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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마음', 다 아는 얘기인데도 벌써 시즌2 요청 봇물인 이유

정덕현 칼럼니스트 입력 2022. 03. 12. 13:10 수정 2022. 03. 1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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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진선규.. 배우들의 미친 호연이 만든 몰입감('악의 마음')

[엔터미디어=정덕현] 이번엔 연쇄살인마 강호순이다. SBS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창작된 이야기'지만, 시청자들은 대부분 여기 등장하는 사건들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 워낙 당대에도 사회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연쇄살인범들인데다, 최근에는 tvN <알쓸범잡> 같은 프로그램에 의해 새롭게 재조명되면서 상세한 범죄행각들이 소개된 바 있기 때문이다.

대낮에 가택에 침입해 부유층 노인들을 해머로 때려 살해하고, 공개수사로 전환되면서 성매매 여성들을 대상으로 엽기적인 연쇄살인을 저지른 인물 구영춘(한준우)은 희대의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그 소재이고, 밤길 여성들을 대상으로 등산용칼로 피습하고 점점 대담해져 가택 침입 살해 및 방화까지 한 남기태(김중희)는 정남규를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그리고 버스가 끊기는 시간에 호의 동행을 유도해 살인을 저지르는 우호성(나철)은 바로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그 소재다.

이처럼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사실상 실제 벌어졌던 희대의 사건들이 스포일러인 셈이다. 이들이 어떻게 붙잡혔는지도 알고 있을 정도고 그것 역시 작품 속에 녹아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이제 마지막 회를 남긴 상황에서 최고시청률 8.3%(닐슨 코리아)를 기록했고 시청자들의 호평도 받은 데다 벌써부터 시즌2 요청이 나오고 있다. 도대체 뭐가 달랐기에 이런 반응들이 생긴 걸까.

그 첫 번째는 범죄스릴러지만 이 작품이 단순히 끔찍한 범죄들을 자극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피해자들을 더 이상 만들지 않기 위해 영혼까지 피폐될 정도로 사건에 몰입하는 최초의 프로파일러들의 진심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기태를 검거하고 면담을 갖는 과정에서 너무 끔찍한 범인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면서 심각한 내상을 입은 송하영(김남길)은 그 충격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6개월간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그는 더 이상 이 프로파일러일을 하지 않겠다고 사직서를 국영수 팀장(진선규)에게 내밀었지만, 피해자 어머니가 앞으로도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애써달라는 요청에 마음을 돌린다. 그리고 에필로그를 빌어 이런 고충이 송하영만이 아닌 국영수 또한 겪은 것이라는 걸 드러낸다.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그 역시 너무나 흔들리고 있었다는 것. '악의 마음을 읽는' 일이 얼마나 버텨내기 힘든 일인가를 잘 드러낸 에피소드이면서 이 드라마가 지향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들의 노고를 들여다보는 것이라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두 번째는 다 아는 이야기조차 빠져들게 만드는 연기자들의 공이다. 심지어 '그 화 되기'를 통해 악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송하영의 분노와 두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그 감정을 차분하게 절제된 연기로 표현해낸 김남길이 중심을 잡아줬다면, 그 옆에서 그를 도우며 그가 엇나가지 않게 잡아주고 걱정해주는 국영수 역할의 진선규가 든든하게 극에 활기를 만들었다. 이밖에도 수사관으로 처음에는 송하영과 각을 세우다가 점점 프로파일링을 믿고 동조하게 되는 윤태구 역할의 김소진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들 이외에도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바로 그 끔찍한 범죄자들을 연기한 악역들의 공이 적지 않다. 드라마 초반 긴장감을 극대화시킨 빨간 모자 살인사건의 진범 양용철을 연기한 고건한, 그의 모방범 조강무를 연기한 오승훈은 물론이고 여아토막살인사건 진범 조현길을 연기한 우정국, 구영춘 역할의 한준우, 남기태 역할의 김중희 그리고 우호성 역할의 나철까지 모두가 소름 돋는 연기로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든 장본인들이다.

12회로 마무리되는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 시즌2 요구가 나오는 건, 바로 이 두 가지 성공요인에 힘입어서다. 아직 다뤄지지 않은 많은 사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소재로 새 시즌이 나오기를 바라는 것이고, 또한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해도 이를 실감나게 몰입하게 해주는 연기자들에 대한 신뢰가 충분하기 때문. 그리고 이런 기대감이라면 시즌2의 성공도 어느 정도는 예측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실제로 이런 시청자들의 요구가 현실화되기를 기대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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