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정신 훼손" 박성제 MBC 사장, 나라 망신 저질 중계 사과[종합]

김명미 2021. 7. 2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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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명미 기자]

박성제 MBC 사장이 '2020 도쿄올림픽' 중계 논란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박성제 사장은 7월 26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올림픽 개회식 중계방송 논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앞서 MBC는 지난 23일 오후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생중계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자막 사용으로 물의를 빚었다.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진을 자료화면으로 사용하는가 하면, 팔레스타인 선수단이 입장할 때 이스라엘이 세운 분리장벽 사진을 공개하고, 마셸제도가 '한때 미국 핵실험장'이라고 소개하는 자막을 넣는 등 적절치 않은 자막과 자료화면을 연거푸 사용하며 대형 논란을 일으킨 것. 엘살바도르 선수단을 소개할 때는 비트코인 이미지를 삽입하고, 아이티 선수단을 소개할 때 "대통령 암살 후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을 사용하기도 했다.

MBC의 저질 중계는 국내를 넘어 외신에도 소개되며 뭇매를 맞았다. 미국 유력 방송사 CNN(씨엔엔), 영국 매체 가디언(The Guardian)까지 해당 논란을 집중 보도했다.

스타들 역시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러시아 출신 귀화 한국인 일리야 벨랴코프는 "이 자막 만들면서 '오? 괜찮은데?'라고 생각한 담당자, 대한민국 선수들이 입장했을 때 세월호 사진 넣지, 왜 안 넣었어? 미국은 911 테러 사진도 넣고? 도대체 얼마나 무식하고 무지해야 폭발한 핵발전소 사진을 넣냐"며 비판했고, JK김동욱은 "MBC는 과거 좋았던 추억들까지 훼손하지 말고 이제 그만 퇴장하시길. 이런 힘든 시국에 나라 위해 싸우는 태극 전사들과 열렬히 응원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망신살 뻗치지 말고 이쯤에서 사라지시길"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제대로 '나라 망신'을 시킨 MBC는 24일 사과문을 내고 "올림픽 중계에서 발생한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영상 자료 선별과 자막 정리 및 검수 과정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한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 나아가 스포츠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 유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MBC는 25일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인 한국과 루마니아의 경기를 중계하는 과정에서 자책골을 기록한 상대 팀 마리우스 마린 선수를 겨냥해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삽입해 또다시 비판을 얻고 있다.

박성제 사장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저희 MBC는 전세계적인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어 박성제 사장은 ​"지난 주말은 제가 MBC 사장에 취임한 이후 가장 고통스럽고 참담한 시간이었다"며 "급하게 1차 경위를 파악해보니 특정 몇몇 제작진을 징계하는 것에서 그칠 수 없는, 기본적인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도 반드시 묻겠다"며 "​대대적인 쇄신 작업에도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대국민 사과 후 질의응답도 진행됐다. 박성제 사장은 "최근 조직개편, 제작 기능의 자회사 이관이 사고의 원인이 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올림픽 중계방송에 본사와 자회사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조직개편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점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이번 사태가 본사나 계열사 어느 한쪽에 책임을 물을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올림픽 정신을 발휘하지 못하고 참가국을 존중하지 못했던, 규범적 인식의 미비라고 본다. 시스템적인 것보다 이를 근본적이고 1차적인 문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루마니아 자책골 자막에 대해서는 "축구중계 중 자막사고 원인은 파악됐다. 방송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바빴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있었고 올림픽 중계방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좀 더 정밀한 조사를 통해서 확실한 책임 소재를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박성제 사장은 "오늘 이 시간 이전에 부적절한 화면과 자막이 사용된 주한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대사관에 사과 서한을 미리 전달했다. 우크라이나에는 메일로, 루마니아에는 메일로 드리고 인편으로도 전달 중이다. 주한 아이티 대사관에도 전달하려 했지만 국내에서 철수해 전달하지 못했다. 다시 한 번 사과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에게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관련된 분들 중 일부는 업무 배제돼 있고 일부는 업무 중이고 일부는 조사를 받고 있다. 강도 높은 특별감사나 진상조사위 구성을 포함해서 대책을 논의 중이다. 가장 철저한 조사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고 재발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도록 하겠다. 지구인들의 우정을 상징하는 올림픽에 문화 다양성 그런 것들이 중요한 가치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대한 교육이 정확히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을 강도 높게 조사하고 보강하겠다는 의미이다. 올해 바로 착수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사진=MBC)

뉴스엔 김명미 mm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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