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이제훈 '배우 교체→대역 논란'에 얽힌 속마음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입력 2021. 6. 1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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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택시' 해결사 김도기 역으로 통쾌한 사적 복수 선사
배우 교체부터 액션 대역 논란까지 만만치 않았던 순간들
"쉽지 않았을 선택에도..표예진 너무나 훌륭하게 해냈다"
"액션 준비 다 돼있었지만 감독님 염려 크셨다..아쉬워"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에서 김도기 역을 연기한 배우 이제훈. PRJ 제공
말만 들어도 통쾌한 사적 복수 대행 서비스. 배우 이제훈은 SBS '모범택시'의 만능 해결사 김도기로 완벽 변신했다. '시그널'의 불신 넘치는 엘리트 프로파일러 박해영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모습이었다.

최고 시청률 1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성공적인 흥행을 거뒀지만 사실 '모범택시'는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원래 예정된 안고은 역 이나은이 왕따 논란으로 하차해 표예진이 급하게 합류하는가 하면, 이제훈 역시 초반부터 액션 대역 논란에 휩싸였다. 중반을 넘어 작가가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굵직한 내공을 가진 박준우 PD와 이제훈 및 무지개 운수 배우들의 조합은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실제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강력 사건들을 피해자들의 고통에 주목해 풀어 나갔다. 이제훈의 말처럼 그는 김도기의 자리에서 "배우는 결국 연기로 보여준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인간 이제훈'은 따분하지만 '배우 이제훈'은 할 이야기가 많다. 영화 '박열' '아이캔스피크', 드라마 '시그널' '모범택시' 등 시대를 담아낸 작품들을 향한 행보 역시 우연은 아니다. 그는 언제나 극중 인물을 통해 자신이 접하는 세상을 바라보길 멈추지 않았다.

다음은 CBS노컷뉴스가 이제훈과 가진 인터뷰 일문일답.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에서 김도기 역을 연기한 배우 이제훈. PRJ 제공
▷ 김도기는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하고 불법으로 분류되는 사적 복수를 대신해주는 인물이었는데 시청자들이 김도기에게 열광한 이유가 뭘까. 배우로서 작품에 임하면서 들었던 마음도 궁금하다

- 김도기가 '언더커버'로서 보여지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재밌게 봐주신 것 같다. 김도기 캐릭터가 복수를 해야되는 부분에 명확한 스토리라인이 있어서 그 부분 믿고 가주시지 않았을까.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에 에피소드마다 다른 '부캐들' 또한 제가 조금 더 자유롭게 과감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본다. 김도기가 사실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어려운 인물인데 함께 하는 배우들과의 케미도 잘 융화가 됐고, 나의 울분을 대신해서 폭발시켜줄 인물로서 기대를 하면서 받아들여 주신 것 같다.

▷ 법의 한계를 넘어선 사적 복수 소재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 실제 사건 모티브로 한 이야기라 단순 재미나 즐거움으로만 보여드리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싶었다. 그럼 이 이야기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가가 중요한데 모든 제작진들의 태도와 자세가 너무 진중하고 약자의 편에 서서 우리가 보여줘야 되는 어떤 이야기가 가볍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다들 있었다. 사적 복수가 자극적일 수도 있지만 강렬하게 다가가서 이야기하려는 게 무엇인가가 너무 명확했다. '더 이상 이런 일들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픽션으로 보여준 게 과감한 시도이자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 무지개 운수 배우들과의 '케미스트리'는 어땠을까. 천재 해커 안고은 역의 표예진이 뒤늦게 합류하기도 했는데 팀워크가 좋아 적응이 빨랐던 것 같다

