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 "루저의 이야기, 게임보다 사람의 강조 인기비결" [인터뷰M]

김경희 입력 2021. 9. 2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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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을 만났다.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 6일 연속 1위일 뿐 아니라 미주, 아시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전 대륙에 걸쳐 수십 여 국가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 1위 및 상위권 진입, 로튼 토마토 신선도 100% 등 글로벌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는, 현재 전 세계 최고의 화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iMBC 연예뉴스 사진


화상 인터뷰로 만난 황동혁 감독은 작품의 흥행소식에 기쁨과 얼떨떨함이 교차한다는 심경을 밝히며 "이 작품의 독창성은 두가지가 있다. '오징어게임'은 게임보다 사람이 보이는 작품이다. 다른 게임 장르는 게임이 어렵고 복잡하다. 그래서 어떤 천재나 히어로가 나타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은 아이들 게임중 가장 단순한 걸 골랐다. 전세계 누구라도 30초 안에 게임 파악이 가능하다. 그래서 게임을 하는 사람이 감정에 더 몰입하게 된다"라며 이작품이 전세계인을 매료시킬수 있었던 요소 한가지를 꼽았다.

"또 하나는 '오징어게임'은 루저의 이야기다"라며 황감독은 두번째 요소를 이야기했다. "우리 작품에는 루저들이 나온다. 천재도 영웅도 없다. 주인공인 기훈도 남의 도움으로 간신히 한 단계씩 나아간다. '오징어게임'은 영웅과 승자가 없는 루저들의 이야기다."라며 사회에서 밑바닥 인생을 살던 이들이 목숨을 걸고 일확천금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토리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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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기획했던 이 작품은 처음부터 극중 놀이에 대한 구성이 정해져 있었다고 했다. 황감독은 "중간의 과정은 오래전에 기획한거라 구체적인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데 첫번째 게임은 무궁화꽃이어야 한다는 건 확고했다. 수백명이 집단으로 하는 첫 게임에서 대량학살을 하는 쇼킹한 충격과 함께 아름다운 그림이 나올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마지막 게임은 오징어게임으로 결정했었다. 게임의 룰 때문이라기보다는 동그라미, 세모, 네모의 도형을 마치 링 처럼 사용하고 그 위에서 최종 결승에 오른 이들이 검투사같이 대결을 펼치는 그림을 상상했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처절하게 게임하는 아이러니함을 가져가고 싶었다"라며 6개의 게임중 처음과 시작을 장식한 게임의 이유를 설명했다.

황감독은 "고무줄이나 공기놀이도 고민을 했는데 박진감이나 긴장감 면에서 고민이 되더라. 공기 놀이도 1단, 2단, 3단의 과정을 설명하는게 어렵더라. 그래서 빠진 게임들이 몇개 있다."라면서 "딱지치기를 공유와 이정재가 하는데 그 상황에서 실뜨기를 시켜볼까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룰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서 뺐다"며 작품속에 등장하는 게임의 종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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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소개된 게임 중 가장 애정을 가진 게임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황감독은 "징검다리"를 꼽았다. 그는 "제가 만든 게임이다. 어릴때 개천을 건널 때 어떤 돌을 밟으면 흔들려서 물에 빠지기도 했는데 거기서 착안해 만든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이기는 방법은 너무 단순하다. 앞사람이 밟은 걸 참고해야 하는 거다. 승자들은 결국 패자의 시체위에 서 있는 것이고, 그 패자를 기억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게임이다. 이 작품의 주제와 잘 닿아있는 게임이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덧붙여 황감독은 "이 게임을 마친 뒤 상우와 기훈이 숙소에서 싸우면서 하는 말이 있다. 기훈은 "그 사람들 덕에 우리가 끝까지 갔다"고 하고 상우는 "내가 죽도록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관점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상우는 자신이 승자라 생각하고, 기훈은 루저들의 헌신과 희생, 노력으로 승자가 생길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징어게임'은 부자들이 무료해진 삶의 재미를 위해 가난한 사람들을 게임에 끌어들여 그들으 보며 즐기는 이야기다. 황감독은 "이미 많은 작품에서 클리세처럼 나와있는 설정이다. 2008년 당시 이 작품을 구상할때 만화에 푹 빠져있었고, 당시는 경제적으로 너무 힘든 시기였다. 당시에 봤던 만화들이 게임에 관한 것들이었는데 대부분이 빚이 있거나 어려운 사람들을 데리고와서 참여시키는 걸 보고 작품을 기획했다."라며 작품의 근간이 된 배경을 설명했다.

