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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옷소매 붉은 끝동'이 증명한 원작과 각색의 힘

현혜선 기자 입력 2021. 12. 05. 12:57 수정 2021. 12. 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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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소매 붉은 끝동' 스틸 / 사진=MBC
[서울경제]

'옷소매 붉은 끝동'이 MBC의 체면을 살렸다. 시청률 10% 돌파는 물론, 화제성도 올킬이다. 탄탄한 원작과 이를 다채롭게 변주한 각색의 힘이다.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극본 정해리/연출 정지인/이하 '옷소매')은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 기록이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자체발광 오피스',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 등을 연출한 정지인 PD가 메가폰을 잡았다. 첫 방송 시청률 5.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던 '옷소매'는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더니 3일 7회 방송부터 10%대에 안착했다.

'옷소매'의 인기 요인은 탄탄한 원작이 한몫한다. 강미강 작가의 원작 소설은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밀도 있고 묵직하게 그려졌다. 원작 소설에서 호칭, 단어, 말투 등 철저한 고증 아래 쓰인 것들이 고스란히 드라마로 넘어왔다. 탄탄한 서사와 전재는 작품의 뼈대를 만드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조선 최고의 로맨스라고 불리는 정조와 의빈 성씨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실화가 주는 아련함과 설렘도 극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평이다.

작품은 원작의 핵심 포인트를 영리하게 취했다. 원작의 명대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했고, 원작의 명장면은 목욕신은 제대로 살렸다. 이산과 성덕임이 서로를 이성으로 보게 되는 시발점인 목욕신은 드라마에서도 가장 중요한 6회 엔딩에 배치됐고, 나아가 성덕임이 욕조에 빠졌다는 설정을 추가해 묘한 기류를 형성했다. 해당 장면에서 이어지는 7회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시청률 견인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보인다.

탄탄한 원작이 중심을 잡았다면, 각색이 적재적소에 들어갔다. 원작에서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는 효의왕후 김씨(정조의 정비)가 드라마에는 나오지 않는다. 왕과 후궁의 사랑 이야기에서 중전이 등장할 경우 자칫 가정사에 치중될 우려가 있기에, 드라마에서는 중전의 존재를 과감히 지우고 이산과 성덕임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 이산과 성덕임의 과거 인연을 추가해 감정적인 서사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이 서로의 추억을 깨닫고 진한 포옹을 나누는 8화 엔딩이 결정적인 장면.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대하 사극인 '이산'과 달리 멜로 감정선에 집중했다"고 말한 정지인 PD의 예고를 떠오르게 한다.

영조의 분량이 늘어난 것과 궁녀들의 삶이 더 세밀하게 그려진 점도 흥미롭다. 원작에서는 이산이 보위에 오르고 난 후의 일이 집중적으로 펼쳐져 영조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아직 세손인 이산과 성덕임의 풋풋한 초기 감정에 집중했고, 그만큼 영조의 분량을 늘어났다. 영조를 연기한 이덕화가 일상적인 톤으로 색다른 영조 캐릭터를 만들어 작품의 중심을 잡은 것도 관전 포인트다. 그간 여느 작품에서 영조가 무정한 아버지, 절대군주로 그려졌다면, 이덕화의 영조는 옆집 할아버지같이 친밀한 느낌이다. 아울러 그간 관심받지 않았던 궁녀들의 일상이 전면에 등장하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이준호와 이세영의 케미도 빼놓을 수 없다. 전역 후 첫 작품으로 '옷소매'를 선택한 이준호는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안정적인 사극톤을 선보이며 '이준호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세영은 전작인 '왕이 된 남자'에 이어 또 한 번 사극으로 돌아와 무르익은 연기력으로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5회 말미 그려진 이산의 눈물과 그를 위로하며 충심을 고백하는 성덕임의 장면은 가벼운 극의 분위기를 전환하며 작품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깊이를 더했다. 이들의 비주얼 케미와 대사 톤, 호흡에서 나오는 여유는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정지인 PD의 감각적인 연출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사극의 묘미는 미술적인 장치와 음악에 있는 만큼, '옷소매'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화면의 구도, 색채, 조명, 음악이 모두 어우러져 환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아름다운 궁과 자연의 색채를 배경으로 삼고, 이 안에서 카메라가 뛰어노는 느낌이다. 모든 것을 아우르는 웅장한 음악 역시 관전 포인트다.

'옷소매'의 흥행에 MBC는 미소 짓고 있다. 깊은 시청률 수렁에 빠졌던 MBC 드라마가 '옷소매'로 체면을 살린 모양새다. 장기화된 부진 속 MBC 드라마 시청률 10%도 넘지 못한 지경에 이른 건 2020년부터다. 2020년 MBC는 작품성을 인정받은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그 남자의 기억법', '카이로스' 등을 내놨으나 시청률은 3~4%에 머물렀다. '꼰대 인턴'이 그나마 최고 시청률 7.1%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심기일전한 MBC는 올해 들어서 월화드라마를 폐지하고 수목드라마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후 첫선을 보인 게 '오! 주인님'이었으나 해당 작품은 시청률 0%대라는 더 큰 굴욕을 안겼다.

결국 MBC는 칼을 빼 들어 월화극과 수목극을 모두 폐지하고 창사 이래 최초 금토극을 신설했다. 금토극 첫 주자로 나선 '검은 태양'이 호평 속 최고 시청률 9.7%를 기록하며 종영했고, 그 인기는 후속작인 '옷소매'까지 이어졌다. 중반부를 넘어선 '옷소매'는 최고 시청률 10.7%를 기록하며 SBS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이하 '지헤중'), tvN '지리산' 등 쟁쟁한 경쟁작을 꺾고 1위를 차지했다.

화제성도 압도적이다. TV 화제성 조사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옷소매'는 드라마 부문 3주 연속 1위, 드라마와 비드라마를 통합한 화제성 1위로 집계됐고, 이세영과 이준호는 각각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1, 2위에 이름을 올렸다. VOD 부문에서도 '옷소매'의 인기는 뜨겁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웨이브에 따르면 '옷소매'는 드라마 부문 1위다. IPTV 3사 주간 데이터 현황에서도 '옷소매'는 전체 프로그램 중 유로 VOD 이용 건수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자랑했다. SMR(스마트미디어랩/클립 영상 총 조회수 측정) 클립 조회 수도 전체 1위를 차지해 그야말로 '핫'한 드라마임을 입증했다.

현혜선 기자 sunsh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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