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가리켰더니 손가락만 보는 JTBC와 '설강화' [이슈&톡]

황서연 기자 2021. 12. 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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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문제라고 했더니만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쳐다보며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는 꼴이다.

JTBC가 '설강화' 방영 시작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공식입장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

21일 오후 JTBC는 공식입장을 통해 '설강화'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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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설강화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달이 문제라고 했더니만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쳐다보며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는 꼴이다. JTBC가 '설강화' 방영 시작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공식입장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

21일 오후 JTBC는 공식입장을 통해 '설강화'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앞서 '설강화'는 지난 18일 첫 방송 이후 민주화 운동 폄훼, 안기부 미화 등 각종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방송 사흘 만에 방영 중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서명자가 31만명을 넘어갔다.

JTBC는 입장문을 통해 '설강화'의 배경과 주요 사건의 모티브는 군부정권 시절의 대선 정국이라고 강조하며 "이 배경에서 기득권 세력이 권력 유지를 위해 북한 정권과 야합한다는 가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권력자들에게 이용당하고 희생당했던 이들의 개인적인 서사를 보여주는 창작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극 중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는 간첩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지난 1, 2회에도 등장하지 않았고 이후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제작진이 시청자들이 제기한 문제점과는 전혀 다른 맥락을 짚고 있다는 것이다. JTBC의 입장을 요약하자면 극 중 간첩인 주인공이 민주화 항쟁에 직접 나서서 최루탄을 던지지는 않았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이 드라마의 본질적인 오류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시청자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여기다. 이 간첩 주인공은 안기부에 쫓겨 부상을 입고 여대 기숙사에 몸을 숨긴다. 자신을 시위대라고 오인한 여대생의 오해를 풀어주지 않고, 오히려 침묵과 은근한 동조를 통해 자신이 시위대에 가담한 학생인 척한다. 자신의 간첩 동료들을 '동무'라고 부를 뻔하다가 아차 싶었는지 '동지'로 말을 바꾸는 센스까지 선보인다.

1987년 당시에는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안기부에 잡혀 들어가 고문을 당했던 피해자들이 실제로 존재했다. 그때를 기억하는 피해자들, 유족들도 여전히 생존해 있다. 생존해 있는 피해자들은 "'설강화'가 안기부의 폭력성에 면죄부를 주는 듯해 괴롭다"라고 말한다. 시청자들은 피해자를 양산했던 잘못된 프레임을 극 중 소재로 가져왔다는 사실에 분노한 것이지, 드라마 속 두 주인공이 학생 운동에 가담했는지 말았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에 대한 해명은 입장문 어디에도 없다.

안기부 미화 논란에 대한 설명도 빠져있다. JTBC는 "권력자들에게 이용당하고 희생당했던 이들의 개인적인 서사"를 다루기 위해 이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시청자들이 지적하는 부분이 바로 이 '개인적인 서사'다. 안기부는 수많은 피해자들을 낳은 공포스러운 기관이었다. 그 조직에 속해있던 이들 역시 엄연한 범죄 가해자다. 그럼에도 안기부 개개인은 악인이 아니며, 조직의 논리에 희생당한 것처럼 그려 놓은 드라마의 설정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을 짚지 못한 JTBC는 수개월 간 비슷한 입장문만 반복해 내놓으며 방어적인 입장만을 취하고 있다. 정말로 시청자들의 주장이 오해라면 구체적인 설명을 통해 이를 풀어야 할 것 아닌가. 그저 "향후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오해의 대부분이 해소될 것"이라는 똑같은 답변만 내놓고 있으니, 시청자들이 납득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드라마의 기본 설정에 대한 논란조차 해결되지 않는데 제 아무리 원대한 제작 의도를 가지고 있어 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JTBC는 "자사가 핵심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콘텐츠 창작의 자유와 제작 독립성"이라고 밝혔다. 정작 그 자유와 독립성에 기대어 1987년 당시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가해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할 터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JTBC]

JTBC | 설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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