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우 스캔들' 통해 본 잘 나가는 K드라마의 치명적 리스크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1. 10. 1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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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에 드리워진 인성 리스크의 그늘
'연모'의 윤제문, '홈타운' 작가 그리고 '갯마을 차차차' K배우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이른바 'K드라마'라 불리게 된 한국드라마의 위상을 한껏 높여 놓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외신들은 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오징어 게임> 현상을 보도하고 있다. 우리가 어려서 했던 놀이들을 외국인들이 즐기고 있는 광경은 드라마 한 편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영향력을 잘 말해준다.

하지만 이렇게 잘 나가는 K드라마에 발목을 잡는 것 중 하나가 '인성 리스크'의 그늘이다. <오징어 게임>이 화제가 되면서 한국드라마에 대한 높아진 관심은 동시에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던 <갯마을 차차차(영어 제목은 Hometown Cha-Cha-Cha)>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플릭스 패트롤의 TV쇼 순위 차트를 보면 <갯마을 차차차>는 전체에서 7위에 올라있다.

국내에서도 <갯마을 차차차>는 최고시청률 12.6%(닐슨 코리아)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종영했다. 이로써 드라마는 물론이고 여기 출연한 배우들 역시 국내외에서 주목받게 됐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갯마을 차차차>는 의외의 암초를 만나게 됐다. 한 익명의 제보자가 이른바 'K배우'에 의해 임신을 하고 낙태를 종용 당했으며 혼인을 앞세워 일방적인 희생까지 요구했다고 주장한 것. 그리고 그 폭로 글의 내용을 통해 K배우가 <갯마을 차차차>의 남자주인공인 김선호라는 추정이 나왔다.

이러한 추정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틀 가까이 침묵으로 일관하던 김선호 소속사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갯마을 차차차>의 성공으로 김선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던 광고업계에서 이미 손절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심지어 미리 찍어 방영되고 있는 광고도 내리고 있는 상황은 이 폭로가 완전한 사실무근은 아니라는 심증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만일 이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갯마을 차차차>의 성공에는 한 순간에 흙탕물이 튈 수밖에 없다. 드라마가 종영해도 OTT를 통해 계속 소비되는 게 현재의 새로운 드라마 소비 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라면 드라마가 내세우고 있는 '힐링'은, '인성 리스크'로 인해 전혀 몰입할 수 없는 일이 되고 만다. 한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상대 배우나 동료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고, 심지어 당사자가 출연하고 있는 <1박2일>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도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사실로 밝혀지게 된다면 그 파장이 일파만파라는 이야기다.

이런 인성 리스크는 최근 방영되고 있는 tvN 수목드라마 <홈타운>, KBS 월화드라마 <연모>에서도 생겨나고 있다. <홈타운>은 이 작품의 작가가 3년 전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되었던 조현훈 감독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주진이라는 예명을 썼지만 그 실체가 밝혀진 것. 조현훈 감독은 사실을 인정했지만 성추행을 숨길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방송사와 제작사가 몰랐다는 건 상식적으로 대중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알면서도 시청자들이 불편할 수 있는 일을 허용하게 했다면 작가도 방송사도 제작사도 책임이 없다 말하긴 어렵다.

결국 이 논란은 드라마와 여기 출연한 배우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쳤다. 시청률은 1%대까지 추락했고, 애초 드라마에 기대를 모으게 만들었던 유재명, 한예리, 엄태구 같은 배우들의 연기도 무색하게 했다. 무엇보다 그저 편하게 즐길 수 있었던 드라마가 이제는 '불편해서 못 보게 됐다'는 시청자들에 대해 제작사도 방송사도 "뒤늦게 알았다"는 변명을 내놓을 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편 최근 시작한 <연모> 역시 세 번의 음주운전을 포함해 술 관련 구설수에 계속 올랐던 윤제문이 출연한 사실 때문에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드라마 속에서 그 비중이 상당한 악역을 맡고 있어 시청자들은 드라마 몰입에 있어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쌍둥이 여아라는 이유로 버려졌다가 죽은 오빠 대신 남장을 한 채 세자 역할을 하게 된 이휘(박은빈)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윤제문 출연을 둘러싼 논란들은 드라마를 마음 편히 보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K드라마로 불리며 전 세계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한국 드라마들은 분명 남다른 경쟁력을 증명해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K드라마에 때때로 드리워지는 인성 리스크는 의외의 복병으로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드라마 제작자도 방송사도 또 배우들 자신들도 높아진 위상만큼 걸 맞는 책임감을 가져야할 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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