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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100년 치 욕을 먹고 특급 레시피 얻는다는 건

정덕현 칼럼니스트 입력 2021. 08. 0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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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백종원의 솔루션 제공, 그 특혜가 공감 받으려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아무 행동 아니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정말 많은 사람한테 피해를 줬더라구요. 주먹을 휘두르고 돈을 뺏고 이런 것만 범죄인 줄 알았는데 제 작은 행동도 남들한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범죄행동이 될 수 있다는데서 많은 죄송스러움과 다시는 하지 말아야할 행동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제 제가 해야될 것을 안 것 같아요. 제 가게를 저든 제 주변사람이든 남들 보기 좋으라고 하지 않고 제 진심으로 제 하고 싶은 거 그거 하는 게 제가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상처받으신 분들한테 정말 죄송하고..."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하남 석바대 골목의 춘천식 닭갈빗집 사장님은 눈물의 사죄를 했다. 지난 회에 가게에 설치된 카메라에 포착된 이중적 모습이 방송에 나가고 그 파장은 컸다. '방송용 눈물'을 흘렸다는 사장님의 말은, "창피해서" 그렇게 말했던 것이라는 해명이 있었지만 그 자체로 방송의 진정성과 리얼리티에 흠집을 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백종원의 분노는 배신감과 더불어, 앞뒤가 다른 사장님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이 프로그램이 혹여나 '거짓방송'이라 여겨질 수도 있다는 우려 또한 섞여 있었다.

눈물의 사죄를 한 후, 소스 개발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장님. 하지만 그로부터 며칠 후 가게를 방문해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닭갈비를 맛본 백종원은 나아지긴 했지만 이 집만의 특색이 없다며 갑자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건 곳은 하남의 대형쇼핑몰에 입점하기도 했던 필동 함박스테이크집이었다. 투움바 함박스테이크를 개발해 히트를 친 가게로 주목받았던 곳. 백종원은 투움바 소스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닭갈비에 투움바 소스를 넣어 특색을 부여하려 한 것.

그렇게 투움바 소스를 추가한 닭갈비의 맛은 이 가게의 어머니는 물론이고 사장님까지 모두 만족할 만큼 맛있었다. 하지만 백종원은 그 소스를 준 가게의 연락처를 줄 테니까 찾아가서 배우라고 했지만 "가르쳐줄진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내가 가르쳐주라면 가르쳐주겠지. 하지만 내가 자꾸 신세질 일이 없지. 왜냐면 그 사장님도 나름대로 파스타집 오랫동안 하면서 공들여 얻은 노하우인데... 그렇잖아요?" 그러면서 자신은 해주라는 얘길 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장님이 직접 부탁해보라고 했다. 그것도 하나의 공부라며.

너무나 맞는 이야기였다. 제 아무리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백종원이 도움을 줬다고 해서 타인이 그토록 어렵게 개발해낸 레시피를 다른 가게를 돕기 위해 내달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특히 춘천식 닭갈빗집의 경우 소스 개발을 위해 며칠 고민을 했을 뿐, 그간 본인들이 보여준 진심어린 노력이 얼마나 있었던가.

타인의 레시피 하나가 얼마나 각고의 노력과 고민 끝에 탄생하는가는 이번 하남 석바대골목의 다른 가게들, 즉 고기국숫집과 모녀김밥집을 통해서도 너무나 잘 보여진 사실이었다. 남다른 경력을 가졌지만 제주 원조의 맛이냐 아니면 보다 보편적으로 끌 수 있는 변형된 맛이냐를 두고 국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는 고기국숫집 사장님이나, 생고생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갖가지 레시피를 더해 김밥을 개발해내고 발전시키려 애쓴 모녀김밥집 사장님을 보라. 그 레시피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그래서 그 과정이 납득이 되는 시청자들은 고기국숫집을 위해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특별히 시식단을 꾸려 두 종류의 고기국수 시식을 한 후 의견을 얻어주고, 모녀김밥집을 위해 절단기를 선물하고 자두 부부가 출연해 맛있게 시식을 하는 모습을 담아주는 그 일련의 노력들이 모두 공감될 수밖에 없다. 거기에는 이들이 방송의 도움을 받을 만큼 충분한 저마다의 노력들이 전제되어 있어서다.

하지만 춘천식 닭갈빗집은 상황이 다르다. 거짓 방송을 했다는 걸로 큰 충격을 줬고, 그 후 눈물의 사죄를 한 후 노력하는 모습을 잠깐 보였지만, 그렇다고 누군가 힘겹게 개발해낸 레시피를 떡 하니 제공한다는 건 시청자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서 백종원은 그걸 얻는 건 '사장님 몫'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미 방송으로 이런 이야기를 꺼내놓은 이상 레시피 도움을 요청받은 분들이 어찌 외면할 수 있을까.

결국 이번 <백종원의 골목식당> 춘천식 닭갈빗집의 문제는 '섭외'가 얼마나 이 프로그램에 중대한 사안인가를 드러낸다. 솔루션을 받고 방송에 나오는 가게는 그만한 '특혜'를 받는 셈이다. 그러니 그럴만한 가게가 아니라면 이제 시청자들은 공감할 수 없다 느끼는 것. 물론 섭외 단계에서 그 가게가 기본조차 안 되어 있다는 걸 모두 파악하긴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백종원의 골목식당>도 그냥 모든 섭외된 가게를 대상으로 어떻게 방송을 끝까지 이어가는 게 아니라, 일종의 검증단계를 두는 게 맞지 않을까. 완벽하진 못해도 기본(적어도 마음의 자세라도)이 되어 있다면 본격 솔루션 과정으로 넘어가는 게 합당하지만, 정반대로 아무런 기본도 되어있지 않은 집이라면 굳이 솔루션을 줄 필요가 있는가 해서다.

물론 이런 기본 안 된 가게가 일종의 '빌런화'되어 '전 국민의 질타'를 받고 그 노이즈 효과가 방송의 화제성으로 이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너무 시청자들에게 뻔하게 읽히는 상황이고, 그 질타 받은 대가처럼, 개과천선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 어려운 솔루션(레시피)을 쉽게 받아가는 것 역시 시청자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제 아무리 인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내용을 방송에 공개해 '여론재판'을 받게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를 생각해볼 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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