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마지막 목격자의 살해 자백과 번복, 실종사건 미스터리(종합)

이민지 2021. 6. 1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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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민지 기자]

실종사건일까, 살인사건일까.

6월 1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2010년 발생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강민철 씨 실종 사건 미스터리를 파헤쳤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아들의 죽음. 어머니는 아들과 갑작스럽게 소식이 끊긴지 4년만에 황망한 소식을 마주했다. 2010년 실종 당시 36살이었던 아들 강민철씨. 위로만 누나 넷을 둔 민철씨는 살가운 동생이자 하나뿐인 막내 아들이었다. 민철씨는 결혼 후 가정을 꾸리고 경기도 광주 한 의류매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어머니 수첩에는 실종된 당시 민철씨의 마지막 행적이 담겨있다.

사건 시작은 민철씨가 사라졌다는 며느리 김씨의 연락이었다. 아들 민철씨가 갑자기 사라진건 아버지 기일 이틀 전인 2010년 4월 12일이었다. 어머니는 전화를 끊자마자 며느리를 찾아갔다. 아들이 만나기로 했던 의류매장 박사장 부부도 민철씨 실종을 걱정하며 집으로 찾아왔다. 박사장 부부는 그날 민철씨를 만난 적은 있지만 바로 헤어졌다고 했다. 성격 좋고 유능하다 평가받던 민철씨는 왜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렸을까.

어머니는 "(며느리가) 돈 때문에 그렇다고 이야기 하더라. 대출을 많이 받고 갚지 못했고 매장을 새로 한다고 돈도 투자했다고. 돈에 쪼들리고 마음대로 안돼 나갔다 하니까", "아들이 매장에 있는 사람이랑 바람 났다. 그래서 안 들어온다 하더라. 미안했다"고 며느리의 이야기를 전했다. 며느리는 민철씨 친구들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3년이 지나도록 아들이 돌아오지 않고 며느리도 연락이 되지 않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불안한 마음에 무작정 찾아간 아들의 집에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고 며느리는 다른 곳으로 이사간 후 였다. 어머니는 경찰에 신고했고 민철씨가 사라진지 3년만에야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알고보니 며느리는 민철씨 실종 4개월여 후 강남으로 이사했다. 집주인은 며느리가 남편과 있었다고 했다. 며느리와 다시 만난건 경찰서에서였다. 며느리가 살고 있는 집에는 민철씨가 아닌 다른 남자가 있었다. 아들의 물건은 하나도 보이지 않던 집안. 며느리 곁에 있던 남자는 아들 실종 당시 어머니를 위로했던 박사장이다. 아들이 3년 넘게 돌아오지 않는 상태에서 알게된 두 사람의 관계. 가족들은 이들에게 민철씨 행방을 따져 물었지만 며느리와 박사장은 "모른다"고 답했다. 어머니는 "나는 며느리를 너무 믿어서...안 그랬으면 바로 수사해서 잡았을거다"고 말했다.

아들이 실종된지 4년만에 충격적 소식이 전해졌다. 담당 형사는 "오늘 새벽에 자백했다. 말다툼 하다 길바닥에 있는 돌로 머리를 쳤다고 한다"고 말했다. 경찰에 자백한 이는 박사장이었다. 민철씨 실종 후 홀로 남은 아내 김성은씨와 박사장은 내연 관계를 맺었고 박사장은 민철씨 살인 용의자가 됐다. 대체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경찰은 민철씨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을 박사장으로 추측하고 있다. 2010년 4월 12일 9시40분께 곤지암 매장에서 퇴근한 민철씨는 아내 성은씨에게 박사장을 만나고 돌아간다며 문자를 보냈다. 박사장은 경찰 조사에서 민철씨가 돈을 요구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그는 이후 영장실질심사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실종 무렵 민철씨와 박사장은 화재로 인한 보험금을 두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전국 여러곳에 의류매장을 가지고 있던 박사장은 구미 매장 명의를 민철씨에게 이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미 매장에 불이 났다. 손해보험 가입 2주만에 발생한 화재였다. 보험사와의 소송 끝에 강민철씨는 보험금 일부인 3억3천여만원을 지급 받았다. 그가 실종되기 약 한달 전이었다. 당시 보험사는 화재가 난 매장 사장을 민철씨가 아닌 박사장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박사장은 왜 사업자 명의를 직원이었던 민철씨 명의로 변경한걸까. 경찰 수사 결과 사업자였던 민철씨가 받은 보험금 대부분인 3억2천만원이 박사장에게 돌아갔다. 박사장은 가게 매매 당시 못 받은 돈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미 매장 화재 2년 전 박사장 명의의 하남 매장에서도 화재가 나 박사장이 5억여원을 지급 받은 것이 확인됐다.

