고싶을 때 찾아왔다. 그 시점이 아니었으면 고민했을 것이다. 갈증이 있을 때 찾아와준 것 같다. 내가 심도있게 고민했다기 보다는, 내가 이 컨디션이 가능한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는 “‘호텔 델루나’의 장만월은 제작진이 아이유에게서 가져올수 있는 걸 가져오려고 했다. 가수여서 과할 정도로 일상생활에서 안입는 무대의상 등 아이유에게서 파생되는 점을 나도 적극 활용했다. ‘나의 아저씨’의 지안은 어디쯤에서 살 것 같은 인물이다. 나여서는 안된다. 그러니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다”고 전작들을 회고했다.

이지은은 배우로 사는 즐거움이 있다고 했다. 자신이 생각하지 못하는 걸 건드린다.

“평소 관성으로 살게되는데, 소영 역할을 했기 때문에 서른까지 많이 느끼지 못한 사회 이면을 생각하고, 미혼모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재정비하게 된다. 영화에서의 역할이 인간을 굴리게 만드는 게 좋다.”

또 이지은은 “가수로서는 팀으로 움직이지만 프로듀서를 맡으면 뭔가 외로움도 찾아온다. 반면 연기는 자기 역할이 명확하게 주어져, 거기서 오는 안정감이 있다. 다들 하나의 목표로 같이 간다”고 했다.

이지은은 최근 영화 ‘세자매’를 재밌게 봤는데 세 분 역할(문소리 장윤주 김선영)을 다해보 싶다고. 무겁고 사연 있는 역할을 맡다가 고민 없는 역이 주어지면 더 잘할 것 같다고 했다. 올해 개봉하는 영화 ‘드림’에서는 그런 역할을 맡았다고 했다.

서병기 선임기자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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