- 무지개 운수 배우들은 너무 선하다. 몸과 마음이 지친 상황에서도 함께 만나서 연기하는 순간은 너무나 편하고 힐링이 됐다. 이런 만남 자체가 행운이고, 연기를 각자 잘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서로 융화가 돼서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마음이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비춰지지 않았나 싶다. 표예진 배우가 굉장히 짧은 시간에 많은 장면을 소화해야 되는 임무가 주어졌는데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다. 한편으로는 표예진 배우가 너무나 잘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도움을 받았다. 선택이 쉽지 않았을 거다. 급한 상황 속에서 훌륭하게 해내준 표예진 배우에게 너무나 고맙다. 또 다른 시즌이 있다면 표예진 배우가 함께 해야 된다. 김도기에게 없으면 안되는 존재가 됐다.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에서 김도기 역을 연기한 배우 이제훈. PRJ 제공
▷ 상당히 고난이도의 액션 연기에 도전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았는지 또 초반에 대역 논란이 있기도 했다

- 촬영 전 무술감독님이 김도기 액션 시퀀스는 끊기지 않고 한번에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하셨다. 그렇게 연습을 했다. 그전부터 액션 장르를 항상 꿈꿨었고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는데 다들 도와주셔서 액션 장면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많이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도 액션 디자인에 따라 가이드를 받으면서 할 수 있었다. (대역 논란에 대해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역량만큼 무술 디자인이 됐고 사전에 준비를 했다. 현장에서 마음껏 연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혹시 배우가 다칠까 감독님 걱정과 염려가 크셨던 것 같다. 물론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제가 책임져야 될 부분이라면 그래야 하고, 배우는 작품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으니 더 연기에 집중했다. 다만 제작진분들과 감독님이 많이 미안해하셨다.

▷ 박준우 PD와의 작업은 어땠나. 시사교양 프로그램 경력이 굵직해서 아무래도 작품 속 사건 리얼리티나 디렉션에 있어 차별점이 있었을 것 같다

- 감독님이 시사교양 프로그램 경력이 있었기 때문인지 사건을 다루는 마음이 정말 진실되게 다가왔다. 피해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누구보다도 정말 크다는 것이 직접 와닿았기에 믿음을 갖고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감독님은 현장에서도 촬영이 원활하지 않을 때 솔선수범 나서서 이야기를 듣고 다 전달을 해주셨다. 실제 사람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시사교양 PD로서의 경력이 플러스가 됐다고 생각한다. 정말 소통을 잘하는 감독님이었기에 어떤 의심도 없었다. 디렉션보다는 배우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해주셨다. 김도기 플레이가 가능했던 것도 그런 무한한 신뢰 덕분이었다. 이미 드라마 조연출 경험은 충분하셨고, 6개월 이상 '모범택시' 팀을 이끌어가면서 그 수장 역할을 너무나 훌륭하게 해내셨다. 감독님이었기에 가능했다.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에서 김도기 역을 연기한 배우 이제훈. PRJ 제공
▷ 학교폭력부터 성범죄까지 굉장히 묵직한 주제를 다룬 사건들이 많이 나왔다. 김도기를 연기하면서 기억에 남는 명대사나 메시지가 있을까

- 학교폭력 이야기 당시 '어리다고 죄의 무게는 가벼워지지 않는다' 그 메시지가 내게 강력하게 와 닿았다. 성범죄 피해자가 발생한 웹하드 사건에서도 소액 다운로드를 받는 것, 그런 개인적 소비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계기가 아니었나 한다. 매회 에피소드들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가 가진 의의가 컸다. 픽션이라도 미제사건이나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들을 우리가 더 끄집어내서 만들게 된다면 약자와 피해자들이 없게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

▷ 배우 이제훈과 자연인 이제훈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

- 배우 이제훈은 설명할 것들이 굉장히 많은데 저라는 사람을 소개하기에는 뭐가 없는 것 같다. 딱히 특정 분야에 흥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영화, 드라마 보는 것이나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한다. 특별히 이야기를 나열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소재가 없으니 한편으로는 재미가 없다. 그런 제 모습이 심심한 부분도 있겠지만 작품을 통해 혹은 어떤 작품을 만날지에 대한 꿈과 상상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배우 이제훈은 끊임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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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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