'오징어게임'은 동화같은 세트로도 화제가 되었다. 황감독은 "제가 한 작품중에 제일 미술이 어려웠던 작품이다. 보통은 레퍼런스가 현실에 존재하니까 그걸 보고 조금 변형하면 되는데 일남이 만든 성 안의 게임장은 모두 상상에 의지해 만들어야 했다. 미술 회의를 몇 번 했는지 모르게 많이 하고 길게 했다"라며 결과물을 얻기까지 굉장한 공을 들였음을 이야기했다. 그러며 "처음에는 인터스트리얼 느낌도 생각했는데 그건 너무 흔하고 클리세적인것 같아서 선택하지 않았다. 일남이 설계한 게임 공간인데 그가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지은 곳이라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느낌으로 가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아름다운 색감, 계단 등으로 구성하였다. 계단의 레퍼런스는 네덜란드 판화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의 그림이었다."라며 '오징어게임'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어버린 계단의 레퍼런스도 밝혔다.

작품이 공개된 이후 출연한 배우들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그중 모델 출신으로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한 정호연에 대한 반응이 엄청났다. 황감독은 "새벽 역할은 오디션도 많이 봤고 미팅도 많이 했는데 참신한 사람을 쓰고 싶었다. 어디서 갑자기 오디션 테이프가 왔는데 그걸 보는 순간 이 사람으로 해야겠다 싶더라. 목소리톤과 분위기가 완전 이 친구다 싶었다. 거의 마지막 순간에 발견한 친구라 빨리 실물을 보고 싶었다. 뉴욕에서 온 정호연의 실물을 보며 확신이 들었다. 동물적이고 때묻지 않은, 야생마 같은 날것의 느낌이 있었다. 신인이 가진 불안감도 즐겁게 느껴질 정도였다"라며 정호연의 캐스팅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함께 출연한 다른 배우들도 화제였지만 특히 특별출연을 한 공유와 이병헌의 등장은 충격적이었다. 황감독은 "공유와는 평소 친하게 지냈는데 개인적인 자리에서 부탁했더니 바로 오케이를 해줬다. 갑자기 캐스팅을 하게 되었는데 작품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이병헌은 '남한산성' 이후 계속 연락을 주고 받다가 기분 좋은 술자리에서 슬쩍 이야기했는데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라며 두 특급배우들의 출연이 아주 수월하게 진행됐음을 밝혔다.

혹시 시리즈에 출연한 여러 캐릭터중 자신과 가장 닮은 인물은 누구냐는 질문에 황감독은 "촬영할때 사람들이 저보고 일남이 같다고 하더라. 이 시리즈를 설계하고 찍은 사람이라며 그렇게 말하던데 성향으로 볼때 저는 기훈과 상후를 반반씩 닮은 것 같다. 누군가는 현장에서 제 모습을 보고 모자를 쓰고 찌질하게 나오는 기훈과 똑같이 닮았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저도 서울대를 나와서인지 상우와 비슷하다고도 하더라. 저의 다양한 모습이 캐릭터들의 면면에 다 담겨있는 것 같다"라며 재치있게 답했다.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는 황동혁 감독이었지만 그는 "처음 해본 시리즈였는데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작품이 될 것. 부담이자 영광, 훈장이자 부담이다. 제가 뭘 하든 '오징어게임'이 따라 올 것 같다."라며 작품의 의미를 밝혔다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에서 볼수 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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