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한가인이 본인의 숨겨진 성격을 드러내자 벌어진 일

박생강 칼럼니스트 입력 2022. 3. 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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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엔 외모로, 40대엔 토크로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선 한가인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1980년대 컴퓨터미인 황신혜처럼 비주얼만으로 대중에게 강렬하게 다가오는 스타들이 있다. 이 스타들은 그들의 재능보다 아름다운 외모로 각인된다. 슬프게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들의 외모 외에 아무것도 보려하지 않는다.

배우 한가인 역시 청순하면서도 서구적인 마스크로 단숨에 화제에 올랐다. 더구나 그녀가 사람들을 사로잡은 것은 연예계 데뷔 전이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고교 시절 KBS <도전 골든벨>과 <KBS 뉴스> 인터뷰에 출연하면서 눈에 띄는 외모로 화제가 됐다. 이후 아시아나항공 CF를 시작으로 그녀는 드라마와 영화에 진출한다.

배우로서 한가인은 몇몇 실패작도 있지만 그런대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하지만 그녀의 연기가 그녀의 외모보다 화제가 된 적은 없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나 <건축학개론>처럼 첫사랑의 아련한 이미지를 지닌 조용한 여배우가 20대의 그녀였다. 물론 <건축학개론>의 서연은 어떤 면에서는 그 조용하고 청순한 첫사랑의 캐릭터를 깨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용주 감독이 말한 한가인의 진짜 캐릭터를 대중들이 알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2022년 초 한가인은 MBC <해를 품은 달>에 출연할 때보다 더 화제에 올랐다. 한가인은 웹예능 <문명특급>과 SBS <써클 하우스>를 통해 과거의 이미지를 깨고 스스로의 이미지를 다시 건축하는 데 성공했다.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시작은 재재가 진행하는 <문명특급>이었다. 한가인은 이 짧은 방송으로 본인의 숨겨진 성격을 대중들에게 내보였다. 그 동안 영화나 드라마, CF에서 드러난 여성스럽고 청순한 캐릭터는 '부캐'였고, 본인의 진짜 성격은 좀 더 활발하고, 시원시원하고, 솔직하다고 설명했다. 한가인은 20~30대의 커리어에 대해 진짜 본인이 아니어서 기억이 잘 안 난다면서 그 시절을 스윽 접어버렸다. 또한 결혼 생활과 육아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신기하게도 한가인의 수다는 거의 독주였지만, 호들갑스러운 느낌은 아니었다. 자기 객관화가 된 사람이 자기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담백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 오히려 집중이 됐다.

또 이 방송에서 한가인은 남편 연정훈과의 에피소드 등을 말하며 '답답허네' 같은 유행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한편 <문명특급>에서 재재는 한가인에게 '남의 말 잘 안 듣는 성격'이라는 새로운 면을 찾아냈다. 그 때문에 <문명특급>에서 코믹한 상황도 만들어졌다. 재재의 분위기 띄우는 유쾌한 농담을 흘려들으며 태연하게 자기 할 말을 한가인의 모습 같은 것들.

웹예능 <문명특급>으로 한가인은 단숨에 화제의 인물이 됐다. 이후 한가인은 SBS <써클 하우스>에서 또 한 번의 반전을 보여준다. 사실 '남의 말 잘 안 듣는 성격'은 한가인의 필터링이었던 것이다. 한가인은 <써클 하우스>에서 집중해야 하는 순간에 가장 정확한 공감을 해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이번에는 코믹이 아니라 진솔하게 자기의 이른 결혼의 뒷이야기에 대해서도 대중들에게 들려주었다.

<써클 하우스>는 오은영 교수를 중심으로 청춘의 고민을 다함께 들어주는 고민상담소를 표방한 프로그램이다. 첫 방송에 출연한 중학교 교사 철벽이는 연애에 철벽인 인물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가정을 등진 아버지에 대한 무감정을 털어놓는다. 이 순간 한가인은 철벽이의 말에 공감하며, 그 무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가인 또한 불우한 가정사로 아버지에 대해 무감정했으며, 빠른 결혼 역시 연정훈 집안의 행복한 가정의 일원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한가인은 연이어 육아와 출산에 대한 고민들을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가인의 이야기는 스타의 구구절절한 넋두리로 다가오지 않았다. 자기 객관화된 과거의 고민 이야기는 비슷한 고민을 지닌 사람들에게 공감의 골든벨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문명특급>에서도 <써클 하우스>에도 한가인은 돋보였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한가인은 어떤 상황에 어떤 방식의 토크가 어울리는지 잘 알고 있다. 또한 어떤 이야기가 사람들의 이성과 감성을 함께 공명하게 하는지도 알았다. 그녀의 젊은 시절 커리어를 볼 때 한가인은 스타성은 있지만 매력적인 배우라고 평하기에는 좀 아쉬움이 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가인은 짧은 기간에 매력 넘치는 스타라는 사실을 스스로 보여줬다. 끌림 있게 그러면서도 소탈하게 자신의 삶에 대해 말하는 방식으로. 20대의 한가인은 본인의 목소리를 잃었지만, 40대가 된 한가인은 그 목소리로 함께 공감하는 새로운 팬들을 만날 수 있는 날이 온 셈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SBS, 영화 '말죽거리잔혹사'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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