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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럽게', 국민 세금을 생각해서도 KBS가 이러면 안 된다

김교석 칼럼니스트 입력 2022. 01. 1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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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모도 갯벌이 하와이? 안일한 기획에 무리수 세팅('촌스럽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자기계발의 시대를 살고 있다 보니 'Why'의 중요성을 여기저기서 듣는다. 2022년 KBS2가 새해 첫 신규 예능으로 내세운 3부작 관찰예능 <촌스럽게: in 시크릿 아일랜드>를 보면서 머릿속에 남는 유일하게 남은 생각 또한 이 '왜?'라는 물음이었다. <촌스럽게>는 해외 출신 스타들의 가장 한국적인 추억여행을 콘셉트로 캘리포니아에서 자란 박준형, 태국 출신 뱀뱀, 홍콩에서 유년을 보낸 브레이브걸스의 유정과 함께 울산 바닷가 출신의 김영철이 인천 석모도의 한적한 풍경 속에서 2박3일을 함께 보내는 여행 관찰 예능이다.

그런데 3부작을 모두 다본 지금, 2022년을 시작하는 이때 왜 지금 이런 기획과 캐스팅의 예능이 편성됐는지 의문이 든다. 지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간다는 콘셉트는 이제 프로그램 기획으로 내세우기는 어려운 하나의 장르의 공식이다. 지난해 하반기 방영했던 tvN <해치지 않아>와 <슬기로운 산촌생활>은 물론, 시즌3까지 이어진 <바퀴달린 집> 등등 나영석 사단이 등장한 10년 이래 자연주의의 힐링 정서를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마주하는 예능이 쏟아지면서 나름 진화와 세분화를 거듭해왔다.

<촌스럽게>의 소개를 보면 마치 과거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촌스러운 '가(家)'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실제로 2010년대 초중반 어딘가에 시간이 멈춰진 듯하다. 해외 출신 연예인이 한국의 시골을 즐긴다는 콘셉트를 오늘날 예능 콘셉트로 삼기에는 이미 외국인들이 시골에서 한국식 밥상을 차리는 KBS2 <백종원 클라쓰>가 방송 중이다. 시골집에 모여 게임과 미션으로 일정을 전개하는 예능은 과거 SBS <패밀리가 떴다>부터 <불타는 청춘>까지 이어져온 리얼버라이어티의 유산이다.

기획의 설득력과 신선함이 떨어지는데 그 위에 온갖 예능의 클리셰가 점철되어 있다. 쉴 새 없이 터지는 BGM이나 함께 지은 밥을 둘러앉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장면은 자연주의를 지향하는 힐링 예능에서 가져왔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불타는 청춘>에 가깝다. 시골에서 계속해 게임을 하는 거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갯벌 체험 게임, 폐가 공포 체험, 신조어 옛말 맞추기 게임, 물병 던져 세우기 등 밥 해먹을 때는 제외하고는 제작진이 준비한 게임과 체험이 계속해 나열된다. 추억 소환이란 정서적 접근 또한 너무 익숙한 장치로 이뤄진다. 추억의 명곡을 부르고, 데뷔시절 추억이 서린 장면을 함께 보면서 초심을 언급한다. 너무나 많은 매스컴에 등장한 강화 대룡 시장을 찾아가 박준형, 뱀뱀과 유정조차 몰입 못하는 과거로 돌아가는 여행을 강행한다.

멤버 구성 또한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이해가 가질 않는다. 평소 교류가 없던 출연자들이 2박3일을 보내며 하나의 가족처럼 가까워지려면 팝업스토어 예능처럼 친밀하게 붙어서 함께하는 목표가 있거나 직업이든, 작품이든 공유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 관찰예능에서는 몰입을 이끌어내는 세팅이 기획의 거의 모든 것이다. 그런데 고향이 해외인 것만으로는 묶였을 뿐, 기초 친분도 없고, 세대도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낯선 사람들과 낡은 시골집에 모여서 졸지에 2박3일을 보내야 하니 기획의도처럼 그리 편안한 환경이 아니다. 작은 일에도 칭찬과 웃음과 리액션이 넘치는 건 사람이 좋아서가 아니라 어색하기 때문이다. 겨울의 석모도 갯벌을 보여주면서 하와이 같다는 무리수가 세팅 자체부터 시작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친분을 쌓고 하나로 모아지는 나름의 성장 서사가 만들어질 수가 없다. '무엇을 위해'가 아예 빠졌기 때문이다. 박준형은 부활의 계기가 된 '와썹맨' 콘셉트를 그대로 이어오면서 분위기와 활력을 담당하고 나머지 멤버는 이에 적응해야 한다. 뱀뱀은 겸손하고 사람 좋은 막내 동생, 유정은 귀엽고 밝은 이미지의 성격 좋은 여동생에 머무른다. 유일하게 새롭고 신선했던 볼거리는 예능 커리어 내내 샌드백롤을 맡아온 김영철이 분위기 띄우기부터 진행까지 도맡아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었다.

2022년 첫 신규 예능이 이럴 수는 없는 거다. 기존의 클리셰와 레퍼런스를 가져오더라도 흐름과 방향을 맞춰서 무엇을 목표로 어떤 재미를 노리는지 방향성이 있어야 하는데 새롭게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냥 모든 걸 끌고 들어와 가장 무성의한 방식으로 펼쳐놓았다.

일요일 아침 9시 반에 편성을 집어넣었다는 것은 짐작컨대 방송을 이런저런 이유로 만들어야 해서 외주로 제작하긴 했는데 내부적으로도 기대가 아예 없었다는 뜻이지 않을까.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제작됐고, 국제방송국에서 기획되어 KBS 2TV 외에 114개국, 1억4천만 가시청가구를 가진 글로벌 위성채널 KBS WORLD TV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도 선보인다고 홍보한다. 또, 디지털 버전이 별도 제작되어 OTT 웨이브와 KBS WORLD TV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

다 좋다. 그러나 오리지널 콘텐츠는 이제 숫자 싸움이 아니다. 세금을 생각해서도, K-콘텐츠의 가치를 생각해서도, 무엇보다 시청자를 생각해서도 2022년 방영되는 신규 예능이 이러면 곤란하다. 아무리 이런저런 계산이 작동한다고 해도 방송의 기본 목적은 시청자들의 만족에 있다. 납품하는 것에 만족할 수준의 콘텐츠를 수신료를 받는 방송사가 시청자들 앞에 내놓아선 안 된다. 점점 콘텐츠 제공자의 역량과 브랜드가 중시되는 시대에 이런 안일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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