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슬쩍 TV로 돌아오는 담배

아이즈 ize 글 한수진 기자 2021. 6. 2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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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한수진 기자


"필래? 하나 남은 거 주는거야"

JTBC 토요드라마 '알고 있지만'의 1화 장면 중 재언(송강)이 나비(한소희)에게 설렘 가득한 목소리로 이런 대사를 한다. 호감을 주고받으며 이제 막 서로를 알아가던 두 사람이 으슥한 골목에서 묘한 기류를 자아내던 찰나였다. 하지만 비흡연자 나비는 "담배 안피는데.."라며 이를 거절한다. 그 순간 한 여성이 등장해 재언에게 담배를 빌려달라고 한다. 재언을 바라보는 여성의 끈적한 시선에 순간 질투심에 사로잡힌 나비는 하나 남은 담배를 서둘러 입에 문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관(IARC)에서 분류한 1군 발암물질은 현재 총 120종이다. 이 가운데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담배는 방송에서의 흡연 장면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직접적인 흡연이 아니라면 말은 달라진다. '알고 있지만' 속 장면처럼 말이다. '알고 있지만' 1화 방송분에서 담배가 나오는 장면은 총 4번이다. 작업하다 옥상에 올라가 한 대, 밤길을 홀로 걷다가 한대, 데이트를 하다가 한 대. '알고 있지만'은 하이퍼리얼리즘을 표방하는 드라마인 만큼 대학생들의 실생활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담배를 적극 활용했다. 물론 담배는 입에 물고만 있거나, 희뿌연 연기를 보여주는 식의 간접적인 흡연 방식을 썼다.

해당 드라마뿐 아니라 최근 들어 여러 작품 속에서 간접 흡연신이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tvN '간 떨어지는 동거'에서는 장기용이,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에서는 서인국이 담배를 물고 등장했고, 최근 종영한 '오월의 청춘' 속 이도현도 손에 담배를 쥐었다. 멋있고 잘생긴 청춘배우가 담배를 무니 이러한 장면들은 CF라도 보는 것처럼 멋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더욱이 해당 장면들은 '짤'과 '밈'으로 빠르게 재생산 및 확대되며 온라인 상을 뜨겁게 달궜다. 수많은 댓글 중 대다수 반응은 "멋있다"는 의견이었다. 일례로 한 네티즌이 "나 담배 좋아했네"라는 댓글을 남기자 많은 이들이 공감의 표시로 수십개의 좋아요를 눌렀다.


미디어 속 흡연 장면이 법적으로 제재된 이후로 담배를 활용한 TV 드라마 연출은 오랫 동안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여러 작품들이 간접 흡연을 감상적 미장센으로 활용하면서 재등장하는 분위기다. 선남선녀의 얼굴을 통한 드라마 속 담배의 등장은 꽤 파급력을 갖고 작품의 화제성까지 견인 중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담배가 지닌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등장인물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연출가적 입장에선 등장시킬 수 있다"며 "다만 흡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방송에서의 이러한 연출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생각은 해볼 필요가 있다. 꼭 들어가야만 했는가에 대한 타당한 접근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담배는 엄연히 말해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윤리적 잣대와 신체적 해악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장면 연출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 조사 결과 미디어의 흡연 장면을 통해 흡연을 시작할 우려가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간접 흡연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10~20대 사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 속 배우들의 행동은 사회적으로 크게 영향을 끼친다. 특히 주연배우들의 행동을 모방하려는 경우가 많고, 미성년자들의 경우는 모방에 대한 욕구가 더 커서 분명한 사회적 책임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현재 한국 드라마는 많은 변화의 기로에 놓여있다. 어느 때보다 장르가 다양화 되고, 19금 콘텐츠들이 안방가를 누비고 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대가 초래한 미디어의 변화는 TV 드라마를 타고 가장 빠르게 흐름을 달리하고 있다. K-드라마라는 이름으로 국내 콘텐츠가 글로벌화 돼가고 있는 만큼, 보다 관용적 시선으로 표현의 자유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담배도 이러한 변화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조사에서 증명됐듯 담배의 해악성과, 미디어의 영향력은 간과해선 안될 부분이다. 미국에서도 청소년들이 보는 영화에 흡연 장면을 넣지 않겠다는 제작사들의 자정의 목소리가 활발하다. 현재 변화의 문제점은 위의 드라마들이 타당한 접근보다는 미화된 연출로 화제성만 유인한다는 점이다. 변화하고 있는 업계에 대한 시선의 관용은 분명 필요하지만, 변혁의 시기에 서있는 제작진 역시 영향력을 고려한 보다 성숙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단순 미화가 아닌 작품력을 더하는 장치 또는 '노담'(NO담배)를 이끄는 미디어의 순기능적 접근 말이다.

한수진 기자 han199131@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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