구미 화재 사건 이후 형편이 어려워 보였던 민철씨가 사라졌고 용의선상에 오른 박사장은 민철씨를 숨지게 했다고 자백했다. "강민철이 보험금 타서 다 줬는데 난 뭐냐. 5천만원만 줘라"라고 말해 화나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자백이으나 진술을 뒤집었다.

경찰은 실종된 남편을 적극적으로 찾지 않고 박사장과 함께 지낸 김씨도 의심했다. 어머니와 가족들 역시 며느리 김씨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박사장과의 관계를 정리했다는 김씨. 실종된 민철씨와 이혼절차도 밟고 가족들과도 연락을 끊은 상황이었다. 전부인 김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만남에서 "맨정신이 아니다. 왜 내가 남편을 안 찾았겠냐"고 말했다. 김씨는 실종보다 잠적으로 생각이 기운 이유에 대해 "바람난거 같다고 했을 때 인간적인 신뢰가 없어진거다"고 말했다. 남편의 흔적을 찾아보려 민철씨 카드 사용 내역을 찾아본 후 외도 증거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박사장과 동거에 대해 "나에게 치부라면 치부일수도 있겠고 죄송하다. 그건 내가 잘했다고 말씀 못 드린다"고 말했다. 복잡하고 괴로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낼 때 그나마 위로해준 사람이 박사장이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경찰이 자신을 의심한 것도 당연하다고 인정했다. 본인은 남편 실종과 관계가 없으며 민철씨와 박사장 사이 보험금 문제도 경찰 조사 과정에서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 끝에 특별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반면 살해 동기,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과 번복까지, 박사장은 민철씨 실종과 무관할까. 박사장은 일반 건조물 방화, 사기, 살인, 사채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일반 건조물 방화와 사기 혐의만 인정돼 3년6개월 형을 선고 받았다. 증거 불충분으로 살인, 사채유기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박사장은 정말 민철씨 실종과 관계가 없는걸까. 그는 왜 거짓자백을 했던걸까. 번복된 자백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 2014년 1월 그가 했던 자백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박사장은 형을 마치고 출소한 상태다.

민철씨 실종 3년 후에야 시작된 수사. 경찰은 박사장의 수상한 현금 흐름을 파악하고 사기, 살해 혐의 등으로 그를 검거했다. 조사를 받던 박사장 태도는 평범하지 않았다고 한다. 담당 형사는 "체포 당시부터 시종일관 극구 부인을 안했다. 죄 없는 사람이 체포되면 날뛰어야 하는데 뭐 물어보면 '묵비권입니다' 했다. 장난하는 것처럼"이라고 회상했다. 당시 경찰은 공모를 의심해 박사장 부인 한모씨도 함께 체포했다. 함께 조사 받던 한씨의 설득에 박사장은 민철씨 살해를 자백했다. 박사장은 매장 인근에서 술을 마시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인근에 공터에 시신을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자백했을 때는 이미 비닐하우스가 들어와있던 상황. 대대적 발굴 작업이 이뤄졌지만 사체를 발견할 수 없었다. 살해 혐의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한 것이다. 박사장은 아내 한씨가 석방된 후 영장실질심사에서 강압에 의한 시인이었다며 자백을 부인했다.

