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진이 '슈퍼참치'로 낚은 것들

아이즈 ize 이여름(칼럼니스트) 2022. 4.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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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여름(칼럼니스트)

사진제공=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BTS)의 맏형 진은 의외로 꽤 변칙적인 매력의 멤버다. 대부분의 K팝 그룹의 멤버들이 그러하듯 어린 시절부터 아이돌 가수로의 데뷔를 오매불망 꿈꾸며 자란 경우도 아니고, 배우가 되기 위해 연극 영화과에 입학했지만 우연한 기회로 보이 그룹인 방탄소년단에 합류하게 된 케이스다. 더군다나 당시 래퍼로 이름을 떨치던 RM을 주축으로 한 힙합 음악 베이스의 그룹으로 말이다. 10대 때부터 연습생을 시작한 다른 대부분의 멤버들과 달리 온전한 성인이 된 이후 연습생으로 합류했다는 점도 특이점이다. 올해 서른 한 살의 맏형이지만 리더는 아니고, 데뷔 전 어린 막내 멤버들을 학교까지 픽업할 정도의 '어른'이지만 '서열'이라는 단어로부터는 가장 거리가 먼 멤버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예능이나 비하인드 콘텐츠에서 그는 5살 차이인 막내 정국과 또래 친구처럼 어우러지다가도 무대 앞뒤에서 가장 어른스럽고 안전한 방식으로 멤버 간의 질서를 컨트롤한다. 굉장히 차가워 보이는 외모를 지닌 반면 '개그' 캐릭터로 통하며, 콘서트에서는 팬들을 위해 양갈래 머리도 서슴지 않는다. 그의 이러한 의외성은 방탄소년단의 음악 곳곳에서도 발현되곤 하는데, 이번엔 '참치'라는 의외의 키워드로 흥해버렸다. 

진이 지난해 12월 자신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곡으로 공개한 '슈퍼참치'는 지난 30일 빌보드 차트가 발표한 '핫 트렌딩 송즈 주간 차트(Hot Trending Songs/Real -Time)' TOP7에 또다시 랭킹됐다. 약 17주간 연속 차트인이라는 대기록. 해당 차트는 24시간, 또는 최근 7일 동안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곡의 실시간 순위를 기록한 차트이고, 주간 차트는 그 순위를 주간으로 랭크한다. 방탄소년단의 'Butter'나 진의 솔로곡이자 tvN '지리산'의 OST인 'Yours'도 함께 랭크되어 있지만 '슈퍼참치'가 지닌 특별한 점은 이 곡이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무료로 배포된 비공식 솔로곡이라는 점이다.

실제 해변에서 참치 인형의 의상을 입고 촬영한 안무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6000만을 넘겼다. '#SUPERTUNA'라는 해시태그는 3억 회 이상 트렌딩 되며 '틱톡'에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안무를 따라한다. '동해바다'를 언급한 가사 덕분에 '독도는 우리땅'임을 세계적으로 공고히 한다는 해석까지 따를 정도. 발표된 지 약 4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SNS를 통해 끊임없이 이 비공개 발표곡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건 분명 이 곡이 팬덤이나 대중이 방탄소년단에게 원하는 어떤 지점을 채워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최근 방탄소년단의 노래 중 한국어로 된 타이틀 곡은 꽤 장기간 부재했다. 'Dynamite' 'Butter' 'Permission to Dance' 등 영어곡이 빌보드 차트에서 전례 없던 기록을 연달아 갈아치우며 월드스타로서의 여정은 빛을 발하고 있지만, 특유의 솔직하고 직설적인 가사들이 '흥'을 돋우던 이전 곡의 느낌을 그리워하는 이들도 다수다. 물론 세계적으로 커가는 그룹의 입지만큼 음악적 변화를 끊임없이 모색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진의 '슈퍼참치'는 간지러운 구석들을 긁어주는 것 같다. 트로트와 EDM을 결합한 듯한 중독성 있는 멜로디나, ''참치'를 잡으러 갔지만 '광어'면 어떠하고 '삼치'면 어떠하냐'는 재미난 가사에는 누구나 재밌고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어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가 담겨있는 듯하다. 평소 방탄소년단이 보여주던 트렌디하고 완성도 높은 곡들과는 달리 가사를 곱씹어 표현해내는 방식이나, 전개 방식까지 익숙하면서도 참 새롭다. 평소 진의 소탈하면서도 솔직한 매력들이 곳곳에 고스란히 숨어있는 곡이다.   

