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빙하기 맞나..대작들 개봉 '눈치 싸움' 계속

오보람 2022. 2. 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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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한산'·'외계+인' 등 감감무소식..당분간 외화에 안방 내줄 듯
영화계 "정부가 개봉 지원 나서야..극장 영업시간 제한 폐지도 필요"
영화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극장가가 코로나19 확산세로 최대 대목인 설 연휴에도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가운데, 국내 대작 영화들이 개봉 일정을 좀처럼 잡지 못하고 눈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 외화에서는 블록버스터들이 잇따라 개봉을 예고해 당분간 한국 영화가 '빙하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배급사 및 극장은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한 영화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작 한국 영화 개봉이 절실하다며 이를 위해 정부의 개봉 지원과 극장 영업시간 제한 폐지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3월 대작 한국영화 개봉 없어…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줄줄이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1월 29일∼2월 2일) 극장을 찾은 관객은 총 136만4천여 명에 머물렀다. 직전 명절인 지난해 9월 추석 연휴 관객 수(154만8천여명)보다 약 18만명 적다.

설 특수가 기대된 코미디 어드벤처물 '해적: 도깨비깃발'과 정치 드라마 '킹메이커'는 각각 약 64만9천여명, 35만7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박스오피스 1·2위에 오른 두 작품을 합쳐 간신히 관객 수 100만명을 넘겼다.

오랜만에 나온 국산 대작 영화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개봉 2주 차가 되면서 실시간 예매율이 떨어진 상태로 향후 관객의 급격한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1분기가 끝나는 다음 달까지도 이렇다 할 신작 한국 영화가 개봉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특히 유명 감독과 배우, 70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한 텐트폴(흥행이 확실한 상업 영화)이 없어 한국 영화가 '보릿고개'를 맞을 것으로 추측된다.

2020년 여름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 '영웅'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영웅'(윤제균 감독), '한산: 용의 출현'(김한민), '외계+인'(최동훈), '보스턴 1947'(강제규), '더 문'(김용화), '밀수'(류승완) 등 촬영을 마치고 크랭크업을 한 이른바 '천만 감독' 영화 배급사들은 개봉일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비상선언', '공조2: 인터내셔날', '승부', '교섭', '범죄도시2', '보고타', '마녀2' 등 다른 기대작들도 같은 처지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예년이라면 대략적으로나마 언제쯤 개봉을 할지 정해놨겠지만, 지금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변수가 너무 크다"며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쉽사리 개봉일을 정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외화에서는 DC 히어로물 '더 배트맨'을 비롯해 톰 홀랜드 주연의 '언차티드', 재난 영화 '문폴',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안티 히어로 영화 '모비우스'까지 블록버스터들이 대거 국내 극장을 찾는다.

뮤지컬 영화 '시라노', 애거사 크리스티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나일강의 죽음',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신작 '나이트메어 앨리', 샌드라 불럭 주연의 어드벤처물 '로스트 시티' 등도 복병으로 꼽힌다.

2∼3월 최소 두 달간은 외화가 한국 극장가를 점령할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지난달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 '비상선언' 포스터 [쇼박스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

"좋은 콘텐츠 나오면 극장에서 본다…정부 지원 절실"

영화계는 유례없는 침체에 빠진 영화 산업과 극장가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작 한국 영화의 개봉이 필수적이라고 입은 모은다.

극장에 관객의 발길이 이어지려면 외화보다 관객층이 다양한 한국 영화가 걸려야 하고, 그중에서도 극장에서 봐야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블록버스터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중소형 영화들도 대작 개봉에 따른 '낙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700만 관객을 넘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사례를 보면, 관객이 꼭 보고 싶은 영화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관람한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좋은 한국 콘텐츠가 나오면 관객이 극장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작들이 여름 성수기를 노리고 한꺼번에 쏟아져나올 경우, 일부 작품은 흥행에 참패할 수 있다며 지금부터 조금씩 개봉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화계 관계자는 "개봉 대기 중인 대작만 30편에 이르는데, 이들이 여름에 몰려나오면 몇 편은 피를 볼 수 있다"면서 "개봉 예고만 하고 막상 나오지는 않아 '구작' 이미지가 강한 작품이 많기 때문에 빨리 개봉하지 않으면 신선함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여름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 '한산: 용의 출현'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코로나19로 관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영화 개봉 시점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재작년 2월 코로나19 확산 이후 개봉한 한국 영화에서 관객 수 300만명을 넘긴 작품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435만여명), '반도'(381만여명), '모가디슈'(361만여명) 단 3편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무작정 개봉했다간 자칫 손익분기점도 넘지 못하고 단기간에 작품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멀티플렉스 3사인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속한 한국상영관협회는 지난해 '모가디슈'와 '싱크홀' 제작비 절반을 지원해 개봉을 끌어냈으나 올해는 이 역시 녹록지 않다는 입장이다.

팬데믹 3년 차에 접어들면서 기존 극장이 문을 닫을 만큼 자금 사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이제는 정부가 한국 영화 개봉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한국 영화산업의 생존과 K-콘텐츠의 지속적인 성장을 바란다면 실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상영관협회도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냈으며 국회 앞에서 결의 대회를 열기도 했다.

영화계가 꾸준히 주장했던 극장 영업시간 제한 폐지 역시 절실하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현재 극장은 오후 9시까지만 입장이 가능하고 영화 상영 종료 시각은 자정을 넘지 않아야 한다.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영업시간 제한은 영화를 1∼2번 더 상영할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이런 허들을 없애줘야 대작 영화 개봉을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화업계 정부 지원 촉구 결의 대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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