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에 '이웃 민원'.. 강아지는 이를 이용했다

김종성 입력 2022. 1. 1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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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KBS2 <개는 훌륭하다>

[김종성 기자]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죄송합니다." 

귀를 찢을 듯한 소음이 울려퍼졌다. 마치 울부짖는 듯한 짖음이었다. 어김없이 벨이 울렸다. 관리사무소에서 민원이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은 아내 보호자는 죄송하다며 고개를 조아렸다. 또 다시 이웃 주민에게 민폐를 끼쳤다는 심리적 불안감이 온몸을 움츠러들게 했다. 지난 17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주인공은 민원을 야기하는 고민견, 닥스훈트 링키(암컷, 1살)였다. 

야구단 코치인 남편 보호자는 원정 경기로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았고, 집에 혼자 있을 아내를 위해 링키를 입양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링키가 분리불안이 있는데다 너무 심하게 짖는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보호자들이 모두 집을 비우자 링키는 짖기 시작했다. 불안한 듯 텅 빈 집 안을 살피더니 소파로 올라가서 더 크게 짖었다. 게다가 잠시 뒤에는 하울링까지 했다. 

링키는 보호자가 돌아올 때까지 짖음을 멈추지 않았다. 몇 시간이 지나도 지치지 않았다. 그러니 민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방문 훈련까지 받았으나 큰 변화는 없었다. 결국 원상태로 되돌아왔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혼자 남겨진 링키는 벽지를 초토화시키고 리모컨을 박살내는 등 눈에 보이는 건 죄다 물어뜯었다. 한숨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분리불안을 예민한 성격의 보호자가 겪게 되면 우울증까지 와요. 외출을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는 스트레스에 다른 사람들한테 불편을 준다는 미안함..." (강형욱)

불가피한 경우에는 남편 보호자가 운영하는 센터에 데려갈 수밖에 없었다. 얌전히 있어주면 좋으련만 링키는 낯선 외부인을 향해 짖었다. 그 때문에 야구단 학생들은 불편함을 느꼈다. 특히 어린아이를 보면 달려들며 짖었는데, 그 때문에 보호자들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얼마 전, 아내 보호자가 임신을 했기 때문이다. 기쁜 만큼 고민도 커졌다. 링키를 생각하면 복잡한 심경이었다. 

링키가 짖는 이유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영상을 통해 링키를 면밀히 살핀 강형욱은 솔루션을 위해 출동했다. 그는 보호자들과 만나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며 본격적인 상담을 시작했다. 거실에 카펫이 깔려 있는 것을 발견한 강형욱은 배변 패드를 구분하냐고 물었고, 아내 보호자는 배변을 잘 가리지만 실내 배변만 고집한다고 대답했다. 강형욱은 "이게 문제구나!"라며 뭔가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내 보호자는 반려견의 분리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5. 10. 7' 훈련(하루에 5초간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것을 10회 반복하여 7일 동안 훈련)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소용없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강형욱은 "이 상태에서 5. 10. 7 훈련이 아무 소용이 없을" 거라며 "보호자님의 양육 방식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정말 분리됐을 때만 불안감을 느끼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는 얘기였다. 

강형욱은 분리불안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첫 번째는 "당신이 없으면 어떡하라고요!"처럼 전형적인 분리불안, 두 번째는 "너만 나가냐!"라는 요구적 분리불안이다. 링키의 경우에는 후자였다. 그렇다면 요구적 분리불안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일까. 강형욱은 "반려견의 지식이 부족할 때"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서 경험이 부족한 경우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견도 어렸을 때부터 적절한 자극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도시에 사는 반려견은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한정된 경험 탓이다. 무엇보다 다른 개와의 사회성이 부족해진다. 집 안에서는 사랑받는 반려견이라도 다른 곳에서는 그저 개일 뿐인데, 강형욱은 링키같이 사회성 부족한 개들이 애견 운동장에 가면 가장 찌질(?)하다고 '팩폭'했다.

링키가 실외 배변을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창피해서 다른 개에게 당당하게 인사를 하지 못하고, 자기 흔적을 남기지 못하는 것이다. 강형욱은 간단한 체크를 통해 링키가 '요구적 짖음'이 많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내 보호자가 링키가 짖을 때마다 상황 해결을 위해 요구를 빨리 들어줬기 때문이다. 링키는 민원에 대한 보호자의 불안감과 조바심을 이용했다. 

"이런 개들의 특징이 있어요. 아마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한테 잘할 겁니다. 그런데 걱정되는 게 있어요. 보통 아기를 좋아하는데 심하게 좋아하게 되고 그럼 가르치게 돼요. '조심해. 나, 너 사랑해!' 그럼 문제가 생겨요. 아기가 기어다니게 되면 물려고 할 거예요. '움직이지 마. 얌전히 있어'." (강형욱)

외부의 소리와 간식을 긍정적으로 연결짓는 간단한 솔루션을 통해 링키가 더 이상 짖지 않도록 만든 강형욱은 다시 상담에 돌입했다. 앞서 언급했던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할 시간이었다. 강형욱은 아기가 태어나면 링키가 통제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반려견인 바로가 아들 주은이가 태어났을 때 그렇게 행동하려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반려견의 사회성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건 링키의 부족한 사회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보호자가 링키에게 대부분 맞춰 줬다면 앞으로는 결핍을 부여해야 한다. 강형욱은 당연하게 받았던 애정이 거부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다른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규칙에 맞춰 제지를 한다면 반려견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형욱은 아내 보호자에게 링키를 따라가보라고 요청했다. 이때 따라가는 자세가 중요한데, 졸졸 따라간다는 느낌이 아니라 가까이 다가가서 정지한다는 느낌이어야 했다. 반려견과 보호자가 익숙하지 않은 거리만큼 다가감으로써 링키가 갖고 있는 '좋은 관계'라는 생각을 깨야 했다. '이곳의 주인은 나야!'라는 무언의 강한 메시지를 주면서 불편함을 갖게 만들어야 했다.

다음은 곧 태어날 아기와 안전거리 유지를 위한 켄넬 훈련이 진행됐다. 링키의 경우 통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간 분리는 필수였다. 링키가 지정 위치에 완전히 올라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조금씩 거리를 벌리면서 잘 기다릴 수 있게 했다. 이때 링키가 밖으로 나오면 다시 위치로 돌아가 통제했다. 말은 하지 않지만, '이 안에 있어!'라는 지침을 계속 알려주는 것이다. 

훈련을 잘 따라오는 링키를 보며 강형욱은 3개월이면 될 거라며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조건이 필요하다며 애정이 과한 남편 보호자의 절제를 요구했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 링키는 조금씩 나아졌다. 보호자들도 이제 민원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지난 방송을 통해 강형욱의 진가를 더욱 절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이 이토록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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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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