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 건물주' 슈, 왜 사과를 S.E.S에게 하나 [이슈&톡]

김지현 기자 2022. 1. 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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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상대의 용서를 구하는 행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타이밍이다. 지나치게 늦거나 뒷북이면 곤란하다. 정확한 타이밍을 찾는 것이 첫 번째,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두 번째, 책임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세 번째다. 이 세 가지를 갖춘 사과만이 진심 어린 용서를 받을 수 있다.

2019년 상습 도박 혐의로 물의를 빚은 그룹 S.E.S. 출신 슈(본명 유수영)가 19일 SNS를 통해 장문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논란 후 4년여 만의 입장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슈의 길고 긴 사과문에서 용서를 구하는 자의 세 가지 조건은 찾아볼 수 없었다. 타이밍이 늦은 것은 물론이고, 문제의 근원과 출발점 또한 여전히 찾지 못한 듯하다.

무엇보다 그의 사과문이 최악으로 느껴지는 이유, 사과를 향한 주체의 불분명성이다. 슈가 우선적으로 용서를 구해야 할 대상은 팬도 국민도 아니다. S.E.S 멤버인 유진과 바다 역시 아니다. 슈의 일탈이 그룹의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건 맞지만, 두 사람에겐 개인적으로 용서를 구하면 될 일이었다. 슈가 진짜 사과해야 할 대상은 그와 길고 긴 소송을 벌인, 슈의 건물에 세를 살았던 서민 세입자들이다.

문제의 건물은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4층짜리로 해당 건물주인 슈가 세입자들에게 받았던 전세 보증금은 15억 6천 여만원에 달한다. 슈가 도박으로 빚을 지면서 세입자들은 오랜 시간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렸다. 도박 논란이 불거진 2019년 당시 슈의 지인 A씨가 빚을 갚지 않는다며 건물에 가압류를 건 탓이다. 슈는 빚을 갚을 능력이 없다는 핑계로 세입자들에게 기다림을 요구했다.

세입자들은 슈가 보여 준 무책임한 태도에서 또 한 번 상처를 받았다. 해당 건물에 입주한 세입자들은 주로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이었다. 전세 보증금이 재산의 전부인 서민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슈는 언론을 통해 이들의 사정이 알려진 후에도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세입자들의 연락을 피해 다녔다. 사실상 잠적이다.



세입자들은 결국 슈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고 법원은 세입자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건물주인 슈가 10년 안에만 보증금을 돌려주면 되기 때문에 버티기에 들어가면 답이 없는 상황. 시간이 길어질수록 세입자들의 속은 타들어갔다. 세입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건물의 실질적 관리자는 슈의 모친이었다. 실제로 슈는 채무자들이 자신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자 어머니를 차명재산 관리자로 지목, 친모의 재산 목록을 법원에 제출해 사기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머니를 통해 빚을 갚을 능력이 있으므로 사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세입자들에겐 달랐다. 채무자들에겐 돈을 갚을 능력이 있으니 사기가 아니라면서도, 세입자들에겐 파산을 주장한 것이다. 슈의 주장대로 친모가 관리한다는 차명재산을 통해 세입자들의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슈는 지급을 차일파일 미뤘다. 그는 이번 사과문에서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반찬가게에서도 일하고, 동대문 시장에서 옷을 판매하기도 하고, 식당에서도 일을 했다고 밝혔다. 슈의 해명이 변명처럼 보이는 이유다.

결국 모든 문제의 원인은 자신에게 있다. 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슈는 사과문에서 도박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지인의 꾀임'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그는 문제의 원인이 온전히 자신에게 있다고 판단하지 못한 듯하다. 또 사과문에는 채무자에 대한 사과 보다 유진, 바다를 향한 고마움의 표현이 더 많다. 그러나 진짜 고통 받은 이들은 슈를 믿고 그에게 돈을 건넨 세입자와 채무자들이 아닌가.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했다는 슈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슈의 사과문에는 진심이 읽혀지지 않는다.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겠다는 그의 각오는 응원하지만, 여전히 잘못의 원인을 타인에게서 찾고 진심으로 사과해야 할 주체를 파악하지 못했다. 새출발을 알렸지만 잘못된 시작점에 서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직도 반성이 필요한 것일까.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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