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이도현 관계를 스캔들로만 볼 수 없는 이유('멜랑꼴리아')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1. 11. 1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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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꼴리아' 이도현·임수정, 멜로의 뻔한 공식 그 바깥을 꿈꾼다
'멜랑꼴리아', 학원물·멜로·수학이 결합한 휴먼드라마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학원물에 멜로 게다가 수학이 더해진 휴먼드라마. tvN 수목드라마 <멜랑꼴리아>를 굳이 설명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설명은 <멜랑꼴리아>가 가진 소재들에서 연상되는 어떤 공식화된 드라마들을 떠올리게 한다. 즉 기득권층의 자제들이 부모의 부와 지위를 이용해 상위 1%의 특혜를 누리는 학원물은 <SKY 캐슬>이후, <펜트하우스>, <하이클래스> 등이 먼저 떠오르고, 나이차가 나는 남녀 사이에 만들어지는 미묘한 관계(주로 멜로) 역시 <18어게인> 같은 작품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멜랑꼴리아>가 가져온 수학이라는 소재와 이를 통해 학교의 문제는 물론이고 관계의 문제 또한 풀어나가는 방식 이런 선입견들을 깨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서 말하는 수학은 저 <SKY 캐슬>에서 김주영(김서형) 입시코디네이터가 요구하는 입시교육의 관건으로서 점수로 대변되는 그 수학이 아니다. 대신 '풀리지 않는 문제'나 '정답이 없는 문제', '전제 자체가 틀린 문제' 같은 좀 더 삶과 가까운 수학의 이야기다.

수학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인물로서 아성고등학교에 새로 부임한 수학교사 지윤수(임수정)와 풀리는 문제보다 풀리지 않는 문제에 더 관심을 보이는 수학천재 백승유(이도현)가 등장한다. 이 입시교육의 정점에 서 있는 아성고등학교에서 지윤수가 1기 수학동아리 칼쿨루스 선발을 위해 낸 문제는 입시교육 속에서 정답만을 찾는 습관이 든 아이들에게, 수학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먼저 알려주기 위한 도발이다.

학생들은 모두 정답을 적어 내지만, 진짜 해답을 적은 이는 백승유다. 그는 게시판에 붙어 있는 문제지에 '전제 오류'라 적은 후 '여백이 부족하므로 설명은 생략함'이라 적어 놓는다. 그만이 문제의 의도를 파악한 것. 그리고 그 답을 쓴 장본인을 찾아내기 위해 일부러 그 답이 '허세'라는 도발적인 메모를 적어놓은 지윤수에게 백승유는 보란 듯이 그 해답의 풀이를 적어 놓는다.

<멜랑꼴리아>는 이처럼 수학 문제를 통해 어딘가 익숙한 학원물에 멜로 구도라는 공식에 대해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며 '전제 오류'라고 선을 긋는다. 아성학원 이사장의 장녀인 노정아(진경)는 그 통속적이고 세속적인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인물로 지윤수가 낸 '전제오류'가 답인 문제에 대해 "장난을 좀 치셨네요"라고 말한다. 노정아는 이런 문제가 자신의 아성고에는 "안 어울리는 문제"라며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답하는 건 문제 자체를 부정하는 거잖아요. 우리 아고 아이들은 이런 답 쓰지 않아요."

하지만 이런 말에 지윤수는 자신의 소신을 전한다. "정해진 답을 맞추는 건 이미 아이들이 잘 하는 거잖아요. 때로는 전제가 틀리거나 답이 없는 문제들도 경험해보면 좋겠어요." <멜랑꼴리아>는 전제가 오류인 수학 문제를 통해 이 드라마가 그려나가려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하지만 늘 정해진 답을 요구하는 목소리들 또한 존재한다는 걸 노정아를 통해 드러낸다.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있다는 걸 우리 아이들이 알아야 할까요?... 우리 아성고 아이들은 그런 걸 알 시간도 필요도 없어요."

멜로드라마의 공식은 마치 <멜랑꼴리아>의 노정아가 말하는 수학공식처럼 나와 있는 게 사실이다. 멜로는 결국 남녀의 사랑을 다루는 것이고 갈등이 전제인 드라마는 그 사랑의 방해물들을 세우기 마련이다. 남녀는 그 방해물을 헤쳐 나가며 더 절절해지고 애틋해진 사랑을 하게 되고 그것이 결실을 맺거나 파국에 이르는 게 멜로드라마의 공식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멜랑꼴리아>도 그 공식적 틀에서 크게 벗어나 보이지는 않는다. 결국 우연히 첫 만남을 갖게 된 지윤수와 백승유가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며 관계가 진전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공식적 틀에도 불구하고 <멜랑꼴리아>가 그려나갈 멜로(혹은 휴먼)가 기대되는 지점은, 사제 간의 이렇게 만들어진 관계를 저 노정아는 분명 '스캔들'로 보려는 통상적이고 뻔한 공식의 시선을 드리우겠지만 실제 그들의 관계는 그 공식 바깥의 다른 결을 그려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수학을 매개로 하고 있지만 <멜랑꼴리아>는 어쩌면 우리네 남녀관계를 단순한 공식에 맞춰 사랑, 불륜, 스캔들 등으로 규정하는 그 단순한 시선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걸 드러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사제 간에 함께 풀어가는 문제들 속에서 애정도 만들어질 수 있겠지만 사랑도 존경도 아닌 그 중간 지점 어딘가에 있는 그런 감정을 주고받는 관계도 가능하지 않을까. 비록 세상은 그것을 '스캔들'이라고 단순화할지 모르지만, 전제 자체가 달라 그렇게 단순화할 수 없는 관계들도 존재한다고 <멜랑꼴리아>는 말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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