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1' 이미 예측된 엔딩인데 어째서 시청자 불만 폭주하는 걸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4. 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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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선택? 그럴수록 드라마 해피엔딩을 원한다

[엔터미디어=정덕현] 결국 시청자들이 바라는 해피엔딩은 없었다.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이른바 '첫사랑 엔딩'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나희도(김태리)의 남편은 시청자들이 우려한대로 백이진(남주혁)이 아니었고, 대신 이들의 이별은 '첫사랑' 서사로 채워졌다. 첫사랑은 본래 이뤄지지 않는 법. 그래서 헤어졌지만 그 사랑은 서로에게는 잊을 수 없는 영원으로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간의 터널을 통과해 현재의 나희도(김소현)은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시절로 돌아가 백이진을 만난다. 그건 오랜 시간을 거쳐 나희도의 손에 들어온 오래된 일기장을 통해서였다. 나희도가 일기장에 빼곡하게 적어놓은 심경들과 그 일기장을 발견하고 거기에 역시 메모를 남겨 놓은 백이진의 심경이 긴 시간의 터널을 통과해 서로와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더 이상 응원이 되지 못한다며 아픈 말들을 쏟아내고 헤어졌던 두 사람은 다이어리를 통해 진짜 하고 싶었던 말들을 전했다.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할게, 백이진. 너는... 존재만으로도 나를 위로하던 사람이었어. 혼자 큰 나를, 외롭던 나를 따뜻하게 안아준 사람이었어. 나도 나를 믿지 못할 때 나를 믿는 너를 믿었어. 그래서 해낼 수 있었어. 어느 순간은 함께라는 이유로 세상이 가득 찼지. 너 때문에 사랑을 배웠고 이제 이별을 알게 되네. 고마워.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어. 안녕, 백이진." 나희도는 그렇게 일기장에 적었다.

그리고 백이진 역시 그 일기장에 자신의 마음을 담았다. "너는 내가 가장 힘들 때 날 일으킨 사람이었어. 니가 없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너는 나를 웃게 했고 너랑 있으면 가진 게 없어도 다 가진 것 같았어. 완벽한 행복이 뭔지 알게 됐어. 니가 가르쳐준 사랑이 내 인생을 얼마나 빛나게 했는지 넌 모를 거야. 정말 고마워. 안녕, 나희도."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엔딩이었다. 젊은 날의 사랑이, 그것도 첫사랑이 결혼으로까지 이어지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첫사랑이 아름다운 건 이별이라는 어찌 보면 사랑의 완결을 경험함으로써 영원히 아름다운 기억으로만 남기 때문이 아닌가. 그러니 백이진과 나희도가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한 사랑이야기를 현재 나희도의 딸이 엄마의 일기장을 읽는 방식으로 구성된 이 드라마의 서사는 애초 시작부터 이런 결말을 예고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건 작품 내적인 서사의 흐름이고, 드라마에 깊숙이 빠져 저마다의 첫사랑 혹은 청춘시절의 행복을 만끽했던 시청자들로서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생길 수밖에 없는 엔딩이다. 사실 이 엔딩은 '새드엔딩'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힘겨운 이별을 했던 두 사람이 시간이 흐른 후 서로의 마음을 다시 확인하고 밝게 웃으며 돌아서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새드엔딩으로 느낀다. 두 사람의 사랑이 결실을 맺기를 드라마를 보며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새드엔딩(?)에 시청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건, 그만큼 이들의 이야기를 통한 판타지를 대리충족하고픈 욕망이 컸다는 뜻이다. 사실상 '결혼은 선택'이라고 말하는 시대가 아닌가. 따라서 결혼만이 '사랑의 결실'이고 그것만이 해피엔딩이라고 말하는 건 어딘지 지금과는 맞지 않는 얘기다. 결혼은 현실이고, 그 현실은 때론 사랑의 감정들마저 깨버리는 비정한 모습으로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 청춘들이 아예 이를 포기할 정도로.

하지만 그래서인지 시청자들은 이런 현실마저 깨버리는 판타지를 더 원했던 것 같다. 현실에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는 판타지로서의 사랑을 적어도 드라마를 통해서 보고 싶었다는 것. 유독 시청자들이 깊게 몰입해 보는 멜로드라마에서 남녀가 결혼에 골인하는 해피엔딩은 드라마 마지막 회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곤 한다. 현실과는 너무나 다른 이런 욕망들은 이례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드라마가 현실의 결핍과 갈증을 채워주는 판타지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그 욕망들이 이해된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좋은 드라마였고, 엔딩도 충분히 개연성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너무나 사랑한 시청자들은 개연성을 뛰어넘는 판타지를 원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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