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화' 청원 30만→방송금지 가처분..JTBC "콘텐츠 자유 추구"[종합]

김보영 2021. 12. 2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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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방영중단 청원 동의, 사흘 만에 30만명 돌파
정해인 모델인 '푸라닭'마저..광고업계 손절 가속화
세계시민선언, 22일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예고
"역사 소재, 접근 단계부터 신중함과 책임의식 가져야"
(사진=JTBC ‘설강화’)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JTBC 토일드라마 ‘설강화 : snowdrop’(이하 ‘설강화’)가 방송 첫 주 이후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설강화’의 방송 중단을 요청하는 국민청원에 30만 명이 넘게 동의를 했고, 드라마 주연이 광고 모델로 있는 회사를 비롯해 협찬 및 광고사들이 잇따라 지원 철회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게다가 한 청년단체는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예고했다. 앞서 지난 3월 SBS ‘조선구마사’가 시청자들의 반중(反中) 정서 심화 및 역사왜곡 논란에 부딪혀 2회 만에 방송이 중단된 선례가 있는 만큼 ‘설강화’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8일 방송을 시작한 ‘설강화’는 1987년 독재정권 시절이 배경인 시대극이다. JTBC의 계열사인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및 JTBC스튜디오가 제작에 참여했다. 대세 배우 정해인과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지수가 각각 남녀 주인공을 맡아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남파 간첩과 민주화 운동을 하는 여학생의 사랑을 담은 드라마 시놉시스 내용이 지난 3월 알려지면서 방송 전부터 거센 비난 및 역사왜곡 우려를 낳았다 ‘조선구마사’ 폐지 시기와도 맞물린다.

당시 JTBC는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또 “80년대 군사정권을 배경으로 남북 대치 상황에서 대선정국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이며, 그 회오리 속에 희생되는 청춘 남녀들의 멜로드라마”라고도 해명했다. 첫방송을 이틀 앞둔 지난 16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도 제작진은 이 드라마가 가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1, 2화가 방송된 후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설강화’의 1화를 본 시청자가 ‘드라마 설강화의 방영 중단을 요청합니다’란 제목으로 올린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글이 하루 반 만에 20만 명을 돌파했고, 21일 기준 30만 명을 넘어섰다.

소비자들의 항의성 민원 등 상황이 심상치 않자 ‘설강화’에 광고 및 협찬으로 참여했던 기업들이 선긋기에 나섰다. 도평요, 한스전자, 트리젠 등 광고사들이 ‘드라마의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사과 입장과 함께 제작 지원 중단을 요청했으며, 정해인이 모델인 치킨 브랜드 ‘푸라닭’마저 “당사의 제작지원 광고 진행이 고객분들께 큰 실망감을 안겨드릴 수 있다는 점을 인지 못했다”며 일체의 제작지원 철회 및 광고 활동 중단을 요청한 상태다.

‘설강화’를 두둔하는 입장도 적지 않다. 드라마를 직접 본 일부 시청자들은 “안기부를 미화하는 드라마가 절대 아니다”라며 “남파공작원인 수호는 민주화 운동과 일체의 관계가 없다. 오히려 수호를 불러들여 공작에 활용한 주체가 안기부였다는 점에서 이들의 악랄함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반박했다.

JTBC는 첫방송 논란 이후 사흘이 지난 21일 오후에야 공식입장을 밝혔다. JTBC는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신 ‘역사왜곡’과 ‘민주화 운동 폄훼’ 우려는 향후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오해의 대부분이 해소될 것”이라며 “부당한 권력에 의해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억압받는 비정상적인 시대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제작진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해명했다. 비공개로 전환했던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도 다시 개방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JTBC가 핵심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콘텐츠 창작의 자유 및 제작 독립성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현주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제작진은 특정 역사를 폄훼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달리 말해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이 느낄 불편함에 대한 책임을 따로 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여겨진다”며 “돌아올 책임들을 제작진 스스로 오롯이 지고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기획 단계에서부터 신중함과 책임의식을 갖고 역사 소재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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