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종이방원' 동물학대, 방송사 갑질·안일한 관행"

이선명 기자 입력 2022. 1. 20. 12:51 수정 2022. 1. 2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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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에서 일어난 동물학대 정황 영상에 대해 시청자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계의 지적도 잇따랐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KBS1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에서 발생한 동물학대 정황 영상을 두고 전문가들 조차 불편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동물권단체 사단법인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20일 “KBS에 항의 공문을 보내고, 재발 방지 차원에서의 면담도 요청했다”며 “동물학대 정황 영상에 많은 시민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어, 이와 관련한 국민청원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영방송인 KBS가 동물학대와 관련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없이 이러한 촬영을 진행한 것이 안타깝다”며 “KBS와 면담을 거쳐 이번 일을 계기로 근본적인 부분을 바꿔보려 노력하겠다”고 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날 ‘태종 이방원’ 촬영 과정에서 일어난 동물학대 정황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낙마신을 촬영하는 과정으로 말을 넘어뜨리기 위해 말 몸체에 줄을 묶고 달리게 했고, 해당 말은 몸체가 완전히 들려 머리부터 땅에 고꾸라졌다. 영상 속에서 쓰러진 말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낙마신을 촬영한 스턴트맨도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태종 이방원’의 이번 촬영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촬영신’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스턴트 촬영에 동원되는 말이 죽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었다”며 “제작·방송사는 그간 촬영을 진행하다 말이 죽거나 부상당할 경우,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걸어 말 임대 업체와 계약해왔다”고 말했다.

또한 “방송·제작사가 말의 생명을 소중히 하지 않는 관행을 이어왔기에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방송·제작사의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태종 이방원’의 해당 스턴트신은 관계자 및 전문가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신이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KBS2 방송 화면


위험한 해당 장면이 무리하게 촬영됐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익명을 요구한 무술감독은 “낙마는 스턴트맨 입장에서도 가장 위험한 촬영신”이라며 “최근엔 너무 위험한 장면은 CG(컴퓨터그래픽)로 대체하는 등 지양하는 분위기인데 공영방송인 KBS가 왜 무리한 촬영을 진행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해당 촬영장에는 메인PD를 비롯한 핵심 연출자들도 자리해 있었을 것”이라며 “이런 위험한 스턴트신 자체가 불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스턴트맨은 물론, 말의 건강상태에 대한 염려도 이어지고 있다.

최인영 러브펫동물병원 수의사는 “영상 속과 같이 말이 몸이 머리부터 바닥에 곤두박칠치게 될 경우 두부 충격으로 인한 뇌진탕이나 뇌손상, 목부위 경추손상 및 척추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해당 말은 장애를 갖고 평생 살아갈 수도 있다. 촬영에 동원된 말이 현재 어떤상태인지 나 조차도 궁금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상마를 타는 것 또한 동물학대이고 승마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촬영 전 스턴트에 동원되는 말의 건강상태를 꼭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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