박사장 자백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는 진술은 사실일까. 민철씨 부인 김씨는 실종 당일 비가 왔던 것으로 기억하며 "왜 비오는 날 뚝방에서 술 먹었다는 말을 했을까. 남편이 먼지 하나라도 있으면 안된다. 비오는 날 하얀 자켓을 입었다. 비 맞으면서 밖에 앉아서 술을 먹었을까. 성격상 그럴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박사장 자백에 진실과 거짓이 교묘히 섞여있을 것으로 분석하며 시신유기장소가 거짓일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오윤성 교수는 "살인 자백 후 A라는 지점을 시신유기장소로 찍었을 때 시선이 쏠리게 돼있다. 본인은 시간을 버는거다"고 말했다. 이어 박사장이 시신유기장소로 지목한 곳에 대해 "심리적으로 부담을 줄 수 밖에 없는 곳을 선정했다.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수정 교수 역시 "시신을 어디다 유기하는건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아무데나 시신을 투척하듯 버리는건, 특히 피해자와 관계가 있을 경우에는 위험한 일이다. 결국 시신이 발견되면 나를 특정하는거니까. 동선이 강씨를 만났던 시간과 날은 번복할 수 없다. 아내에게 연락을 했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수사 당시 경찰은 박사장의 다음 날 행적을 조사했다. 카드 사용 내역 조사 결과 박씨는 민철씨와 만난 다음날 4월 13일 오전 1시 30분 강남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날 오전 8시 다시 하남으로, 오후엔 익산, 동두천을 찾았다. 동두천은 박사장 고향이다. 강남과 하남, 익산과 동두천. 하루 사이 무려 4개 지역을 돌아다닌 것. 이수정 교수는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익산으로 내려갔다고 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흥미로운 동선이다"고 지적했다. 당시 익산에서 박사장과 만났다는 후배 김씨는 "몇년전 일이라 기억 못하니까 내 카드 내역을 경찰이 뽑아왔더라"며 민철씨 실종 사건 관련 경찰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민철씨 실종 사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민철씨 사건은 박사장 진술 번복 후 원점으로 돌아갔다. 검찰은 사체가 발견되지 않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오윤성 교수는 "검찰의 입장에선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추가적인 노력을 했을까 전혀 묘사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박사장을 찾아나섰다. 민철씨 전부인 김씨는 "(박사장 출소 후) 한번 봤다. 모르는 번호로 연락와서 만나자 하더라. 민철이 왔냐 해서 안 왔다니까 '이 XX 진짜 나타날 줄 알았다. 억울하다' 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전문가는 이런 박사장 태도가 묘하다고 말한다. 오윤성 교수는 "과하게 증폭시켜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닐까. 본인 입장에서는 지금쯤 어디 있나 정도면 몰라도 다시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을 할 시점이 아니다"고 말했다. 민철씨가 사라진지 오래 됐는데 그가 당연히 돌아올 것으로 전제하고 말한다는게 이상하다는 것이다. 박사장은 제작진에게 "나는 더 할 얘기가 없다. 내가 얼마나 시달렸는데 얼마나 할 이야기가 있냐. 조사 받는 과정도 그렇고 많이 시달렸다. 경찰서에서 조사 받았으니까 거기 가서 알아봐라. 자백은 뭐가 자백이냐. 하도 강요하니까. 자백을 거짓으로 할 정도면 어느 정도 고문 받았는지 알거 아니냐. 나한테 연락하지 말고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박사장 딸은 "그것 때문에 우리 집도 썩 좋지 않은 상황을..지금 잘 살고 있는데 들추고 싶지 않다. 당시 어머니 아버지 둘 다 경찰서에 잡혀들어갔다. 자백하지 않으면 엄마까지 빼낼 수 없다. 둘 다 실형 살고 싶으면 그렇게 하든지 아니면 자백하라는 식으로 말해서 자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강압수사는 있을 수 없다. 진술 녹화도 다 했다. 체포 영장에 의해 체포했고 순순히 시인했다. 자지가 영장실질심사에서 부인하겠다 하면서 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민철씨 사건 수사가 너무 늦게 시작돼 아쉽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실종 당시 수사해볼만한 수상한 정황이 더 있었다고 한다. 아내 김씨가 민철씨 실종신고를 하던 2010년 4월 16일 박사장 아내 한씨가 동행해 경찰서에 갔고 공교롭게도 박사장 부부는 그동안 쓰던 휴대전화를 해지하고 새로운 전화를 개통했다. 박사장 아내 한씨는 민철씨를 마지막으로 본 또다른 목격자이자 경찰 조사를 받은 인물이다. 보험금 일부가 한씨 계좌로 들어가기도 했다. 한씨는 '그알' 제작진 방문에 "할 말이 없다. 가달라"고 말했다.

박사장 자백 후 경찰은 차량과 자택 등을 수색했지만 혈흔 반응 같은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익산, 동두천에서의 행적에 대해서도 장소가 광범위 하고 특정할 수 있는 진술이 없어 더이상의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 검찰의 불기소 이후 강민철씨 실종사건은 강력사건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단순 실종 사건으로 남아있다. 시신 없는 사건의 한계이기도 하다. 앞으로 범행 도구나 혈흔 등 직접 증거가 나오면 재수사가 가능하지만 11년이 지난 지금 불가능에 가깝다.

수사가 멈춘 후에도 어머니는 민철씨 행방을 찾아 길 위를 헤맸다. 어머니는 벌써 11년째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아들의 생사라도 확인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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