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연예계의 학교 폭력 이야기, 그 효과는

정한별 2022. 4.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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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학교 폭력 피해자의 이야기를 에피소드로 다뤄 시선을 모았다. MBC 캡처

학교 폭력을 다루는 콘텐츠들이 대중을 만나고 있다.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MBC 드라마 '내일'은 학교 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의 재회를 그려 시선을 모았다. 노은비(조인)는 학창 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웹툰 작가 김혜원(김채원)을 인터뷰로 다시 만났다. 구련(김희선)이 노은비의 기억을 들여다보는 장면 속 학생들의 이유 없는 집단 괴롭힘은 학교 폭력 피해자들의 아픔을 그려냈다. 볼펜의 딸깍 소리가 날 때마다 웃으라고 강요하거나 머리 위에 우유를 붓는 가해자들의 행동은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푸른나무재단의 김종기 명예이사장이 출연해 학교 폭력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그는 아들이 학교폭력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밝히면서 고통받고 있을 또 다른 피해자들을 향해 "도움을 청해야 한다.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가족, 전문기관 등에 어려움을 알리라고 당부했다.

오는 27일에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개봉한다.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려냈다. 동명의 연극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주연을 맡은 설경구는 "영화를 보시고 공감해 달라. 이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가 진행돼 조금이라도 우리 사회가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다"라고 전한 바 있다.

우리 사회에 오랜 시간 존재해왔지만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를 풀어내기까지 제작진은 깊은 고민을 거쳤다. 김태윤 감독은 '내일' 속 아픔을 지닌 이들을 그려내는 것과 관련해 "죽음을 택하고자 하는 인물들의 괴로움이 표현되려면 간접경험을 선사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접근은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어쩌면 가장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지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의 소재상 정면 돌파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김지훈 감독은 영화의 주제에 대해 "정답이 없고 사실 나도 잘 모르겠더라. 배우들과 내가 질문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듣고 느끼려고 했다"고 전했다.


학교폭력 관련 콘텐츠의 효과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하는 영화다. 마인드마크 제공

깊은 고민과 오랜 노력으로 만들어진 이러한 콘텐츠들의 내용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공유됐다. 학교 폭력을 다루는 드라마, 예능, 영화 덕분에 누군가는 위로를 얻었고, 누군가는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기부 등의 직접적인 행동을 결심하는 이도 생겼다.

'내일' 측은 학교폭력 에피소드가 공개된 후 시청자들이 '노은비처럼 학교 폭력을 당한 경험을 아직도 잊지 못해서 가끔 꿈에 나타나는데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프고 눈물이 났다' '드라마를 보며 극단적 선택을 한 친구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 줄 걸 하는 생각에 후회됐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김종기 명예이사장은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후 푸른나무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후원자들이 갑자기 3,800명이 생기고 후원금도 1억 이상 들어왔다"고 알렸다.

홍주현 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학교 폭력을 다루는 방송, 영화에 대해 "문제를 알리고 피해자가 겪은 고통을 보여준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콘텐츠를 통해 시청자들은 학교 폭력이 가까이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뉴스뿐만 아니라 예능이나 교양, 드라마에서 문제를 조명한다면 시청자들이 학교 폭력 문제를 들여다보고 이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교폭력 이야기에 집중하고 그 피해자의 아픔을 다룬 방송과 영화들은 사회를 조금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켜왔다.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 전망이다. 이런 게 바로 '콘텐츠의 순기능'이 아닐까.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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