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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인터뷰] '지옥' 호불호 평가, 연상호 감독 "대중적 만족 기대 안했다"

태유나 입력 2021. 11. 2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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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연상호 감독 인터뷰
"대중적 만족 기대 안 해, 호불호 자연스러운 반응"
"사이비 종교 비판? 나도 교회 다녀"
"원작과 다른 결말, 예전부터 구상한 것"
"후속 이야기는 내년 만화로 먼저"

[텐아시아=태유나 기자]

'지옥' 연상호 감독./사진제공=넷플릭스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공개된 후 자고 일어났더니 1위가 됐더라고요. '이분도?'라고 할 정도 많은 사람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어리둥절한 상태입니다."


25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연상호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이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전세계 1위를 차지한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원작 웹툰의 스토리를 담당했던 연상호 감독이 직접 연출까지 맡아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 

'지옥'은 지옥행 고지라는 파격적인 설정에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원진아, 양익준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공개된 지 24시간 만에 '넷플릭스 오늘 전세계 톱10 TV프로그램(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25일(한국시간) 현재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진입장벽이 높은 세계관과 사이비 종교 비판, 어색한 CG 등으로 시청자들의 호불호는 갈리는 상황. 

연상호는 "애초 넷플릭스와 '지옥'을 구상할때 보편적인 대중을 만족시킬거라는 생각보다 이런 장르를 좋아하거나 딥하게 볼 수 있는 분들이 좋아하는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만들었다"며 "생각외로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주는 게 신기하다. 세계관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에 이 세계에 빠져드는데 일정부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간에게는 죽음이라는 종착지가 분명히 정해져 있죠. 그 종착지를 누구나 다 알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종착지가 예상치 못하게 고지됐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상상에서 구상을 시작했어요."

'지옥' 연상호 감독./사진제공=넷플릭스



미스터리한 현상 자체를 파고들기보단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인간군상의 부조리함에 초점을 둔 '지옥'. 연상호는 "현상을 설명하기보다 맞닥트린 사람들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게 중요한 포인트였다. 대중적인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작품 속 인간의 고민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고민과 닮아야 한다 생각해서 그런 것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종교적인 화두를 던지는 민감한 부분을 어떻게 그리려고 했냐는 질문에는 "'지옥'은 실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우주적 공포, 그걸 맞닥트린 인간의 모습을 다루는 코스믹호러 장르 안에서 움직인다. 거대한 미지의 존재와 인간의 대비를 통해 인간의 나약함, 또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강함을 표현하기 좋기 때문이다. 종교와 인간의 관계는 극적으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줄 좋은 장치라고 생각했다. 종교적인 색채도 있지만, 코스믹호러 장르에 더 충실한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종교가 있냐고 묻자 연상호는 "얼마나 종교에 충실한가라는 의미로 따지자면 특정 종교가 있다고 하긴 힘들다. 나는 종교라는 게 믿음보다는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나도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긴 하다"고 밝혔다. 

화살촉(김도윤 분) 인터넷 방송 장면에 대한 호불호도 강했다. 이에 연상호는 "화살촉은 스피커라고 하는 모습에 대한 시각적 실체라 생각했다. 얼굴을 메이크업으로 가리고 스피커로서 충실히 사람들을 끌기 위한 목소리가 중요했다. 불쾌하다는 반응 역시 스피커의 모습이 실체화되다 보니 자연스레 나올 수 있는 반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상호는 CG로 표현된 사자들의 외형이 허술하다는 지적에 대해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라고 생각했다"며 "내가 워낙 B급 영화를 좋아한다. '지옥'이 웰메이드를 지향하긴 했지만, 내가 좋아했던 서브 컬쳐 문화들에 대한 형태가 시각적으로 구현되길 원했다. 나 자체가 메이저 감성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좋아했던 것들이 잘 표현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옥'이라는 제목은 큰 의미를 담지 않고 단순하게 지었어요. 오히려 짓고 나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됐죠. 과연 이 지옥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생겨났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거든요.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실체가 없는 것에 이름을 붙이게 됐는지, 그런 상상들이 이 작품의 큰 모티브가 됐습니다."

