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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당신 내면의 목소리는 456억원보다 울림이 큰가

박생강 칼럼니스트 입력 2021. 09. 25. 11:24 수정 2021. 09. 2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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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적나라한 자본주의의 '현타'를 보여주는 게임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본문 중 드라마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드라마를 시청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 승부는 기훈(이정재)과 상우(박해수)의 대결로 이어진다. 두 사람은 비 내리는 게임장에서 어린 시절의 놀이 <오징어 게임>을 한다. <오징어 게임>은 오징어 그림의 맨 꼭대기에 있는 삼각형에 먼저 들어가는 사람이 승자다. 그곳에 들어갈 때까지는 오징어 그림 안팎에서 서로 밀고 당기며 어떻게든 그곳까지 가야 한다. 그 외에 다른 규칙은 없다. 어린 시절의 꼬마들은 우르르 몰려 즐겁게 놀며 이 게임을 즐겼다.

456억 원이 걸린 이 게임에 두 어른 남자는 칼을 들고 겨룬다. 하지만 승부를 대하는 두 사람은 다르다. 서울대를 나와 증권회사에 들어가 승승장구하던 상우는 회사와 고객의 돈까지 운용해 더 큰 한방을 노리다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는 그 나락에서 <오징어 게임>에 마지막 승부를 건다. 성공한 엘리트라는 위선의 가면을 던지자, 그는 게임이 이어질수록 죄의식 없이 사기꾼과 살인자의 길에 들어선다. 생각해 보니 달고나게임에서 상우의 선택은 삼각형. 삼각형은 말 그대로 자본주의 피라미드 그대로다. 성공한 사람은 소수, 타인은 그 소수에 들어가기 위한 발판에 불과하다.

반면 기훈 역시 인생의 한방을 노렸던 녀석이다. 하지만 그는 엘리트도 아니고 머리도 나쁘다. 지금은 그저 시장에서 장사하는 엄마의 돈이나 훔쳐서 경마장에서 한탕을 노리는 신세다. 사채빚에 쪼들리던 기훈은 엄마의 당뇨 후유증 치료비조차 댈 수 없을 만큼 경제적으로 열악하다. 그렇기에 그도 456억 원이 걸린 오징어게임에 참가한다.

다만 기훈은 상우와는 다른 방식으로 오징어게임의 마지막에 도착한다. 기훈은 비정한 오징어게임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연대의 가치를 처음 배워나간다. 탈북자 새벽(정호연)이나 외국인노동자 알리(아누팜 트리파티), 가난한 노인(결국은 아니었지만) 일남(오영수)과 인간적인 교류를 쌓아가는 것이다. 늘 사회에서 무시당하는 그가 처음으로 사람들과의 연대 속에 어떤 희망 같은 것을 발견한다. 오히려 위기의 순간에 어떤 사람은 내면의 인간미를 발견하기도 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기훈이 달고나게임에서 선택한 것은 우산. 우산은 비를 맞는 사람을 위해 함께 쓸 수 있는 물건이다. 하지만 기훈이 내면의 우산을 발견했다고 해피엔딩일까? 혹은 결국 기훈이 최후의 승자가 되어 456억 원을 손에 쥐었다고 해피엔딩일까? 그는 결국 말보다 조금 더 비싼 경주마일 따름인데.

<오징어 게임>은 겉보기에는 그리 새로운 드라마는 아니다. 경쟁게임에서 사람들이 죽고 사는 플롯의 이야기는 꽤 많다. <오징어 게임>의 눈에 띄는 점은 사실 괴리감에 있다. 자본주의 VIP들이 지켜보는 21세기판 로마제국 검투장 같은 현장. 거기에 게임에서 지면 그대로 총에 맞아 죽게 되는 비정한 룰. 그렇기에 날 것 그대로 드러난 비정한 인간들의 더러운 속내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오징어 게임>의 게임은 유년의 놀이를 커다랗게 만든 것에 불과하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게임, 줄다리기, 구슬치기, 징검다리 건너기에 그리고 오징어게임까지. 처음에는 이게 뭐야, 코웃음이 나지만 뒤로 갈수록 코에서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다. 유년시절의 소중한 추억이 떠오르는 이 게임이 죽고 사는 머니게임으로 변질되니까.

우리가 어린 시절에 배운 것은 결국 경쟁을 위한 사회화를 위한 게임이었나? 또 누가 더 돈을 버느냐에 목매는 우리는 어린 시절과 달라진 것 없는 게임판 위에서 버티는 삶을 살고 있나? <오징어 게임>은 비유와 상징이 뚜렷한 우화지만 유치하지는 않다. 그것이 보여주는 약육강식의 현실이 무엇인지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실에서 폰으로 주식시세를 살펴보는 이 머니게임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도 잘 안다. 세련된 21세기는 친절하게도 대중에게 즐거운 머니게임 놀이동산을 설치해놓았다. '현타'가 오면 곧바로 다음의 머니게임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주식에 '현타'를 느끼면 '코인'투자나 '로또'로 넘어갈 수 있으니까.

다시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 오징어게임으로 돌아가자. 기훈은 삼각형에 들어가기 전 오징어게임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다. 바로 어린 시절의 아끼는 동생이었던 상우를 살리기 위해서다. 상우는 바닥에 드러누운 채 유년시절의 오징어게임에 대해 잠시 말한다. 그때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 그만 놀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아쉽게도 어른이 된 엘리트 상우는 더 이상 그럴 수 없다. 결국 상우는 삼각형의 세계를 포기하기보다 스스로의 목에 칼을 꽂는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다. 더 이상 집으로 오라는 엄마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 <오징어 게임>을 거쳐 온 우리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차례다. 이 게임을 이어갈지, 던져버릴지, 다른 방식으로 승부수를 던질지에 대해.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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