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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기' SBS 면(面) 세울 구원투수 등장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입력 2021. 09. 02. 09:19 수정 2021. 09. 0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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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사진제공=SBS

SBS 기대작으로 꼽히던 두 사극이 이름 하나로 운명이 엇갈렸다. 철처하게 상상력에 기댄 '홍천기'와 상상력에 실존인물을 덧댔던 '조선구마사'의 이야기다. 사상 초유의 사태를 빚은 '조선구마사'의 폐지 이후 옭아매던 이름들이 사라지자 '사극 명가'로 불리던 SBS가 비로소 명성을 회복할 길을 찾은 모습이다.

지난 30일 첫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홍천기'(극본 하은, 연출 장태유)는 신령한 힘을 가진 여화공 홍천기(김유정)와 하늘의 별자리를 읽는 붉은 눈의 남자 하람(안효섭)이 그리는 한 폭의 판타지 로맨스 사극이다. 30일 첫 방송이 6.6%, 31일 2회 방영분이 8.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전작 '라켓소년단' 보다 더 가파르고 파급력있게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배경조차 가상의 세계로 설정하며 철저히 상상력에 기댄 SBS의 '한 발 뺀' 전략이 먹혀든 셈이다.

사료에 짧게 기록된 조선 시대 유일 여성 화사의 이야기에서 줄기를 뻗은 '홍천기'는 홍천기의 성장기, 그리고 각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욕망의 파생과 샤머니즘에 '마왕'이라는 판타지적 존재를 끌어들여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다. '홍천기'의 배경인 단왕조 시대는 귀(鬼), 마(魔), 신(神)이 인간의 세계에 관여하던 시대. 첫화 역시 설화를 들려주듯 신비로운 이야기로 시선을 잡아끌었다. 죽음의 신 마왕을 어진에 봉인하는 의식이 진행됐고, 마왕의 저주를 받은 아이들이 태어났다. 이때 어용을 그린 화사의 딸이 홍천기고, 봉인식을 진행한 도사의 아들이 하람이다. 마왕의 저주로 맹아로 태어난 홍천기는 같은 날 태어난 하람과 인연을 쌓아갔다. 그러나 다시 발현된 마왕으로 인해, 두 사람은 뒤바뀐 삶을 살게 됐다. 앞을 보지 못했던 홍천기는 눈을 떴고, 하람은 빛을 잃었다. 하람의 몸에 마왕이 봉인돼 붉은 눈을 한 채 앞을 보지 못하게 된 것이다.

'홍천기'는 단 2회 만에 속도감 있게 주인공들의 서사를 엮어냈다. 두 주인공의 인연이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각 인물이 지난 욕망과 복수 등의 전사들을 짧지만 요목조목하게 그려냈다. 모든 등장인물의 서사가 매우 일목요연해 이야기에 빈틈이 없다. SBS가 '조선구마사' 이후 '홍천기'로 재기의 발판을 삼은 이유가 있던 것이다. 사극 특유의 분위기는 있되 그림과 CG로 세련된 감각을 자극하고, 동명 원작의 서사를 웅축한 캐릭터를 통해 탄탄한 세계관을 완성했다.

사진제공=SBS

정은궐이 펼치고, 장태규가 구현한 판타지 세계

'홍천기' 셀링포인트는 총 3가지로 꼽힌다. '해를 품은 달'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명작을 탄생 시킨 정은궐 작가의 원작이라는 점, '뿌리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 등을 연출한 장태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것, 요즘 가장 핫하게 꼽히는 김유정, 안효섭, 공명, 곽시양 등이 출연한다는 사실이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일컫어 '작감배'(작가+감독+배우)라고 일컫는다.  정은궐 작가가 소설로 펴낸 이야기들은 한 차례도 실패한 전적이 없었다. 늘 과거를 배경으로 따뜻한 로맨스를 피어냈던 정 작가는 '홍천기'를 통해 오히려 한발 진보했다. 판타지적 상상의 크기는 더욱 커졌고, 인물들의 서사는 더욱 깊어졌다.  특히 '홍천기'가 '해를 품은 달' 이후 10년 만에 정 작가 작품이 드라마화된다는 점에서 기시감을 느낄 법할 요소도 거의 없다. 

장태유 감독의 연출 역시 '홍천기'에 강한 힘을 실었다. 신드롬급 인기로 한류 열풍을 일으킨 '별에서 온 그대'뿐 아니라 '뿌리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 등을 통해 보여준 장 감독의 사극 연출은 이미 보증된 셈이었다. 특히 장 감독은 감각적 연출로 드라마를 보는 시각적 즐거움까지 더하는 감독으로 잘 알려졌다. '바람의 화원'만 돌이켜봐도 아름다운 영상미와 그림 연출로 미술 드라마의 신세계를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홍천기'도 보는 맛이 제대로인 화풍의 현란함과 아름다움이 끊임없이 펼쳐졌다. 제작발표회에서 장 감독이 "'바람의 화원' 때 표현하지 못한 그림에 대한 아쉬움을 원 없이 표현하고 싶었다"는 발언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사진제공=SBS

케미 돋보인 김유정-안효섭, 출연진 연기력도 합격점

복잡한 서사를 몰입감 있게 풀어나간 주인공 김유정과 안효섭의 호연도 돋보였다. 김유정은 늘 그래왔듯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홍천기'의 중심축을 잘 잡아줬다. 사극 전작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보여준 안정적인 톤은 5년의 세월이 더해지면서 더욱 그럴듯한 모양새를 잡아갔고, 열일로 쌓아올린 필모그래피는 홍천기라는 인물에 깊이까지 더했다. 자립적 캔디의 모습이랄까. 데뷔작을 사극으로 했던 안효섭 역시 세심하게 하람을 구현해냈다. 장님, 마왕 봉인 등의 복잡한 설정 탓에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모습을 보여줘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각 장면마다 차별적 분위기를 내며 탄탄하게 극을 매듭지었다.

이 외에 대군으로 등장하는 공명과 곽시양 등도 존재감을 뚜렷히 드러내며 보는 재미를 더했다. 예술을 사랑하는 풍류객 양명대군을 구름에 둥둥 띄워낸 공명이나, 왕좌를 꿈꾸는 야심가 주향대군의 욕망을 서슬퍼렇게 피어낸 곽시양, 또 국무당으로서의 영적인 기운을 소름 돋게 표현해낸 채국희(미수)까지 모든 인물들이 개성 있게 존재하며 드라마에 몰입감을 더했다. 

'홍천기'는 '해를 품은 달' 이후 로맨스 사극을 바랐던 시청자들의 니즈와 새로운 것을 원했던 시청자들의 두 가지 바람 모두를 충족해낸 듯하다. 한 회만에 시청률 2.2%가 상승하고, 단숨에 화제작으로 떠오른 것을 보면 말이다. 일단 시작은 좋은 '홍천기'를 통해 SBS가 면(面)을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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