팬들을 위한 선물처럼 공개한 노래이기에 진 스스로는 "부끄러우니 챌린지를 하지 말아 달라"고도 SNS를 통해 장난을 건네듯 호소했지만 곡의 멜로디가 가볍다고, 가사가 쉽다고 해서 진정성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국제적으로 위상을 떨치고 있는 입장에서 소위 말하는 'B급 감성'에 쉽사리 도전하기 꽤 쉽지 않은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밌고 쉬운 방식으로 소통하려는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읽힌다.

사진제공=빅히트뮤직

진이 위버스 매거진을 통해 밝힌 "무거운 얘기만 주로 오가는 분위기다 보니 가볍고 신나는 느낌으로 노래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라는 단순한 이유처럼 말이다. 팬덤이 아닌 어린이들, 어업 노동자 등 다양한 계층에서 이 노래가 '밈'처럼 소비되는 것도 의외의 모습이다. 낚시가 취미인 진이 실제 낚시를 하러 간 배 위에서 곡을 즉흥적으로 다듬었다는 제작 에피소드 또한 유쾌하고 재밌다. 무거울 수 있는 분위기에도 가볍게, 가볍지만 진심 어린 면면들을 보여주며 꾸준히 사랑받은 그의 매력이 오롯이 담긴 곡이라고 할까. 진의 그 어느 솔로곡보다도 지극히 그 답다. 완성도나 지나친 고뇌보다는 진정성에 기반을 둔 '펀치'가 먹힐 때도 있는 법이니까.  

진은 방탄소년단의 '메인 보컬'이나 '메인 댄서'의 포지션으로 대번 떠오르는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행보를 유의 깊게 살펴본 사람이라면 그가 얼마나 꾸준하고 안정적으로 곡을 소화하고 무대를 펼칠 수 있는 아티스트임을 알 수 있다. 진은 방탄소년단 유튜브 채널의 'be-behind'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보컬을 "단순함"이라고 표현했지만 단순하되 진정성 있는 보컬은 팀에게는 엄청난 장점이다. 힙합부터 록발라드, EDM까지 아우르는 팀의 어떤 멜로디나 장르에도 과함 없이 묻어나고 방탄소년단의 다양한 음악적 장르를 강화하고 호소력을 더한다.

진은 '슈퍼참치' 이외의 솔로 곡에서도 정직하지만 진솔한 보컬로 꽤 두각을 드러내 왔는데 매 곡에는 단단한 진심들이 묻어 있다. 2020년도 생일에 '번아웃'에 빠진 스스로의 상태를 가사로 솔직하게 고백한 'Abyss'나 스타디움 공연장에서 피아노 한 대와 함께 부른 'Epiphany'도 마찬가지. 'Moon'으로는 장르적 영역까지 넓혔다. 첫 솔로 OST 곡인 'Yours'에서는 그간 쌓아 올린 특유의 높은 음역대와 잔잔하지만 감성을 툭 건드리는 호소력 깊은 톤이 집약돼 있다. 이 곡 또한 발매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글로벌 음악 플랫폼 샤잠 글로벌 톱 200 차트 'Film, tv & stage' 부문에서 145일 연속 1위를 유지하는 등 차트에서 저력을 보인다. 이 곡들은 공식적으로 특별한 프로모션 없이 달성한 성과들이라 더욱 의미 깊다. 

그래서인지 진의 앞으로의 음악적 행보는 더욱 기대가 된다. 그는 발라드로 트로트로든, 그 어떤 '물고기'든 잡을 준비가 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입질'은 이미 충분히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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