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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신수원 감독 "여성·여성 영화인들, '존버'합시다"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입력 2022. 05. 28. 08:09 수정 2022. 05. 2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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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마주' 신수원 감독 <하> '여성 감독'과 '영화'에 관하여
영화 '오마주' 신수원 감독. 준필름 제공

다큐멘터리 취재 차 홍은원 감독의 자취를 밟은 신수원 감독은 강한 동질감을 느꼈다. 1960년대 활동했던 여성 감독의 방, 책상 앞에 앉았던 순간의 경험은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것 이상의 의미를 안겼다. 홍 감독은 3편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프린트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이를 신 감독은 '오마주'에서나마 오롯이 복원해간다.

신수원 감독은 그간 가장 현실적인 소재로 확고한 주제 의식과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하며 한국의 대표 여성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프랑스어로 '존경' '경의'를 뜻하는 제목처럼 선배 여성과 영화인들의 '삶과 영화'에 대한 박수와 찬사를 전하고 꿈과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예술가에게 위로와 희망, 따뜻한 기운을 선사한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수원 감독은 '오마주' 안팎으로 만났던 홍은원 감독과 이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여성 영화인을 향한 응원 그리고 여기까지 신 감독을 걸어오게 한 '영화'란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했다.

영화 '오마주' 스틸컷. 준필름 제공
 

재능 있는 1세대 영화감독에 대한 뭉클함


▷ MBC 창사 50주년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시리즈 '타임-영화감독 신수원의 여자만세'를 찍으면서 그리고 거기서부터 이어진 영화 '오마주'를 쓰고 촬영하는 과정은 지완처럼 감독에게도 홍은원 감독의 발자취를 좇는 시간이었다.

고인이 되신 홍 감독님을 한 번도 만나지는 못했지만, 다큐를 취재하며 홍 감독님 따님 집에 갔을 때 잡지 한 권이 있었다. 거기 감독님이 기고한 글들이 있었는데, 본인이 영화를 찍지 못하는 데 대한 고민이 에세이처럼 실려 있는 걸 봤다. 그게 영화에서는 홍 감독의 편지로 바뀌었다. 영화에는 내가 생각한 문장도 넣고 가공했다.
 
1960년대에 홍 감독님이 한창 영화를 찍을 때 같이 했던 동료, 스태프, 배우 등 이 모든 사람이 홍 감독님의 친구였다. 하나의 목표를 갖고 교류했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감독님에게 남은 건 커피와 담배뿐, 이것밖에 없었나 하는 식의 어떤 회한들이 있다. 이러한 것들을 담아 대본 쓸 때 되게 뭉클하더라.

▷ 복원된 '여판사'는 봤나?

유튜브로도 봤고, 이번에 전주영화제에서 '오마주'와 묶어서 '여판사'를 상영해서 큰 스크린으로 봤다. 다 복원된 건 아니고 3분의 1이 없다. 완성본은 아닌데, 대작이다. 법정 장면을 보면 출연자도 많고, 대화 장면이라든지 미장센 등 되게 세련되게 찍었다. 물론 지금 시각에서 보면 촌스럽지만 그 당시 시각으로 봤을 때 모던하다고 해야 하나. 인물 역시 단순히 선악을 가르는 게 아니라 인물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여성 감독으로서 새로운 시선으로 해석해서 연출하려 했던 노력이 느껴졌다. 굉장히 재능 있는 감독이 아니었을까 싶어서 아쉬움이 들었다.

▷ '오마주'를 보면 '레인보우'의 연장선이랄까, 고비를 맞이한 여성 감독 지완이 어떤 일을 계기로 다시 일어서는 동력을 얻는 모습이 나온다. 감독의 영화에서 지완은 여성 영화인이자 여성의 대명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에게 지완은 어떤 의미를 갖는 인물인가?

'레인보우' 엔딩에 나오는 대사를 좋아한다. 문어체적이긴 하지만 나는 그게 좋더라. 내가 쓴 대사지만, 아직도 가끔 그 문구를 떠올린다.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고. 내게 지완은 여전히 걸어가는 사람이다. 정은씨가 힘들었을 거다.(웃음)
 
(*참고: 감독이 말한 '레인보우' 속 대사를 그대로 옮겨본다)
 
아들 "엄마, 루저가 뭐야?"
지완 "음… 잃을 게 없는 사람."
아들 "위너는"
지완 "얻을 게 없는 사람?"
아들 "그럼 엄만 뭐야?"
지완 "음… 행인."
아들 "뭐?"
지완 "걸어가는 사람"
아들 "아휴, 쩐다."

영화 '오마주' 스틸컷. 준필름 제공
 

이 시대 여성들이여, '존버'하라


▷ 감독 데뷔 때부터 '오마주'를 만든 지금까지 활동해 온 여성 영화인으로서 봤을 때 본인의 현장뿐 아니라 영화 현장 전반에서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과 아직도 힘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내가 20년 전 영화를 시작할 때는 여성 감독이 몇 명 없었다. 지금은 영화 학교에도 여성 영화인을 지망하는 친구도 많아지고, 만드는 작품들도 되게 좋은 작품이 많다. 독립영화는 물론 상업영화도 예전보다 늘어났고, 양질의 작품이 나오고 있다. 최근 임순례 감독님이 대작 영화 '교섭'을 찍으셨는데, 고무적인 거 같다.
 
사실 여성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아무래도 남자가 아닌 여성 감독이 만드는 영화는 다른 지점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게 계속 끊임없이 나오면 좋은 거 아닌가. 예전보다는 좋아졌지만 아직은 남녀 차별이 존재하기에 계속 더 좋아져야 하지 않을까. 지지와 지원도 중요하다.

▷ 영화를 통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직접 수많은 여성 영화인과 이 시대 여성들에게 응원의 말을 건넨다면 어떤 말을 전해주고 싶을지 궁금하다. 

아까 이야기한 '레인보우'의 엔딩을 전하고 싶다. 전주영화제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을 때 '존버'('힘들어도 버티다' '최대한 버티다'의 뜻을 가진 인터넷 용어)하자고 했다. 어떤 기자가 '존버'의 뜻을 '존중하며 버티기'라고 했는데, 요즘은 존버가 제일 좋은 말인 거 같다.

▷ 감독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 단어인가?

그냥 어느 순간부터 나의 삶이 되어버린 거 같다. 어릴 때 동네에 신림극장(1993년 폐관)이 있었다. 어느 날 철거를 하더니 빌딩이 들어섰다. 신림극장에 자주 가지는 않았지만 어릴 때 그곳에서 영화를 봤다. 그 기억이 참 각별한 게, 사람들이 모여서 영화를 본다는 행위는 곧 '체험'이다.
 
그때의 기억은 어린 시절 추억으로 자리 잡았고, 그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나의 삶 안에서 존재하고 있다. 다들 낡았지만 버리지 못하는 오래된 옷이 있지 않나. 영화란 그런 거 같다. 너무 좋아해서 닳고 닳도록 입는 옷.(웃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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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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