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약한 설계, 이건 아니지.. '베놈2' 실망스런 전개

김상화 2021. 10. 1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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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 소니판 마블 영화의 한계인가

[김상화 기자]

 영화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 소니픽쳐스코리아
 
* 이 기사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마블이 낳은 캐릭터지만 마블이 영화로 만들지 못하는 존재들이 있다. 소니픽쳐스가 판권을 지닌 스파이더맨 그리고 베놈이 대표적이다.

탄생 60~70년이 기본이 된 마블코믹스 속 등장 인물 중에선 비교적 청년(?) 축에 속하는 1984년생 베놈은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대급 악당으로 활동해온 미지의 외계 생명체다. 인간을 숙주 삼아 생존하면서 사람을 비롯한 동물의 뇌, 초콜릿을 통해 필수 영양소를 흡수하고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발휘한 베놈은 마블코믹스에선 신스틸러 이상의 역할을 담당해온 바 있다. 

코믹스 마니아들에게 컬트적 인기를 누린 캐릭터를 할리우드가 그냥 놔둘 리 없었고 2007년 <스파이더맨3>를 통해 영화 데뷔가 성사되었지만 시리즈의 마지막을 실망스럽게 장식하면서 베놈 또한 흐지부지 사라질 뻔한 위기에 놓이기도 한다. 그런데 잠시 잊혀졌던 존재가 2018년 되살아났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톰 하디를 에디 브록/베놈으로 낙점 짓고 스파이더맨 속 조연을 독자적 작품의 주인공으로 과감히 내세웠다. 소니의 이 전략은 상업적 대성공으로 연결되었지만 이야기의 허술한 전개, 부실한 구성에 대해선 혹독한 비판도 뒤따랐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두 번째 이야기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감독 앤디 서키스)로 다시 한번 관객들과 평론가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코믹스 속 역대급 빌런, 카니지의 등장
 
 영화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 소니픽쳐스코리아
 
우여곡절 끝에 서로 공생을 선택한 에드 브록 그리고 베놈의 또 다른 숙적이 2편에서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대표적 빌런인 클래터스 캐서디/카니지(우디 하렐슨 분)가 그 주인공이다. 역대급 사이코패스로 자신의 부모 뿐만 아니라 엄청난 수의 시민을 학살한 살인마 클래터스의 1996년 소년원 복역 시절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그에겐 유일한 교감 상대 프랜시스(나오미 해리스 분)가 곁에 있어줬고 둘은 기묘한 우정 관계를 유지했다. 예상치 못한 일로 두 사람의 인연이 단절된 지 20여 년이 흐른 현재, 에디는 클래터스와의 단독 인터뷰 진행 도중 감옥 안에 그려진 클래터스의 기괴한 그림을 단서로 포착한 베놈의 능력에 힘입어 그가 자백하지 않은 추가 범행 피해자 시체들을 찾아 낼 수 있었다. 이 일로 인해 한동안 중지되었던 클래터스의 사형 집행이 당국에 의해 전격 결정되기에 이른다.    

이에 분개한 클래터스는 또 한번 에디와의 만남을 요구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우연찮은 일로 인해 그의 몸에 에디의 몸 속에 존재하던 베놈의 심비오트(공생체)가 흡수되고 만다. 결국 클래터스 또한 베놈과 마찬가지로 외계 생명체가 공생하는 존재인 카니지로 변신하면서 탈옥에 성공, 결국 서로의 목숨을 건 대결이 펼쳐지게 된다.

뭔가 기대감 높였던 초반... 힘빠지는 후반 전개
 
 영화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 소니픽쳐스코리아
 
어린 시절의 클래터스와 프랜시스의 이야기를 먼저 보여주면서 <베놈2>는 마치 2000년 <엑스맨>의 시작을 알렸던 소년 매그니토를 연상케 할 만큼 묵직한 출발을 시작한다. 마블의 주요 소재 중 하나인 돌연변이 요소도 삽입하면서 뭔가 뒤에 숨겨진 흑막이 있을 법한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사연 많은 빌런일 것으로 예측되었던 클래터스는 결과적으론 그저 흔하디 흔한 살인마였고 단순히 카니지가 기생하는 인간에 머물 뿐이었다. 연인 프랜시스 역시 그의 맹목적 동조자이자 악당으로 설정되면서 베놈 vs. 카니지의 대결이라는 평범한 전개를 더욱 평이하게 이끌어 나갈 따름이었다. 

90분가량의 그리 길지 않은 런닝타임 상당량을 시종 일관 무의미하게 소비되는 에디와 베놈의 말다툼에 허비하다보니 정작 악당이자 영웅이라는 양면성을 지닌 주인공의 특징 또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만다. 막판 성당을 배경으로 치열하게 펼쳐지는 혈투가 제법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이 과정 또한 다소 설득력 부족한 빌런의 치명적 실수로 인해 긴장감 떨어지는 결말 전개로 치닫고 만다.

소니의 믿을 구석은 스파이더맨 뿐?
 
 영화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 소니픽쳐스코리아
 
최근 속속 개봉되거나 대기 중인 타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무려 150분 안팎의 시간대 구성을 자랑하는 것과 비교하면 <베놈2>의 시간 생략 내지 건너뛰기급 전개는 곳곳에서 허술함을 노출하면서 실망감을 극대화시킨다.  

마치 뭔가 있겠거니 했던 잔칫상이 결과적으론 편의점 삼각김밥만도 못한 식단이 되어 버린 셈이다. 그나마 스파이더맨 및 베놈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빌런 '톡신'으로 변하는 코믹스 캐릭터 멀리건 형사(스티븐 그래엄 분)를 등장시키면서 후속편에 대한 떡밥을 깔아 놓은 점은 마블 마니아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제공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등장하는 쿠키 영상이 본편의 무게감을 단숨에 압도한다는 점은 <베놈2>가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베놈의 영원한 숙적 스파이더맨의 세계관과 연결 가능성을 내비친다는 사실은 최종적으론 스파이더맨이 등장해야 베놈도 살아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마블과의 제대로 된 합작으로 완성도를 높였던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생각한다면 <베놈>으로선 이를 뛰어넘을 만한 획기적인 시도, 기획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 방안 중 하나가 스파이더맨과의 협업이건 또 다른 방식이건 상관없이 소니만의 독자적인 색깔 마련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3편 이후의 미래는 크게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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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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