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회 백상] 치열 그 자체였던 TV 부문 수상 결과 어떻게 결정됐나
58회 백상예술대상은 본격적인 심사를 하기에 앞서 국내 및 글로벌 OTT 주요 관계자, 드라마·예능·영화 제작사 대표, 대중문화평론가, 작가, PD 등 각계각층 대중문화예술계 전문가와 심포지엄을 열었다. 급변하는 콘텐트 소비 패턴과 제작·공개 방식 등 생산 트렌드를 분석하고, 심사 기준 적용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
업계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진행하는 TV 부문 전문가 사전 설문조사는 지난해보다 10명 늘어난 30명이 참여했다. 심사위원 추천위원회를 거쳐 위촉된 부문별 심사위원이 전문가 사전 설문조사 결과를 참고하면서 최종 후보를 선정했다. 콘텐트 홍수 속 다양한 작품들을 고루 살폈고 1차 후보 선정부터 2차 심사, 시상식 당일 진행된 3차 심사까지 공정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후보 선정은 4시간이 넘는 긴 회의 끝에 정해졌지만 올해 대상은 2차 심사 때 일찌감치 정해졌다. 대상으로 거론된 작품은 46일 연속 전 세계 넷플릭스 1위를 기록하며 신드롬적인 인기를 끈 '오징어 게임'이 유일했다. 심사위원 만장일치였다. 백상예술대상에서 OTT 콘텐트가 대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V 부문 심사위원장 김옥영 스토리온 대표는 "'오징어 게임'은 그 자체로 상징성이 있는 작품이다. 심사 기준을 넘어선 성취를 이뤄냈고 우리 시대를 대변하는 지평을 제시한 놀라운 작품이다. 대상을 줄 수밖에 없다. 건너뛰긴 어려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총평했다. 심사위원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감독이 연출을 잘한 것뿐 아니라 '오징어 게임'의 경우 미술도, 음악도, 전체적인 주제나 스토리도 독보적이었다. 대상에 합당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드라마 작품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D.P.'였다. 이 부문도 만장일치로 빠른 결정이 이뤄졌다. 2, 3차 심사 때 한결같은 지지를 받았다. 심사위원 윤석진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겸 드라마 평론가는 "장르적 재미와 메시지, 연기 모두 좋았다. 짜임새도 좋았다"라고 칭찬했다. 심사위원 김원석 감독은 "업계 사람들에게 물으니 '어쩌면 저렇게 원작을 잘 각색했지!' '어쩌면 저렇게 연출을 잘했지' '어쩌면 저렇게 연기를 잘했지' 이런 반응들이더라. 김보통 작가가 원작을 쓰고 극본을 썼다. 그것 자체도 대단한데 완성도 면에서 너무 좋았던 작품"이라고 평했다.
예능 작품상은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심사위원 김교석 칼럼니스트는 "서바이벌 쇼가 많은데 제작진이 세팅한 무대 그 이상의 볼거리를 만들었다. 여성 연대라는 부분과 출연자들의 참여 태도와 자존감 이런 것들을 서바이벌 무대에서 보여준다는 게 새로웠다"라고 말했다. 심사위원 정덕현은 "출연자 자체에 맡기는 스토리로 가면서 Mnet 특유의 문법을 버렸다. 그 지점이 더욱 좋았다"라고 지지 이유를 꼽았다.
개그맨 이용진과 배우 주현영이 남녀 예능상을 차지했다. 남자 예능상은 2파전이었다. 처음으로 후보에 오른 이용진과 4년 연속 백상 남자 예능상의 문을 두드린 문세윤.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최종 3차 심사까지 이어졌다. 심사위원 정덕현은 "이렇게까지 웃긴 유튜브 콘텐트('터키즈 온 더 블럭')는 처음 봤다"라는 의견 속 "방송용 예능이 왜 재미없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유튜브 콘텐트뿐 아니라 기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유재석, 강호동, 김구라가 한 MC 역할을 해낸 80년대생 첫 활약 사례"라고 평했다. 심사위원 김교석은 마지막까지 문세윤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했다. "KBS 2TV '1박 2일'과 같이 느리고 무거운 프로그램에서 활약했고 이미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간판 MC로 활약하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이 부문은 4대 3 접전이 벌어졌다가 최종 6대 1로 이용진이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여자 예능상 역시 주현영과 홍진경의 2파전이었다. 그 가운데 주현영이 뽑힌건 그동안 너무나 좁았던 여성 예능인 풀이 넓어지길 바라는 바람 속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는 점,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2'에서 '주기자'라는 캐릭터가 입소문을 타며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냈고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었다. 심사위원 김교석은 "기존 컬처에 이노베이션을 시도한 장본인"이라고 꼽았고, 심사위원장 김옥영은 "단역으로 시작해 주연이 된 서사 자체도 드라마다. 꾸준히 무언가를 하면 언젠가 빛을 발한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TV 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엔 배우 김태리가 호명됐다. 5대 1대 1. 김태리, 김혜수, 한소희로 표가 갈렸다. 심사위원 김원석은 "'어나더 레벨'의 배우였다. 배우들이 자신의 이름이 주는 존재감으로 연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나희도란 배역 뒤에서 자기 연기를 보여주는 게 탁월했다. 다른 배역을 끌고 올라가는 원톱 주인공의 역할을 해냈다"라고 말했다. 김혜수와 한소희 역시 주목할 만한 연기였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소년심판' 말미에서 힘을 뺀 연기로 푹 빠져들게 한 김혜수, 본인이 구축해왔던 캐릭터의 틀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걸크러시로 무장한 한소희의 재발견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남자 신인 연기상은 "두말할 필요 없이 구교환 아닌가!"라는 의견이 우세를 이뤘다. 심사위원 윤석진은 "첫 드라마 도전이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정도로 자기만의 색깔로 연기했다"라고 전했다. 54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신인상에 이어 만장일치로 TV 부문 신인상까지 석권했다. 3차 심사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로 오른 건 여자 신인 연기상이었다. 2차 심사에서 김혜준과 이유미의 접전이 이뤄졌다. 심사위원 김지일은 "이유미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에 이어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도 좋은 연기와 활약을 보여줬다. 연달아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JTBC '구경이'에서 김혜준도 정말 독특한 캐릭터를 자기만의 색깔로 표현해냈다. 선배 이영애의 연기가 더욱 특별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김혜준 덕분"이라고 평했다. 2차 심사까지 초접전이라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던 이 부문은 3차 심사에서 4대 3. 단 한 표 차이로 김혜준이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TV 부문 예술상은 '오징어 게임' 정재일 음악감독이 차지했다. 심사위원장 김옥영은 "드라마와 영화는 음악 그 자체보다 극의 효과에 얼마나 기여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 같다. 올해 좋은 음악이 많지만 '오징어 게임' 만큼 창의적이고 압도적인 음악은 없지 않았나 싶다"라고 지지 의사를 표했다. 같은 작품에 참여했던 채경선 미술감독과 MBC '복면가왕' JTBC '슈퍼밴드2' '풍류대장' '싱어게인2' 등에 기여한 권태은 음악감독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4대 2대 1로 수상 결과는 뒤집히지 않았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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