'지옥' 연상호 감독./사진제공=넷플릭스



'부산행', '반도'에 이어 '지옥'에서도 희망의 상징으로 아이를 등장시키는 이유에 대해 연상호는 "내가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아이들만 봐도 기분이 좋은 게 있다. 아이라는 존재는 아주 조그마한 사랑을 줘도 크게 만족하는 존재다. 다음 세대 아이들이 희망을 받지 못하는 사회야말로 끔찍하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희망이 안 느껴지는 사회라면 더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는 사회라고 생각해서 그런 지점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런 것들이 작품에 반영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천사의 고지, 지옥의 사자라는 현상 앞에 사람들은 현실에 또 다른 지옥을 만들어낸다. 이를 그려내는 과정에서 '지옥'은 시청자들에게 나라면 과연 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연상호가 생각하는 '인간다움'이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사람의 행동을 만들어내는 여러 요소가 있어요. 환경, 이데올로기 등등이요. '지옥'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건 어려움에 부닥친 인간이 누군가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 이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환경과는 별개에 단순한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제가 생각하는 원초적인 인간다움이고요."

'지옥'이 '제2의 오징어 게임'이라고 평가받는 것에 연상호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15년 전부터 전 세계에 조금씩 쌓아온 신뢰 같은 것들이 최근 폭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도 한국에는 좋은 작품이 존재했다. 그걸 알아봐 주는 세계인들의 존재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지옥' 공개 이후 박정자 역할의 김신록 배우를 향한 뜨거운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캐스팅 과정을 묻자 연상호는 "드라마 '방법'에서 처음 봤다. 그전까지는 김신록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고, 인상적인 배우라 생각하지 못했다. '방법'을 봤는데 저 역할이 이렇게 중요한 역할일까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했고, 관심이 높아졌다. 그래서 '지옥' 박정자 역할을 놓고 봤을 때 낌신록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안을 드렸다"고 밝혔다. 

"참여해준 모든 배우가 맡은 캐릭터에 현실적인 생명을 불어넣어 줬어요. 감독과 배우가 아닌 '지옥' 세계를 만들기 위해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가 모여 같이 공연한 느낌입니다."

'지옥' 연상호 감독./사진제공=넷플릭스



'지옥' 결말의 부활 의미를 두고 시즌2를 위한 장치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상황. 이에 연상호는 "결말 이후에 이어지는 이야기에 대해 최규석 작가와 올 여름정도부터 이야기를 만들고 있고, 그 이야기는 만화로 작업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내년 하반기 정도에는 '지옥'과 이어진 이야기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영상화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있지는 않다. 추후 논의해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원작 웹툰 결말에는 부활이라는 소재가 등장하지 않았다. 결말을 바꾼 이유에 대해 연상호는 "웹툰을 작업할 때부터 이러한 결말을 구상하고 있었다"며 "웹툰 연재가 종료되기 전 시리즈화가 결정됐고, 전략적으로 웹툰에는 부활 장면을 넣지 않고 시리즈에 넣기로 했다. 만화와 영상을 동시에 전략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연상호는 지옥행이 고지된 신생아와 살아남은 아이에 대해 "이것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 더 충분한 설명과 메시지가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이것에 의도를 궁금해하는 사람들과 이후의 변화된 세계는 '지옥' 후속 이야기에 중요한 모티브가 되고 있다. 이 이야기들에 대한 설명은 후속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현재 넷플릭스 영화 '정의'를 촬영 중이라는 연상호. 그는 "강수연, 김현주, 류경수와 '정의'라는 SF영화를 만들고 있다. 이전 작품과는 결이 다른, 단편 소설 같은 짤막한 이야기 같은 느낌"이라며 "SF가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장르라 리스크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넷플릭스가 단편 소설과 같은 SF도 재밌을 것 같다고 해서 작업하고 있다. '지옥'이 치밀하게 써진 서사시라면, '정의'는 느낌으로 그려진 시나 소설 같은 작업"이라고 밝혔다. 

"할리우드 연출 제의요? 사실 '부산행' 이후 할리우드 연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미국 시스템이 한국과 달라서 시간이 좀 걸리고 있죠. 큰 무대나 다양한 무대에서 작업하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욕구 아닐까요?"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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