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러블리즈 베이비소울 아닌 이수정의 음악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러블리즈 리더 베이비소울이 데뷔 8년 만에 솔로 앨범을 발매한다. 활동명도 이수정이라는 본명으로 바꿨다. 이유는 명료했다. "진짜 나"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요정 같던 소녀는 어느 덧 서른 하나가 됐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 자신을 찾기로 했다. 이수정이 솔로 앨범을 준비하며 스스로를 탐구한 과정은 마치 자유를 향한 항해였다. 한 번도 제 인생의 선장인 적 없던 그는, 처음으로 키를 잡았다. 선장이 된 이수정은 항로의 목적지가 어디라도 상관없다. 그저 과정 속에서 자신을 찾아갈 따름이다.
이수정은 지난날에 대해 "베이비소울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리더라는 책임감이, 아이돌이라는 위치가 서서히 본체 이수정을 잠식해 온 것이다. 한 그룹의 리더라는 책임감에서 잠시 벗어난 그는, 그간 다른 이를 위해 냈던 목소리를 이젠 본인을 위해 내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한 자 한 자 직접 가사를 써내려가며 완성한 첫 번째 미니앨범의 제목은 'My Name(마이 네임)'이다. 앨범명만으로 이수정의 지금 마음가짐이 어떠한지가 느껴진다.
"지금까지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러블리즈의 베이비소울이라는 사람으로 살려고 했어요. 제가 누군지 뭘 좋아하는지 사소한 것조차 잘 모르겠더라고요. 거기에서 출발해 '진짜 나'라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어요. 그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름도 본명으로 활동하기로 했어요. 그 과정에서 이런 걸 좋아했고 하고 싶어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렇게 완성된 '마이 네임'은 달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하나의 상징적 메시지를 담아냈다. 2019년 발매했던 '조각달'의 연장선이다. 당시의 모습이 초승달이었다면, '마이 네임'에서 담고 있는 달은 공백 하나 없는 꽉찬 보름달이다. 스스로가 뭘 좋아했는지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팀 활동에만 집중했던 그는 자신이 벚꽃을 좋아하는 것도 최근에야 알게 됐다. 맞춰진 틀이 아닌 직접 원하는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마음 한켠을 짓누르고 있던 압박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러블리즈 활동할 때도 노래가 다 좋긴 했지만 팀 색깔을 보여줘야 하다 보니까 거기에 한정된 느낌이 있었죠. 아무래도 솔로 앨범은 그런 틀 없이 한정 짓지 않고 저를 보여줄 수 있어서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비트있고 강렬한 음악을 하려고 했어요. 러블리즈 활동하면서 많이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는데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슬프고 힘들었던 기억들을 이름과 함께 털어낸 것 같아요. 저를 찾아가는 과정이나 진짜 저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니까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기더라고요. 사람들과 있을 때 자신감도 생기게 되고요. 편해진 것 같아요. 저로 있는 시간들이 편해졌어요."
첫 앨범의 타이틀곡은 '달을 걸어서'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달을 통해 환상적으로 표현한 곡이다. 달이 지고 나면 새로운 아침이 찾아오듯, 어두웠던 시간을 지나 진짜 자신과 함께 새롭게 출발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 여기에 곁들인 뭄바톤 장르의 다채롭고 파워풀한 멜로디 라인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을 더욱 강렬하게 응축한다. 진짜 나를 찾은 순간을 축제로 여기며 즐기고자 하는 마음을 녹여냈다.
"첫 자작곡으로 '조각달'이라는 곡을 발매했는데 그 곡을 만들었던 시기가 심적으로 가장 힘들었거든요. 스스로가 완성되지 않은 달의 모습 같아서 '조각달'이라는 제목을 지었죠. 지금은 시간이 지나고 솔로 앨범으로 나온 만큼 어두웠던 시간을 지나 완성된 달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지금의 달은 보름달로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당시에는 제 편이 없고 온전히 혼자라는 감정을 느껴서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완전히 이러한 불안에서 벗어났어요."
그의 말대로 가까이에서 마주한 지금의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지나치게 들뜨지도, 그렇다고 마냥 가라앉지도 않은 본연의 모습인 듯했다. 그리고 "힘들었다"고 덤덤하게 털어놓는 모습에서 그간의 마음 고생이 느껴져 절로 눈으로 시선이 갔다. 취재진 앞에서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게 얼마나 숙고한 일인지 알기에,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의 진솔함이 더욱 느껴졌다. 그리고 그가 지난날들에 힘들었다 고백한 것은, 러블리즈의 멤버로 살았던 날들의 후회는 결코 아니다. 스스로를 돌보지 못한 날들의 아쉬움일 따름이다. 이수정은 여전히 러블리즈로서 멤버들과 함께할 날을 마음 속에 염원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러블리즈의 리더이자, 이제 막 세상밖으로 걸어 나온 아티스트 이수정이다.
"앨범을 준비하면서 몰랐던 것도 많이 배우고 스스로도 알게 돼서 의미가 깊어요. 새로운 출발로 딱 좋은 것 같아요. 기다리던 앨범을 들려드릴 수 있게 돼서 기쁘고, 제 음악을 듣고 많은 분들이 원동력을 얻었으면 해요. 아직 이수정이라는 이름을 대중분들이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 저라는 사람을 조금이나마 알아가 주시는 것만으로 큰 뿌듯함을 느낄 것 같아요. 제 음악을 들었을 때 장르에 주목하는 것이 아닌 이 음악은 '이수정이 하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끔 앞으로 저만의 장르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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