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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키의 눈물.. '방과후 설렘'이 공감 못받는 까닭

이준목 입력 2022. 01. 24. 14:30 수정 2022. 01. 2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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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MBC <방과후 설렘> 설렘도 감동도 없는 잔인한 아이돌 학교

[이준목 기자]

 MBC <방과후 설렘>의 한 장면
ⓒ MBC
 
설렘을 전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감정은 비정함, 연민에 더 가깝다. 오디션 장르의 부활을 꿈꾸며 야심차게 등장했던 MBC <방과후 설렘>이 구태의연한 서바이벌 구성의 한계를 답습하며 시청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23일 방송에서는 기말고사 데뷔조 선발전을 통하여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연습생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학년 배틀을 통해 1학년 2자리, 2학년 1자리, 3학년 2자리, 4학년 2자리를 차지할 연습생 7인이 결정됐다.

1학년은 두 팀으로 나뉘어 이달의 소녀의 'Why Not?'과 블랙핑크의 'How You Like That' 무대를 꾸몄다. 'How You Like That' 팀은 경쟁 끝에 김선유가 메인보컬 파트를 차지했다. 경쟁에 밀린 박보은은 다른 팀원들에 비해 가장 짧은 분량을 할당받아 속상해 했다. 중간 평가 때 1학년의 무대를 지켜본 아이키와 리사는 파트를 일부 재조정했고, 김선유가 박보은의 메인보컬 파트를 나눠 가졌다. 1학년들은 본무대에서 기대 이상의 기량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현장 투표 결과는 박보은, 김선유, 윤승주가 공동 1등을 차지했고 최하위인 8위는 오유진이었다.

순위발표식에서 나란히 1, 2등을 차지한 윤채원과 김유연이 포진한 4학년은 데뷔조 선발전에서 여자친구의 '밤'과 아이들의 'Uh-Oh'로 무대를 펼쳤다. 김유연은 '밤'을, 윤채원은 'Uh-Oh'에 각각 지원하며 선택이 엇갈렸고 연습생들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펼쳐졌다.

4학년 담임인 전소연은 개인전이라 학생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곡과 파트를 지정해줘야할지, 아니면 각자의 선택에 맡길지를 고민한 끝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후자를 선택했다. '밤' 팀은 청순한 비주얼과 가창력으로, 'Uh-Oh' 팀은 와 파워풀한 댄스와 걸크러시 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현장투표 결과 명형서가 윤채원을 제치고 1등을 차지했다.

2학년은 지난 경연에서 이미 데뷔조 한 자리를 획득하며 남은 한 자리를 놓고 8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2학년 순위에서 상위권 멤버들은 주로 태티서의 '트윙클'을 선택했으나 2학년 2등이었던 미나미는 과감하게 방탄소년단의 'Butter' 무대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며 차별화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 2학년 담임 권유리는 학생들이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무대로 안전한 선택만을 하려는 것에 대하여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려는 도전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각자의 색깔을 드러낸 멋진 경연을 마치고 원지민이 현장투표 1위를 차지했다.

현장평가와 온라인 투표를 합산한 학년별 데뷔조 학생들이 공개됐다. 예상대로 1학년에서는 박보은이 1등, 김선유가 2등을 차지했다. 가장 치열했던 2학년에서는 김리원이 데뷔조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3학년에선 김현희와 김윤서가, 4학년에서는 윤채원과 김유연이 이변없이 두 자리를 차지했다. 현장투표에서 1등을 차지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던 1학년 윤승주, 2학년 원지민, 4학년 명형서 등은 결국 온라인투표의 벽을 넘지못하고 고배를 마시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데뷔조 선발 이후 탈락자 선정의 시간이 돌아왔다. 2학년 이지원-카리나-최사랑-조수이, 1학년 오유진-보미세라-성민채-최수빈, 4학년 송예림이 각각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데뷔조(7명) 멤버를 포함하여 1-2학년 4명, 3학년 6명, 4학년 7명이 생존했다.
 
 MBC <방과후 설렘>의 한 장면
ⓒ MBC
 
세미파이널 미션에서는 '데뷔조 자리뺏기 1대 1 배틀'이 예고됐다. 데뷔조 학생들이 가장 자신있는 곡을 선택하여 도전조 학생이 함께 한 무대에서 배틀을 펼치는 구성이었다. 곡을 공개하기전에 도전조 학생들이 먼저 자신이 이길 수 있는 데뷔조 학생을 지목하게 했다. 김리원과 김유연을 지목한 학생들이 많았고, 윤채원과 박보은 앞에서는 아무도 서지않았다.

도전곡이 공개됐다. 윤채원은 로제의 '온더그라운드', 박보은은 전소미의 '덤덤'을 선곡했다. 김유연은 아이유의 '레옹', 김선유는 아이들의 '라이온'을, 김리원은 트와이스의 '필 스페셜'을 선택했다.

