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아 AOA 폭로, 고마해라 많이 들었다 아이가 [이슈와치]

이해정 2022. 2. 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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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해정 기자]

"고마해라 많이 들었다 아이가" 영화 '친구' 속 장동건의 대사를 비틀어 권민아에게 해주고 싶다.

권민아와 AOA 관련 폭로.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걸그룹 AOA 출신 배우 권민아는 지난 2020년 7월 개인 SNS를 통해 그룹 활동 당시 리더였던 지민으로부터 10여 년간 괴롭힘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AOA가 2012년 데뷔한 것을 고려한다면 권민아가 연습생 시절부터 지민에게 따돌림을 당했다는 것인데, 당시 걸그룹 내 왕따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초유의 사태라 막대한 파장이 일었다.

대중의 관심이 더욱 커진 이유는 권민아가 괴롭힘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여러 차례 극단적 선택도 시도했다고 밝혔기 때문. 권민아는 지속적으로 구체적 정황을 담은 심경글과 심지어 자해 흔적도 공개해 걱정을 키웠다. 사건이 알파만파로 커지자 가해자로 지목된 지민은 사과의 뜻을 밝히며 그룹에서 탈퇴하고 연예 활동을 중단했다. 지민 외에 방관자로 지목된 나머지 멤버들도 이미지 타격을 입고 자숙을 택해야 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지민이 활동 중단을 선언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던 'AOA 사건'은 권민아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서 해를 두 번이나 넘긴 2022년 2월에도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권민아는 2월 9일 개인 SNS에 "제가 죽어라 이야기했던 부분들 욕설, 폭력, 은근한 괴롭힘, 팀 내에서 유독 저만 괴롭히던 점 전부 맹세코 사실이며 기간은 9~10년 정도"라고 재차 괴롭힘 피해를 언급했다.

또한 권민아가 메시지로 사과하는 지민에게 욕설 답장을 보내 논란이 인 것에 대해서는 "10년을 당했는데 쌓이고 쌓이다 보니 뭐든 다 하고 싶었고 그런 조잡한 짓이라도 복수가 된다면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된다면 내가 같은 사람이 되건 말건 하고 싶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 지민의 사과에 대해서는 "그건 절대 진정한 사과가 아니었다"고 평가하며 "저도 잘한 것 없고 어리석었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의 죄도 없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권민아는 지민의 사과가 '진정한 사과'가 아니었다고 억울함을 표하고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무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괴롭힘을 당했으니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진정성을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을 터. 최근 SNS 활동을 재개한 지민의 행보에 권민아가 재차 불안감과 분노를 느낀 것도 아예 이해하기 힘든 건 아니다. 사건 초기부터 권민아가 요구한 것도 진정한 사과였으니 아직 진심을 느끼지 못했다면 여전히 해갈되지 않은 적개심을 드러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다만 '조잡한 짓이라도 복수가 된다면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된다면 하고 싶었다'고 해명한 대목은 백 번 양보해도 편을 들어주기 힘들다. 지난해 9월 권민아가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지민에게 수차례 욕설 및 협박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권민아는 "복수심에 불타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고 사과하며 SNS 계정을 삭제했다. 그런데 사과 5개월 만에 또다시 "저도 잘한 건 없지만"이라는 말로 자신의 행동에 은근슬쩍 명분을 부여하며 '셀프 용서'를 하는 모습이다. 지민이 권민아에게 한 욕설은 괴롭힘이고 본인이 지민에게 한 욕설은 정당한 복수라는 황당한 논리다.

물론 권민아의 말처럼 지민이 사과를 했다고 해서, 권민아가 어리석게 대응을 했다고 해서 지민의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권민아가 굳이 햇수로 2년이 흐른 지금까지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기억을 재소환해야 하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사건 초기 권민아에 쏟아지던 동정 여론이 증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지 권민아의 화가 풀리지 않은 문제라면 몇 번이고 화풀이를 해도 그만이다. 문제는 권민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현재 활동 중인 AOA 멤버들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룹에 남아 활동 중인 멤버들은 권민아 입장에서는 '방관자'라지만 직접적인 가해자도 아니지 않은가. 분위기에 휩쓸려, 또는 그룹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던 멤버들이 여전히 'AOA 괴롭힘' 주홍 글씨에 시달리는 건 가혹한 처사다.

대중이 느끼는 피로도는 더 이야기할 것도 없을 정도로 극심하다. "고마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친구' 속 명대사를 "많이 들었다 아이가"로 바꾸면 딱 대중의 심정을 대변할 수 있을 것 같다. 권민아의 상처를 묵살하려는 게 아니라 이미 사건이 잠정 종결됐는데 애먼 AOA 멤버들이 피해를 입는 건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배우가 꿈"이라고 밝혔던 권민아가 향후 활동을 하는 데에 무겁고 불편한 족쇄가 될 것도 불 보듯 뻔하다.

AOA 멤버들을 생각하는 옛정은 차치하더라도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줬던 대중을 위해서, 아니면 본인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권민아 스스로 멈춰야 할 때이다.

(사진=권민아 SNS)

뉴스엔 이해정 ha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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