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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대명'이 만드는 '양석형'의 이야기 [윤지혜의 슬로우톡]

윤지혜 칼럼 입력 2021. 09. 1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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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로 각인된다는 것만큼 배우로서 더 이상의 뿌듯함은 없다.

낯선 사람들과 애꿎게 엮이기보다 좋아하는 예능을 보며 혼자 시간 보내는 걸 선호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 한해선 본인이 정서적으로 누려야 할 여유나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사람들 외의 관계에서 깊은 정서적 교류를 하지 않으려 하는 데에는, 아마도 유독 비극에 뛰어나게 발휘되는 공감능력을 지닌 탓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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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대중에게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로 각인된다는 것만큼 배우로서 더 이상의 뿌듯함은 없다. 그런데 무려 두 번째다. 드라마 ‘미생’에서 김동식 대리를 맡아 실제 직업인을 캐스팅한 게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현실 대리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었고, 이제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이 세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려 깊음으로 환자들을 대하는 산부인과 의사 ‘양석형’이다.

낯선 사람들과 애꿎게 엮이기보다 좋아하는 예능을 보며 혼자 시간 보내는 걸 선호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 한해선 본인이 정서적으로 누려야 할 여유나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어떤 경우엔 오히려 앞장 서서 만남을 주선하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많이 발생하진 않는다. 대신 석형이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성취될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사람들 외의 관계에서 깊은 정서적 교류를 하지 않으려 하는 데에는, 아마도 유독 비극에 뛰어나게 발휘되는 공감능력을 지닌 탓이 아닐까. 아버지의 외도와 동생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마음에 병이 생긴 모친, 그리고 그 모친이 유별난 성격으로 상처를 입힌 전처까지, 자신의 내면에 생긴 균열은 인식조차 못할 만큼 주변의 비극을 돌보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이렇게 힘껏 비극에 노출되고 말았으니 공감능력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상당히 고단한 능력으로 석형의 일상이 가진 무기력함은 여기서 비롯된 것일지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가 생명, 비극과 상반된 가치를 주로 맞닥뜨리는 산부인과 의사라는 점, 곁에는 그가 비극에 함몰되지 않도록 함께 있어주고 함께 무언가를 해주는 동갑내기 친구들이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러한 석형의 깊은 속내, 속사정은 그의 삶이 띠고 있는 느리고 둔한 특징에 가려져 잘 드러나지 않는 까닭에 오해 받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김대명은 석형의 미묘한 심리를 섬세하게 구현해냄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무료해 보이는 그의 표정 너머에 존재하는 본 마음을 고스란히 감지하게끔 돕는다. 그리하여 작품의 이야기가 앞으로 진행될수록 석형의 진가는 더욱 선명해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우리 마음 한 구석을 가득 채우게 되는 것이다.

덕분에, 함께 일하는 레지던트 추민하(안은진)와의 분홍빛 로맨스 또한 설득력을 얻었다. 느리고 무던한 시기를 지나갈 때에는 답답하기 그지 없었는데 알고 보니 자신의 감정에 대한, 그 감정을 선사한 상대에 대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석형만의 믿음직스러운 과정이었다. 사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나서 변화된 그의 표정과 행동이 이를 증명한다.

어쩌면 보통의 인물과는 좀 다른 석형의 흐름을 우리가 무리없이 잘 따라갈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 김대명의 공이 크다. 겉으로는 단순해 보여도 속은 그 어느 하나 단순한 게 없는 양석형이란 인물을 차근차근 잘 쌓아 만들어서, 친절하게 떠먹여 주었으니까. 이렇게 그는 또 하나의 인생캐릭터를 만났고, 우리는 매력적인 부류에 추가시킬 또 하나의 모델을 얻었으니 배우만이 선사할 수 있는 보람찬 결실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tvN '미생',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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