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만 모른다, '아형'이 꾸준하게 내리막길 달리는 이유를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2016년부터 원년 멤버 그대로 유지해온 <아는 형님>에 큰 변화가 생겼다. 게스트로 나와 깊은 인상을 남긴 개그맨 이진호가 지난 30일 304회부터 새 멤버로 합류하면서 <아형>은 8인 체제로 전환됐다. 무려 5년 만에 인적 변화를 준 큰 이벤트였지만 새 멤버의 합류 효과나 신선함을 느끼긴 어려웠다. 이진호의 고정 출연을 응원하기 위해 함께 나온 허경환, 박영진, 김두영, 김용명, 이은형, 강재준 등 공개코미디로 잔뼈가 굵은 개그맨 동료들이 혼신의 개인기를 펼치며 분위기를 띄우는 사이, 일곱 명이나 되는 기존 멤버들은 청중 역할에 또 한 번 머물렀기 때문이다. 달라진 건 멤버가 아니라 게스트였다.
아형>이 꾸준하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리얼버라이어티와 관찰예능이 디졸브되던 시기 예측불허의 '드립'과 서로서로 물어뜯는 자기비하 코미디를 펼치는 리얼버라이어티의 남성 캐릭터쇼를 다시 꺼내들어 날것의 반가움과 개성을 마련했지만, 오랜 세월 변함없이 반복되면서 뻔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외부 피드백에 대한 반응이나 변화에는 무척 소극적이었다. 학교 콘셉트로 자리 잡은 이후, 신동의 합류 정도를 제외하곤 특별한 변화를 준 것이 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이제는 MBC <라디오스타>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 신선한 충격을 준 개성으로 출발해 게스트에 따라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무난한 홍보용 게스트쇼가 됐다.
그러다 300회 직전 드라이브를 걸었던 편성 변화가 기폭제가 되어 시청률은 1~2%대로 곤두박질쳤고, 잘 먹혔던 트로트코인과 아이돌의 효과도 미미해졌다. 이런 시점에서 타개책으로 이진호가 가세했지만 그의 어깨만 너무 무거워지진 않을지 염려가 된다. 적신호가 켜진 지 한 달도 넘어가는 시점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소극적인 선택지를 골랐을 뿐 아니라 정작 방송을 보니 문제의 원인 분석 혹은 해결 방법에 대한 판단을 여전히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인터뷰에서 최창수 PD는 "최근 300회를 맞이하며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이진호는 형님학교의 포맷과 어울리는 것은 물론 형님들과 함께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다. 팀의 새로운 막내로 합류하는 이진호가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많이들 문제로 지적하는 고착화된 패턴과 뻔한 드립과 전개를 손볼 생각이 없음을 드러냈다. 실제로 이진호를 투입하면서 2000년대 초중반 쇼버라이어티 형태로 자리 잡은 <아형>보다도 더 올드스쿨 예능이라 할 수 있는 공개코미디에서 활약하는 개그맨들의 에너지를 빌려오는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전략을 구사했다.
새 멤버가 등장했지만 활약할 기회나 기존 멤버와 함께 붙는 장면은 거의 없었다. '드립'의 향연이 최대 무기였던 프로그램에 공개코미디 스타일의 개인기와 과거 유행어가 대안이 됐다. 예능 무대가 어색한 베테랑 개그맨 설정, 개인기와 게임의 나열 등 익숙한 웃음거리가 이어졌다. 분명 김두영, 김용명 등의 활약으로 모처럼 웃음을 터트렸으나 백화점식 개인기의 나열과 길고 긴 <오징어게임> 패러디가 이어지면서 점차 웃음의 폭발력은 떨어졌다.
JTBC가 2010년대 중반 예능의 새바람을 일으키고, 예능강국의 지위를 MBC로부터 넘겨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프로그램이 구태의연한 예능의 대표적 예시됐다. 이제는 좋든 싫든 그 이유를 피해선 안 된다. 출연진 컨트롤에 실패한 건지, 제작진의 지향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큰 변화를 피하면서 놓는 수들이 점점 불리한 형국으로 몰고 가고 있다.
지나간 건 다 이유가 있다. 특히 예능에서 재미의 범위와 요소가 훨씬 더 넓어진 시대에 리얼버라이어티 기반 캐릭터쇼와 쇼버라이어티 형식은 한계가 명백하다. MBC <놀면 뭐하니?>가 정작 그렇게들 원한다는 <무한도전>으로 돌아가면서 모든 면에서 정체된 예능으로 변한 것이 바로 그 예다. <아형>이 2000년대 중반 예능을 추구하며 '웃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사이, 다음 주도 보고 싶게 만드는 스토리라인의 재건은 계속해 미뤄지고 있다. 새로운 멤버가 5년 만에 처음 들어왔으나 익숙함이 전혀 사라지지 않은 이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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