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우정에 모정까지 담은 김태리, 이런 매력덩어리를 봤나('2521')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3. 2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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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는 물론 남주혁, 김지연 그리고 서재희까지 빛난다('2521')

[엔터미디어=정덕현] "너 크면 다 크면 얘기하고 싶었어. 나... 사실 네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 희도야. 너무 그리워 희도야..." 늘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냉정함을 유지하던 나희도(김태리)의 엄마 신재경(서재희)은 아버지의 기일에 찾은 산소 앞에서 오열했다. 절을 하던 엄마가 일어나지 못하자 이상하게 여긴 나희도가 왜 그러냐고 묻자, 속 깊숙이 꾹꾹 눌러왔던 그 감정을 터트린 것.

이 먹먹한 장면은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얼마나 다양한 결의 관계들과 감정들을 놓치지 않고 극적으로 담아낼 줄 아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대놓고 "사랑해"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성격을 가진 나희도지만, 그 주변 인물들은 그와는 정반대다. 속 깊은 곳에 감정을 숨겨두고 대놓고 표현하지 못하는 인물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만한 이유들이 존재한다. 쉽게 감정을 꺼내놓을 수 없었던 이유들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속보를 전하는 일로 장례식장에도 오지 못했던 엄마 때문에 그 열세 살 때의 기억에 멈춰서 있다는 나희도. 그는 그 일로 영영 엄마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다. 그런데 제 아무리 냉정한 사람이라도 어찌 남편의 죽음에 대한 아픔과 회한이 없었겠나. "넌 네 아빠에 대한 그리움뿐이지. 난 아냐. 난 8할이 원망이야. 너 키우면서 쭉 그랬어. 피해야 살 수 있었고 잊어야 살아졌어. 그래. 이제 너한테 이해 안 바랄게. 근데 잊으려고 피하려고 하는 내 노력 비난하진 말아줘. 그게 내가 버티는 방식이니까." 엄마는 너무나 남편이 그립고 보고 싶어 오히려 그걸 피하려 애쓰며 살아왔던 거였다.

쉽게 꺼내놓지 못하는 그 감정을 서재희는 이제 낡아서 부서지기도 한 의자를 통해 드러낸다. 함께 목공소에 맡겨 수리하러 가기로 한 날 마침 속보가 떠서 오지 못한 엄마. 비오는 와중에 홀로 의자를 들고 나오다 떨어뜨려 부서지고, 그 일은 나희도에게 또 상처로 남는다. 사라진 의자를 엄마가 버렸다고 생각한 나희도였지만 알고 보니 엄마는 그 의자를 혼자 목공소에 맡겨 고치고 있었다. 에둘러 담아낸 서재희의 감정이 잔잔한 파문을 주는 장면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나희도와 백이진(남주혁)의 사랑을 담는 방식에 있어서도 이처럼 에둘러 표현함으로써 울림을 만드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신창원 속보 때문에 함께 목공소에 가지 못한 일에 대해 나희도와 백이진이 나누는 대화가 그렇다. 그 날 신재경이 하는 속보 방송을 보고는 너무 멋있어서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백이진은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너한테 상처였다니 좀 복잡해지네. 선배 프로 정신 뒤엔 늘 네 상처가 따라오는 거니까."

백이진이 나희도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이 잘 묻어나는 대사다. 그런데 이 말을 듣던 나희도의 대사 또한 에둘러 그가 백이진을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묻어난다. "이상하다... 나한테는 상처였지만 널 꿈꾸게 했구나 우리 엄만? 그건 그거대로 좋은데?" 그 어떤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여운이 남는 대사가 아닐 수 없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나희도를 중심으로 백이진과의 사랑은 물론이고 서재희와의 절절한 모녀관계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친구들과의 우정까지 다양한 관계 속에서 포착되는 감동적인 순간들을 놓치지 않는다. 나희도가 팬이라며 다가왔지만 냉정하게 철벽을 쳤던 고유림(김지연)과의 끈끈한 우정을 확인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라.

나희도 앞에서 펑펑 울며 "내가 인절미야"라고 PC통신으로 그의 절친이었음을 밝히고 "미안해 인절미가 나라서"라는 고유림에게 나희도는 이렇게 말한다. "고유림. 다 괜찮으니까 하나만 약속해. 다이빙 그거 하지 마. 그거 너무 위험해. 다신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절망감에 놓은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는 고유림을 보고는 너무나 놀랐던 나희도였다. 그 말 한 마디에는 그래서 나희도가 가진 고유림에 대한 마음이 담긴다.

본래 좋은 대본은 좋은 캐릭터들을 만들고, 그래서 주인공만이 아닌 주변인물들까지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기 마련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실로 빼놓을 인물이 없을 정도로 모든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나희도와 백이진, 고유림은 물론이고, 양찬미(김혜은) 같은 인생 코치나 문지웅(최현욱)이나 지승완(이주명) 같은 인생 친구들 나아가 신재경 같은 엄마 캐릭터까지 따뜻한 울림을 준다. 애정은 물론이고 우정 나아가 모정까지도 담는 이 폭넓은 관계의 울림. 이것이 아마도 <스물다섯 스물하나>라는 청춘멜로가 특별한 감동을 주는 이유일 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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