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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위험수위 넘나드는 '식스센스2', 이대로 괜찮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입력 2021. 07. 24. 11:56 수정 2021. 07. 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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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센스2' 성적대상화, 유재석이 당황하고 웃기면 문제없는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근데 앞가슴 너무 풀어헤치고 온 거 아니니?" tvN 예능 <식스센스2>에 2PM 준호가 게스트로 등장하자 카메라는 노골적으로 준호의 가슴을 담아낸다. '무척 개방적인 앞섶'이라는 자막도 빠지지 않는다. 그러자 유재석이 다가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 노출에 대해 당황하며 그렇게 묻는다. 여지없이 여성 출연자들은 준호의 가슴에 집중하며 멘트들을 쏟아낸다.

"가슴이 엄청 파였네?"하고 제시가 천진무구한 얼굴로 말하고, "어우 발레리노 같아요-"하고 오나라가 덧붙인다. 미주와 오나라는 빼꼼 고개를 내밀고 유재석이 왜 자꾸 앞으로 나오냐고 지적하면 "저도 보고 싶어가지고..."라고 말한다. 이상엽은 게스트가 나올 때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는 게 불편하다는 심기를 드러낸다. "너무 관객모드로 게스트를 안봤으면 좋겠어요."

멜로 라인으로 엮는 일도 빠지지 않는다. 유재석이 준호가 나와서 여성출연자들이 "술렁대기 시작한다"고 운을 던지면 마치 합이 잘 맞는 콤비처럼 전소민이 "오늘 저녁까지 녹화해요!"라고 하고 순간 분위기는 팬미팅처럼 바뀐다. 귀걸이가 포인트라며 하트모양을 보여주자 미주는 "마음을 표현하는 거예요?"라고 묻고 전소민은 마치 마음을 들켰다는 듯 미주를 나무란다. 그 광경에 '(분위기 좋으니까 입 닫아)'라는 자막이 붙는다.

준호의 '우리 집으로 가자'의 춤동작을 미리 연습해온 전소민과 준호가 함께 춤을 추고 분위기는 후끈 달아오른다. 유재석의 마무리 멘트가 이어진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커플 댄스 같았다"고 하고는 "커플이 될 가능성은 0%다"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이건 아마도 <식스센스>가 게스트를 위해 마련한 오프닝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환영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는 해도 너무 게스트를 성적으로 혹은 이성으로 대상화하는 모습은 그저 웃기가 힘든 불편한 면들이 있다.

지난 회 하석진이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도 전소민은 달려가 먼저 그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드라마 촬영으로 이미 친한 사이이긴 하지만 그 광경은 함께 있는 다른 출연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하석진이 좋다고 말하는 전소민의 환한 얼굴에 유재석이 "너 원래 표정이 그랬어?"하며 한 마디를 거들고, 이런 분위기를 유재석과 제작진들은 핑크빛 무드로 연출해낸다.

어느새 <식스센스>의 게스트 출연(특히 남성 게스트)과 더불어 만들어지는 여성출연자들의 노골적인 대시와 그로 인해 당황해하는 게스트와 유재석 그리고 이상엽의 모습은 이 프로그램 오프닝의 전형적인 틀이 되어가고 있다. 또 여성출연자들은 서로 가슴을 부딪치며 "쿠션감이 있다"는 식의 과감한 멘트들도 던진다. 그건 여지없이 당황하는 유재석을 포착해내기 위함이다.

사실 여성출연자들이 대거 출연하고 거기에 청일점처럼 유재석이 서서 당황해하는 모습은 처음에만 해도 신선해보였다. 꽤 많은 출연자들이 동시에 출연해도 척척 진행을 해내는 '유느님'이 아닌가. 그래서 그조차 힘겨워 하는 광경은 과거 남성출연자들이 대거 출연하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두 명의 여성출연자가 '대상화'되는 그 곤경을 뒤집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줬다(이런 광경은 지금도 <런닝맨>같은 프로그램에서는 여전히 등장하지만).

하지만 성별만 바꿔 놓은 '대상화'를 통해 만들어내는 웃음은 그 대상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불편할 수밖에 없다. 방송을 통해 처음 만난(적어도 시청자들은 그들이 첫 만남이라 생각한다) 게스트와 고정 출연자들이 너무 사전 동의도 없이 언어적, 정서적 그리고 나아가 신체적 경계를 훅 넘어 들어오는 건 만일 일상이라면 불편을 넘어 '범죄'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래서 유재석은 애써 이를 예능화하려 당황하는 기색을 드러내고 들이대는 여성출연자들을 제지하며 나아가 게스트를 보호하는 제스처를 취한다. 애써 경계를 무시로 넘는 건 캐릭터화하고 그래서 웃음으로 전화시키려 하지만 그렇다고 불편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자칫 이런 장면들은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대상화하며 웃는 일이 그저 '재밌는 장난'으로 비춰지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이 웃음으로 뒤틀어 별 문제 없어 보이는 이 광경은 만일 현실에서 벌어지면 심각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남성출연자들이 고정 MC로 줄줄이 서 있던 시절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성 게스트가 출연했을 때 여지없이 연출해내곤 하던 이른바 '멜로 라인' 코드는 지금의 달라진 성인지 감수성으로 보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건 여성을 그런 방식으로 대상화하고 소비하는 것에 성차별적 요소가 들어 있어서다. 하지만 고정 출연자들에 여성들을 대거 세워놓고 거꾸로 남성 게스트를 출연시켜 마찬가지 코드를 쓰는 것 역시 똑같은 문제를 양산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건, 의도성이 있다기보다는 이 자체가 어떤 문제가 있는가에 대한 감수성이 없어서다. 또한 새로운 감수성에 맞는 새로운 웃음의 코드를 찾기보다는 과거 방식을 성별만 바꿔 계속 활용하는 게으름의 소산이기도 하다. 적극적인 여성들의 모습은 보기 좋다. 하지만 그들이 과거 남성들이 했던 문제의 방식들을 재생산하는 모습은 그리 좋아 보일 수가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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