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 훌렁 드러낸 이서진만 겸연쩍게 됐다('내과 박과장')

정덕현 칼럼니스트 입력 2022. 1. 24. 14:49 수정 2022. 1. 2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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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박원장' 이서진의 대머리 연기가 가진 득과 실
'내과 박원장'이 만일 '좋좋소'의 하이퍼 리얼리즘이었다면

[엔터미디어=정덕현]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내과 박원장>은 시작 전부터 워낙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박원장 역할을 맡은 이서진이 대머리를 훌렁 드러내고 찍은 포스터 하나만으로도 <내과 박원장>의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 작품은 장봉수 작가의 원작 웹툰으로도 이미 어느 정도의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작가 본인이 의사로서 그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난 <내과 박원장> 웹툰은 그 민머리 캐릭터에 묻어나는 페이소스처럼 웃픈 개업의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하지만 원작 웹툰의 큰 인기는 오히려 드라마 리메이크에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웹툰과 드라마가 비교대상이 되고, 웹툰에 비교해 드라마는 어땠는가 하는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웹툰과 너무 다르면 원작을 따르지 않은 불만이 나오고, 그렇다고 너무 같으면 굳이 볼 이유를 찾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내과 박원장>은 어떨까.

이서진이 대머리로 찍은 포스터가 만든 기대감은 분명 득도 있었지만 실도 적지 않았다 여겨진다. 즉 득이라면 <내과 박원장>이라는 의사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의 색깔을 가장 잘 드러낸 면일 게다. 흔히 의학드라마의 의사들이라고 하면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그들처럼 멋지고 환자들에게는 구세주 같은 그런 판타지화된 인물을 떠올리지만, <내과 박원장>의 박원장(이서진)의 벗겨진 머리는 그런 판타지를 여지없이 깨주기 때문이다.

병원에 출근해 마치 모자를 벗듯 가발을 벗어 대머리를 드러내는 그 장면은 그래서 개업의의 실상을 은유하듯 담아내는 면이 있다. 인술은커녕 당장 폐업이 걱정되는 병원 개업의 현실이 그 민머리에 드러나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동네 맘카페에 다른 아이디를 이용해 댓글을 남기는 모습은 짠하기 그지없다. 같은 건물에 있는 선배 개업의사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믹스커피 값도 아끼기 위해 박원장 내과에 올 때마다 커피를 빼가는 의사나, 악플러들에게 험한 욕을 마구 쏟아내는 의사들의 모습은 박원장과 별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런 짠내 가득한 개업의들의 '웃픈' 현실이 이 시트콤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해지고 있을까. 시트콤이라는 장르에 걸맞게 보는 내내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하고 있을까.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웹툰으로는 빵빵 터졌지만 드라마는 어딘가 밋밋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그것은 시트콤이라는 장르를 선택하면서 다소 과장된 연기와 대본을 취한 점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한 면이 있다. 코미디는 대놓고 웃기려 하거나 과장하려 할 때 오히려 웃기지 않는 역효과가 생기기도 한다. 즉 드라마가 앞서서 먼저 웃어버리거나 저 앞으로 나가며 웃기지 않냐고 강변하는 듯한 연출과 대본을 꺼내놓으면 오히려 시청자들이 웃을 기회가 사라지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

그런 점에서 이서진이 대머리로 등장해 다소 과장된 모습으로 당하는 연기를 하는(이건 대본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건 좋은 전략처럼 보이지 않는다. 페이소스 가득한 웃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웃기기'보다는 '공감시키는' 방식이 더 효과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4회에 갑자기 박원장의 '가족계획'에 대한 이야기로 다소 뻔한 "고자라니!"라는 대사가 등장하는 노골적인 코미디의 등장은 이 작품이 가진 '웃음에 대한 강박'과 그럼에도 별로 웃기지 않은 역효과를 잘 드러낸다. 굳이 이렇게 웃기려 과장할 필요가 있었을까.

힘을 빼고, 웃기기보다는 너무 리얼한 웃픈 현실의 공감대를 통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웃음이 터지는 <좋좋소>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개업병원이나 중소기업이나 너무나 조악해 실소가 터지는 그 현실을 갖고 있는 건 마찬가지지만, <좋좋소>가 선택한 하이퍼 리얼리즘이 오히려 <내과 박원장>의 과장된 코미디 상황보다 더 웃기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연출과 전략의 차이가 만든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이라도 개업의들은 물론이고 개업을 한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공감 가득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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