선곡 공개 후 도전자 교체의 기회를 주어졌다. 데뷔조 1명당 도전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은 2명이고, 데뷔조는 자신을 지목한 도전조 중 상대하고 싶은 멤버를 직접 고를 수 있다. 김윤서는 이영채와 홍혜주를, 김유연은 김하리와 이지우를, 김현희는 미나미와 오지은을, 김선유는 최윤정과 김인혜를, 김리원은 원지민과 명형서를, 윤채원은 이태림과 이미희를 각각 선택하며 조 편성이 완료됐다. 또한 데뷔조는 베네핏으로 세미파이널에서 신곡으로 꾸미는 스페셜 무대가 주어진다.

<방과후 설렘>은 아이돌을 양성하는 학교란 콘셉트를 내세워 지원자들을 학년별로 나누어 각 과정마다 놓인 시험을 거쳐 최종 7인의 걸그룹 데뷔조를 결성하는 구성을 표방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8일 방송된 첫 회에서 1.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이래 줄곧 1%의 벽을 넘지 못하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23일 방송분의 시청률은 1.3%였는데 이는 16일 방송된 8회의 1.7%보다도 더 하락한 수치다.

제작진은 본방 시청률은 낮아도 온라인 조회수나 SNS 화제성이 높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시청자들이 출연자의 매력이나 무대에 반응하고 있을 뿐, 프로그램 자체에는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2부작으로 예정된 <방과후 설렘>이 어느덧 종반부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극적인 반전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Mnet <프로듀스> <쇼미더머니> 시리즈를 기획-연출했던 오디션 장르의 대가로 꼽혔던 한동철 PD가 연출을 맡고, 옥주현-권유리-전소연-아이키 등 K팝 스타 아이돌-댄서 출신들을 '선생님'으로 영입한 화려한 구성으로 기대를 모았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운 성적표다.

그리고 사실 이런 결과는 방송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여러 방송사들이 앞다투어 동참했으나 MBC는 <언더나인틴> <최애엔터테인먼트> <킬빌>까지 여러 야심작들을 배출하고도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해 보이그룹 오디션에 도전한 <야생돌> 역시 최종회 시청률 0%대를 기록하며 고전했다.

한동철 PD는 2000년대 후반 오디션 열풍의 주역으로 꼽히기는 했지만, 전성기에도 '악마의 편집' 논란, <믹스나인> 데뷔 불발 사건 등으로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인물이었다. 또한 제작진은 인기몰이에 중요한 초반 회차부터 2학년 담임 권유리의 평가를 자의적으로 왜곡한 편집, 원칙없이 바뀌는 탈락과 합격 기준, 어린 출연자들을 과도한 경쟁과 압박으로 몰아넣는 잔혹한 룰 등으로 여러 비판을 받았다.
 
 MBC <방과후 설렘>의 한 장면
ⓒ MBC
 
<프로듀스> 조작 사태 등을 거치며 최근의 시청자들은 이제 오디션 서바이벌 장르에서도 '과정의 공정성과 인간미'를 요구하고 있다. <싱어게인>과 <풍류대장> 등이 악편과 독설없는 '착한 서바이벌'의 가능성을 증명했고, <미스앤 미스트로트> <국민가수> 등은 구성상의 허점은 있었지만, '재야의 실력자'들을 대거 발굴해내거나 이미 완성된 가수들을 중심으로 수준높은 무대를 꾸미며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반면 아이돌 오디션은 태생적으로 데뷔에 인생을 건 '청춘들의 취업 전쟁'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그안에서는 철저하게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논리가 우선시된다. <방과후 설렘>도 출연자들의 연령대가 어리고 무늬만 학교라는 콘셉트를 내세웠지만, 정작 실제로 아이들의 모습은 학교에서 뭔가를 배우고 교육받는 느낌이라기보다는, 훈련소에서 조련을 받는 분위기에 훨씬 가깝다. 그리고 아이들은 잔혹한 서바이벌을 통하여 사회와 어른들의 비정함을 좀더 일찍 뼈저리게 체험한다.

서바이벌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기 보다는 어떻게 경쟁에서 남을 누르고 살아남을 수 있느냐에 더 집중해야한다. 또다시 현장에서 아무리 좋은 무대를 연출해도 온라인 투표에서 이미 팬덤을 구축된 인기 멤버들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현실의 벽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제작진은 데뷔조에 들지 못해 이미 좌절한 어린 연습생들에게 일일이 '탈락자 호명'이라는 잔인한 방식을 들이민다.

1학년 담임이었던 댄서 아이키는 자신이 지도했던 아이들이 연이어 탈락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어린 나이에 이런 경험과 고난을 겪어야하는 게 너무 미안하다"며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했다.

탈락자 발표 중 갑자기 마이크를 집어들고 돌발 발언을 꺼낸 아이키는 "방송을 보시는 시청자 분들은 이 친구들이 탈락하더라도, 앞으로 K문화의 미래라는 것을 꼭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우리의 문화를 위하여 인기의 기준을 새롭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아이키의 모습은 단순히 노래나 춤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 진정 아이들을 걱정하는 '선생님'이자 어른다운 모습이었다. 바로 <방과후 설렘>에 가장 부족한 것이 따뜻한 인간미와 공감대라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어린 소녀들의 순수한 꿈과 희망을 이용하여, 그저 방송의 자극적인 볼거리를 위한 소품으로만 여기는 잔혹한 오디션들이 왜 더이상 시청자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지 깊이 반성해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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